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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선표 Jun 25. 2019

농업계 MIT 나온 박사가 시골깡촌 돌아다니는 이유

한국, 미국, 네덜란드에서 농업 연구한 박사가 교수 대신 창업택한 까닭

“네덜란드 와게닝겐대학에서 공부할 때 같은 연구실에 있었던 네덜란드 박사 과정 친구들이 모두 4명이었는데 한 명도 안 빼놓고 모두 다 창업을 하더라고요. 바스티안이란 친구는 닭들이 알을 낳으면 저절로 가서 수거해오는 로봇을 만들어 창업했고, 바우터란 친구는 장미를 크기와 얼마나 활짝 피었는지에 따라 저절로 분류해주는 기계를 만들어서 자기 회사를 차렸죠. 박사 학위를 따고 나면 거의 대부분 연구원이나 교수가 되는 길만 생각하는 한국과는 너무 달라서 깜짝 놀랐죠.”


서현권 에이넷(A·net) 본부장 겸 충남대 바이오시스템기계공학과 연구교수(40)는 국내 농업계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힘든 농업 로봇‧AI(인공지능) 전문가로 꼽힌다. 사탕무 밭을 누비면서 알아서 잡초를 제거하는 자율주행 로봇과 농장주가 스마트폰으로 끈끈이에 붙잡힌 벌레들의 모습을 사진 찍으면 현재 농장 안에 있는 해충들의 종류와 숫자를 추정해서 말해주는 시스템 등이 그가 연구‧개발에 참여한 대표적인 프로젝트다. 


개발 중인 잡초 제거 로봇 앞에서 촬영한 서현권 교수


컴퓨터조차 없는 농장도 적지 않은 한국 농업 현실에서 서현권 교수가 네덜란드에서 연구했던 최첨단 농업기술은 말 그대로 ‘먼 나라 이야기처럼’만 느껴진다. 서 교수는 지난해 7월 6년여간의 네덜란드 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귀국했다. 네덜란드에 계속 있었다면 본인이 좋아하는 연구 활동에만 집중하며 학자로서의 경력을 더 높이 쌓아나갈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귀국 후 충남대 연구교수로 지내던 그는 얼마 전부턴 농업 교육기관 에이넷에서 본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현장에서 일하는 농민과 농식품기업인들을 직접 만나 그들이 겪는 어려움을 듣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를 내놓기 위해서다. 사무실에만 머무르는 게 아니라 시간이 될 때마다 전국 각지에 있는 농가들을 찾아다니면서 농민들이 농사를 지으면서 겪는 어려움들이 무엇인지를 눈으로 확인하고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 


20대와 30대의 대부분을 농업 로봇‧인공지능에 대한 공부와 연구에 바친 그가 창업을 준비하는 이유는 뭘까? 


어린 시절 부모님의 과수원 농사일을 돕는 게 싫었던 경북 칠곡군 감 과수원 집 아들은 어떻게 농업 로봇과 인공지능을 연구하게 됐을까?


<더농부>와 만나 농업 기술에 대해 설명하는 서현권 교수


가슴 떨렸던 공고문에 네덜란드행을 택하다


서 교수는 미국, 한국, 네덜란드를 오가며 농업 공학을 공부했다. 학부는 미국 아이오와주립대 농업시스템학과를 나왔고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서울대 바이오시스템공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고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박사 학위를 받는 일만 남겨두고 있었던 2012년 그는 갑자기 학위를 포기하고 네덜란드로 떠났다. 해외 학술단체 홈페이지에서 우연히 발견한 모집 공고가 그를 끌어당겼기 때문이었다. EU(유럽연합) 농업 부문에서 스마트봇(Smart+Bot) 프로젝트란 이름으로 스스로 농장을 누비며 잡초를 제거하는 로봇을 개발하려 하는데 연구‧개발에 참여할 박사 과정 학생을 모집한다는 공고였다. 실제로 연구를 담당하는 곳이 네덜란드의 와게닝겐대학교였다. 


“공고문을 보자마자 가슴이 떨렸어요. 제가 꼭 연구해보고 싶었던 모든 기술이 그 안에 다 들어가 있었거든요. 공고를 보자마자 바로 이력서를 냈고 2주 뒤쯤에 화상 면접을 보고 입학을 허가받았어요. 아내와 결혼하고 9월에 바로 네덜란드로 떠났죠.”


네덜란드 와게닝겐 대학(왼쪽)과 연구팀 동료들과 함께 찍은 단체 사진


일반인들에겐 생소할 수도 있지만 네덜란드 와게닝겐대학은 농업과 임업 분야에서 세계 최고로 평가받는 대학이다. (QS 세계 대학 평가 2019 기준) 6500명의 교직원과 1만 2000명의 학생들이 속해있는 이 대학의 특징은 대학이면서 동시에 정부 연구기관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식 영문 명칭이 ‘Wageningen University & Research’인 것도 이 때문이다. 대학으로써 기초과학을 연구함과 동시에 산업 현장에서 필요한 각종 실용적인 기술들을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서 교수는 네덜란드에 도착해 다시 박사 과정 학생으로서 학문을 공부하고 또 농식품로봇그룹 연구원으로서 잡초 제거 로봇을 개발하는 일을 시작한다. 서 교수가 참여한 프로젝트는 사탕무를 재배하던 유럽 농민들의 골치를 썩이던 잡초를 알아서 스스로 제거하는 로봇을 개발하는 게 목표였다. 


