#마크 뷰캐넌 #임계점 #현실 세계 이해 #받아들임 #겸손의 자세
오늘은 책을 모두 읽고 든 생각을 공유합니다.
모래가 위에서 떨어지며 모래더미가 쌓이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모래더미의 높이는 높아지게 되며 모래 쌓임이 계속된다면 모래산이 될 수도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 모래산이 될 것만 같았는데, 일정 시간이 되니 모래가 더 이상 쌓이지 않고 무너지게 됩니다.
모래 산은 추가되는 모래로 인해 산사태가 발생하고, 어느 순간 모래는 쌓이는 것이 아니라 깎여 나갑니다.
여기에서 궁금증이 발생합니다.
모래더미는 언제까지 쌓이고, 어느 시점에 깎여 나가는 것일까요?
어떤 실험에서는 높이 50cm 시점에서 산사태가 발생할 수 있고, 다른 실험에서는 1m에 산사태가 발생합니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2m가 넘어도 산사태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왜 비슷한 조건으로 모래를 쌓아갔는데 산사태가 벌어지는 높이(시점)이 다를까요?
이러한 의문에서 책 <우발과 패턴>은 시작합니다.
겉으로 볼 때 50cm에 무너지는 모래산이나 1m, 2m 모래산은 같아 보입니다.
현미경으로 자세히 들여다봅니다.
각각의 모래산을 구성하는 모래 알갱이의 모양과 크기는 미세하게 다르며, 모래가 쌓여있는 형태도 제각각입니다.
모래 알갱이는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관계를 형성하기 때문에 임계점의 차이로 무너지는 시점이 달라집니다.
흔히 과학자들은 정밀한 확률론에 기반하여 세상 만물이 발생할 가능성을 측정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세상은 (이론적)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난 목요일 밤부터 내린 눈으로 인해 서울의 도로는 빙판길로 덮였었습니다.
빙판길로 인해 교통 정체가 심했으며, 다음 날 아침 출근길에도 빙판길로 인한 교통사고들이 있었습니다.
제 가족 중 한 분도 금요일 출근길에 경미한 교통사고를 당하기도 하셨습니다.
빙판길에 자신의 사고에 대해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지난 글에서 주식 시장의 난폭한 변이에 대한 글을 썼습니다.
정규분포에 따른 확률에 기반하였을 때 시장에서 하루 5%가 넘는 하락(혹은 상승)은 4만 번 중의 1의 확률입니다.
20년 동안 주식 시장 거래일이 5000일이니 20년 동안 이론적 확률 상 시장에서 하루 5%가 넘는 변동성은 없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모두 알다시피 20년의 기간 동안 하루 5%가 넘는 시장 변동은 몇 차례 있었으며, 향후 20년 동안도 충분 가능한 현상입니다.
확률이 낮다고 예상되는 일은 분명 빈번하게 일어나지는 않습니다.
다만, 서로 다른 모래 알갱이들이 서로에게 실시간으로 영향을 주고받는 것처럼 '임계점'을 돌파하면 확률 낮은 일은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일이 됩니다.
여기서 오해하면 안 됩니다.
확률 낮은 일, 다시 말해 블랙 스완은 부정적인 일일 수도 있고 긍정적인 일일 수도 있습니다.
주식 시장이 하루에 5% 하락하는 것뿐만 아니라 하루에 5% 넘게 상승하는 상황도 해당합니다.
이 책은 현실 세계를 이해한다고 착각하는 인간의 무지에 대해 경종을 울립니다.
아무리 세상에 대해 과학적인 판단이 가능하다고 해서 미래의 모든 일을 정확하게 진단해 주지 않습니다.
2025년 12월이 되니 경제 신문에도 2026년 주식 시장과 글로벌 경제 등을 전망하는 '전문가'들의 논평이 보입니다.
2026년에 코스피(S&P 500) 지수가 얼마까지 오른다느니 하는 수치적인 진단부터 부동산 시장 진단 등 다양합니다.
저는 내년에 주식 시장 지수가 얼마까지 오를지(떨어질지) 전혀 예상도 하지 못하는 필부 중 1인입니다.
주식 시장의 수치를 예상할 수 없음을 인정하기에 거시 경제 예상에 에너지를 쏟지 않습니다.
이 책은 인간의 무지에 대한 인정과 겸손을 은연중에 드러내는 책입니다.
물리학자의 눈으로 봤을 때에도 현실 세계에서 인간이 예상하지 못하는 부분은 여전히 많이 있으니 이를 인정하라고 읽힙니다.
한 치 앞을 모르는 게 인생살이입니다.
저와 아내도 지난 금요일 배 속의 아이를 출산하기 위해 산부인과에 1박 2일 있었는데, 유도 분만이 뜻대로 되지 않아 아이 출산이 며칠 뒤로 미루어졌습니다.
제왕절개에 비해 자연분만은 변수가 많고, 보다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그럼에도 아이를 출산하기 위해 기다리고 준비하는 과정은 마크 뷰캐넌이 말한 현실 세계에 가깝다는 생각을 합니다.
감사하게도 아내와 아이 모두 건강한 상태이기 때문에 다음 주에 자연 진통이 오거나, 다시 한번 유도 분만을 통해 아이와 아내의 건강한 얼굴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하며 지금의 상황을 받아들입니다.
<우발과 패턴>을 읽는다고 해서 세상의 규칙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현실 세계 메커니즘의 본질과 멱함수(Power law), 임계 상태에 대해 이해함으로써 예상치 못한 상황의 발생을 의연하게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물리학자가 쓴 책이지만, 세상의 본질에 대한 이해를 더하시길 원하는 독자라면 한 번쯤 읽어봐야 할 양서입니다.
불확실한 세상을 받아들이게 만드는 관점을 전해주는 책입니다.
감사합니다.
한 번 사는 인생 진심을 다했으면 좋겠습니다. 흘러간 돈은 다시 벌면 되지만, 지나간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당신은 행동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