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과는 여전히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고, 젯스타와 에어아라비아의 면접 날짜가 다가오고 있었다. 면접 때 옷은 무엇을 입고 화장과 머리는 내가 직접 하고 가야 할까 아니면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할까. 이런 디테일 하나하나를 걱정하며 옷은 내 피부색과 어울리는 오렌지와 핑크색이 섞인 블라우스와 검정치마를 선택했다. 머리와 화장은 샵에 가면 7만 원 넘게 줘야 하기 때문에 나는 나의 손기술을 믿어보기로 했다. (당시에 나는 한참 화장품과 메이컵에 빠져있었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는 내가 나에게 어울리는 메이컵이 어떤 것인지 잘 알고 있었다)
젯스타와 에어아라비아 둘 다 동일한 그루밍으로 면접을 보았다. 두 항공사 모두 다 운 좋게 final interview까지 가뿐하게 진행이 되었다. 나의 승무원 준비기간 동안 처음으로 파이널을 가 본 항공사였다. 역시 내 노력들이 헛된 것이 아니었음을 증명해주었다. 내 기억에 젯스타와 에어아라비아 면접은 거의 비슷하였다. 젯스타는 자세히 면접 단계들이 기억은 나지는 않는다. 아마 내가 에어아라비아에 합격을 하여서 에어아라비아 면접을 더 정확하게 기억하는가 보다.
에어아라비아의 면접 단계는 간단명료하게 아래와 같았다.
1. 전체 지원자들 앞에서 자기소개하기
2. 영어 테스트
3. 키와 몸무게 체크
4. 그룹 면접
5. 파이널 인터뷰
아직도 기억이 나는 게 전체 지원자들 앞에서 자기소개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나는 내 소개를 하면서 마지막 부분에 '틱톡 틱톡 시간이 없어요 나를 놓치지 마세요!'라는 문구를 넣어서 다른 사람들이 면접이라고 너무 딱딱한 분위기를 만들지 않게 하였다. 실제로 다른 지원자들도 면접관들도 웃어서 분위기가 아주 좋았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자기소개를 하면서 나를 강력하게 뽑아야 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해 주어야 하는 것 같다. 내가 했던 것처럼 유머스러운 부분을 넣어주면 일단 가뿐하게 통과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두 번째는 영어 테스트, 아주 쉬웠다. 영어로 말할 수 있는 정도면 당연히 영어 테스트는 걱정 없이 통과가 될 것이다. 현재는 어떻게 시험이 바뀌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기본적인 영어를 구사하는 사람들도 거침없이 풀어 나갈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었다.
세 번째는 키와 몸무게 체크, 국내 항공사보다 기준이 타이트하지 않다. 키는 오버헤드빈을 닫을 수 있을 정도로 크면 되고 몸무게는 너무 과체중이거나 너무 저체중만 아니면 된다. 키가 너무 크지 않아도 되는 것이 승객 좌석 아래에 보면 발을 딛고 설 수 있는 부분이 있다. 그래서 키가 그렇게 크지 않아도 괜찮은 것 같다. 당시에 여승무원만 뽑으려고 해서 남자 지원자들은 아마 이 부분에서 대거 탈락을 했다. 우선 면접의 기회는 주는 것 같다. 이럴 때는 실망하지 말고 면접 연습을 했다는 셈 치고 다음 기회를 기다려야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항공사들은 남승무원들을 잘 채용하지는 않는 편이다. 하지만 그중에 한 번씩 뽑아는 가니 너무 큰 실망은 안 했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항공사에는 남자 승무원들이 많이 필요한 것 같다. 기내에는 다양한 사건과 사고들이 일어난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래도 여자보다 남자들이 신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상당히 있기 때문이다. 이래서 모든 직업에는 남녀 비율을 적절히 섞어서 일을 해야 하는 것 같다.
그렇게 나는 세 번째까지 통과가 되고 있었다. 이제 두 단계만 하면 끝이야. 나에게도 드디어 파이널 갈 수 있는 기회가 오는 것인가. 그런데 문제는 그룹면접이었다. 다른 지원자들 사이에서 나를 돋보이게 하면서 그룹 간의 팀워크도 보여줘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통과할 수 있을까. 한 겨울에도 손에 땀이 나고 온 몸이 떨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