한국의 경우 사탕무 대신 사탕수수를 수입해 설탕을 만들기 때문에 사탕무 재배 농가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프랑스, 독일, 영국, 러시아, 폴란드, 네덜란드 등에서는 폭넓게 키우는 작물이고 전 세계에서 생산하는 설탕의 20~30%가량은 사탕무를 원료로 한 것이다. 


유럽연합이 사탕무 농장의 잡초를 제거하는 로봇을 개발하려고 시도한 건 사탕무 밭에서 자라는 자생감자(Volunteer Potato)라고 불리는 잡초가 감자역병균이라는 병을 퍼뜨리기 때문이다. 감자역병균은 19세기 아일랜드에서 발생한 감자 대기근을 불러일으킨 병이다. 


잡초 제거 로봇을 살피는 서현권 교수


농업 로봇 개발이 다른 로봇 개발보다 어려운 점 3가지


네덜란드에서는 농민들이 밭에 있는 자생감자를 제대로 제거하지 않으면 법에 따라 처벌을 받는다. 그만큼 이 잡초를 뿌리 뽑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사탕무 농장에서 자생감자를 몰아내기 위해 농민들이 해야 하는 노동의 양은 만만치가 않다. 


서 교수와 동료들의 역할은 잡초 제거 로봇을 만들어 농민들의 노동을 줄이는 것이었다.


서 교수는 잡초 제거 로봇의 개발 과정에 대해서 설명하며 농업용 로봇이 마주치게 되는 세 가지 어려움에 대해서 짚었다. “이 같은 문제들은 어느 나라에서 농업용 로봇을 개발하더라도 연구자들이 마주치는 문제들”이라는 게 서 박사의 설명이었다. 


“농업 현장에서 쓰이는 로봇을 만들 때는 공장에서 사용하는 산업용 로봇을 만들 때보다 어려운 점이 몇 가지 더 있어요. 첫째는 농민들이 가격에 엄청 민감해서 최대한 싸게 만들어야 한다는 거예요. 한국뿐 아니라 외국 농민들도 가격에 정말 민감하시거든요. 가격이 조금만 높다고 생각되면 그냥 사람을 써서 일을 시키는 걸 택하세요. 아무리 잘 만든 로봇이더라도 가격이 비싸면 현장에서 선택받지 못하니까 최대한 싸게 만드는 게 중요하죠.”


연구실 실험 장비를 점검하는 모습(왼쪽)과 동료들과의 단체 사진


“두 번째 어려움은 로봇이 활동하는 환경을 통제할 수 없다는 거예요. 공장에서 로봇을 사용할 때는 그 로봇이 어떤 조명, 온도, 습도에서 일하게 될지를 예측할 수가 있잖아요. 실내니까 그런 조건들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도 있고요. 그런데 농장에서는 전혀 그렇게 할 수가 없죠. 햇볕이 쨍쨍 내리쬐다가도 갑자기 비가 몰아칠 수도 있고 바람이 엄청나게 불 수도 있고요. 농업용 로봇은 만들 때 어떤 조건에서도 움직일 수 있게 하는 게 중요해요.”


“세 번째 문제점은 농업 로봇이 다뤄야 하는 농산물 자체가 규격화되기 힘든 제품이라는 거죠. 사과만 봐도 한 알 한 알 다 모양, 빛깔, 크기, 무게가 다르잖아요. 잡초도 마찬가지고요. 로봇이 다뤄야 하는 제품 하나하나가 다 그렇게 조금씩 다르니까 연구자로서는 로봇을 개발할 때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더 많죠.” 


서 교수는 자신이 처음 농업 로봇 개발에 참여한 2012년 무렵의 이야기를 전하면서 “몇 년 안 됐는데 그 사이 기술이 정말 많이 발전했다”는 말을 몇 번이나 반복했다. 


불과 7년 전인 2012년만 해도 농업 로봇에 소형 배터리를 장착해서 농장 곳곳을 돌아다니게 한다는 아이디어는 새로운 시도라는 평가를 받았었는데 이제는 대부분의 농업 로봇이 그렇게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또 그 무렵만 해도 농업 로봇에 인공지능을 적용해 로봇이 스스로 ‘이 풀이 잡초인지 작물인지’, ‘이 파프리카를 따도 되는지 아닌지’를 판단하게 만든다는 건 쉽게 생각하기 힘든 아이디어였지만 지금은 그 아이디어 역시 현실화됐다. 


연구팀 동료들과 함께 폐고철로 자전거를 만드는 모습


지난 7년간 농업 로봇에 불어닥친 변화만 생각해봐도 기술이 얼마나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2016년 사탕무 잡초 제거 로봇 개발을 마무리하고 비슷한 시기 와게닝겐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마무리한  서 교수는 그 이후에는 박사 후 연구원 자격으로 인공지능을 적용한 파프리카 자동 수확 로봇과 역시 인공지능을 활용해 농장 안의 해충이 얼마나 되는지를 추정하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참여한다. 


