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이슬, 안 느끼한 산문집
치킨을 먹는다면 언제나 그와 함께 먹고 싶다. 닭다리 두 개가 모두 내 차지이기 때문이다.
닭다리는 약간의 기름기가 돌아 살이 쫄깃하고, 손으로 잡고 먹으면 제 맛이다.
그는 닭다리가 기름지고 느글거려 싫다고 한다. 내가 싫어하는 퍽퍽한 가슴살을 담백한 맛이라며 무척 좋아한다.
같은 부위, 다른 생각 우리는 치킨을 먹을 때 상대방이 좋아하는 부위를 선심 쓰며 내어줄 수 있다.
글도 각자가 느끼하다고 느끼는 지점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감정이 흘러넘치는 글은 누구에게나 느끼함을 준다.
감성이 지배하는 밤, 내 감정에 취해 쓴 글은 분명 내가 쓰고도 다음날 읽으면 손발이 오그라든다. 느끼하지 않고 담백한 글을 쓰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강이슬의 《안 느끼한 산문집》은 제6회 브런치북 대상 수상작이다. 작가는 느끼한 글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자신이 쓰고 싶은 글을 쓰기 위해 책 제목을 먼저 정했다고 한다. 제목을 정하고 글을 쓰면 글이 다른 방향으로 벗어나는 걸 방지한다.
《안 느끼한 산문집》은 글이 청량하다. 작가의 프로필에 이런 말이 쓰여 있다. '어제도 오늘도 가난했고 내일도 가난하겠지만 가난을 팔아 돈을 벌겠다는 야심 찬 포부'를 가지고 있다. 막내작가로 3개월 동안 받은 돈이 40만 원 남짓, 지하방에서 귀뚜라미를 곱등이인줄 알고 놀랐고, 옥탑방을 벗어나고 싶었지만 전세보증금이 부족해서 계속 그곳에서 살 수밖에 없었다. 현실이 그리 녹록지 않았고 글로 다 표현하지 못한 힘듦이 분명 있었겠지만 글에는 하루하루를 당차게 살아가는 한 사람의 모습이 보인다.
첫 번째 에피소드가 충격적이고, 흡입력이 있다. 작가가 성인 방송국에서 막내작가로 잠깐 일했던 이야기이다. 회의시간에 팀 사람들이 각자 자신이 좋아하는 체위를 말하고 회의록에 남긴다. 성인방송이라는 단어에서 조금은 민망하고 낯설었지만 그곳에도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프로들이 일을 하고 있었다. 프로답게 일하는 건 어떤 것일까. 독자를 잠시 생각하게 만든다.
각자의 삶에는 고난과 역경, 재미와 감동이 담긴 자신의 이야기가 있다. 내 삶의 주체가 되려면 한 끗의 차이가 필요하다. 삶의 조각을 허투루 흘려보내지 않는 방법 중 글쓰기가 있다. 작가는 자신이 사랑하는 모든 것, 밤과 개와 술과 키스에 대해 썼다.
강이슬 작가는 글을 쓰는 동안 자신과 자신을 이루는 모든 것을 살뜰하게 살폈고 그래서 행복했다고 고백한다. 모두들 지금보다 더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글을 쓰자. 여행지에서 생긴 일, 일상에 소소한 이야기, 요즈음 내가 좋아하는 것 무엇이든 좋다. 느끼하지 않게, 담백하게, 솔직하게 때론 과감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