서 교수가 연구 지원 역할을 담당했던 파프리카 자동 수확 로봇의 경우 로봇에 탑재된 인공지능에게 복잡한 농장 환경 속에서 움직이는 방법과 어떤 파프리카가 수확해도 될 만큼 충분히 익었는지, 또 따서는 안되는 파프리카는 어떤 건지를 가르치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했다. 


3D 가상환경으로 실제 파프리카 농장을 본뜬 가상 농장을 만든 뒤, 가상 농장에서 가져온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공지능을 가르친 것이다.  진짜 농장에 가서 인공지능을 학습시키는 데 필요한 데이터를 구해오기 위해선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에 비해 3D 가상환경 기술을 이용해 가상 농장을 만든 뒤 그곳에서 데이터를 뽑아내는 건 비교적 간단한 일이었기 때문에 인공지능을 학습시키는 데 들어가는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이렇게 수천 시간을 3D 가상환경에서 학습하게 한 뒤 실제 파프리카 농장에 로봇을 내보내 실전 경험을 더 쌓게 하는 방식이다. 


온실 로봇 카메라를 테스트하는 모습


“파프리카 수확 로봇의 경우 EU 평가 위원들한테 아직 현장에서 사용하기엔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어요. 로봇이 가지 사이에 숨겨진 파프리카를 발견하지 못하거나 파프리카 꼭지와 표면에 흠집을 내는 문제가 있었거든요. 그런데 제가 여기서 네덜란드 연구자들이 굉장히 실용적이라고 느낀 게 보통 이럴 경우 저 같았으면 '그래, 그럼 로봇을 더 잘 만들어서 이 문제를 해결해보자'라는 식으로  생각했을 텐데, 네덜란드 친구들은 다르게 접근하더라고요."


"파프리카 농장의 재배 환경을 아예 로봇에 맞게 바꿔준다면 로봇이 더 쉽게 수확 작업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역발상을 하더라고요. 따지고 보면 지금의 농장 재배 환경은 다 사람에게 맞춰진 거잖아요. 그동안은 사람만이 농장에서 일했으니까요. 그런데 앞으로는 로봇이 일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날 테니까 농장 시설도 로봇이 쉽게 일할 수 있는 환경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거였죠. 심지어 파프리카 종자까지 로봇이 편하게 수확할 수 있는 품종으로 개량하려고 하더라고요. 예를 들면 꼭지 부분인 '기역(ㄱ) 자'처럼 생긴 품종을 개발해서 로봇이 파프리카를 더 쉽게 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거였어요. 이게 네덜란드 연구자들의 역발상 아이디어였는데 자기 전공 분야뿐 아니라 다른 분야의 지식과 기술을 빌려서 어떻게든 문제를 빠르고, 확실하게 해결하려는 태도가 인상 깊었어요."  


이후 서 교수는 농장주가 농장 내 끈끈이에 붙잡힌 해충 사진을 스마트폰으로 찍어 보내면 인공지능이 해당 농장의 면적, 재배 작물의 특성 등을 감안해 현재 농장 안에 특정 해충이 몇 마리나 있는지를 분석해주는 해충 탐지 시스템 개발에 참여했다. 이 연구는 현재 드론이 농장 곳곳을 스스로 돌아다니며 해충들의 종류와 수를 분석하는 단계까지 발전했다. 


와게닝겐 대학교 행사를 진행하는 모습


한국으로의 귀국을 결심한 이유


네덜란드에서 연구원으로 활발하게 일하던 서 교수가 귀국을 결심하게 된 건 2018년 초였다. 학술대회에서 만난 조병관 충남대 바이오시스템기계공학과 교수로부터 “한국에 와서 네덜란드에서 배운 걸 후배들한테 가르치는 게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받은 것이다. 


그 무렵 와게닝겐대학에서 연수 중이던 민승규 전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으로부터 “한국에 돌아가서 함께 한국 농업을 발전시키는 일을 해보자”는 제안을 받은 것도 귀국을 결심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처음 네덜란드로 떠났을 때는 아내와 단둘이었지만 돌아올 때는 네덜란드에서 태어난 딸까지 세 식구였다. 


지난해 7월 한국에 돌아와 충남대 연구교수로 일하기 시작한 서 교수는 몇 달 후 민승규 전 차관의 권유로 농업 분야 인공지능을 연구하고 농민과 농식품 기업인들 대상으로 교육 과정을 운영하는 에이넷(A·net)의 멤버로 참여하게 된다. 창업을 위한 밑바탕을 다지기 위해서였다. 자신의 연구‧개발 경험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창업을 나서기 전 먼저 현장에서 일하는 농민들은 어떤 일들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이 문제를 공학 기술이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를 파악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잡초 제거 로봇을 테스트하는 모습


와게닝겐대학에서 같은 연구실에서 있었던 박사 과정 동료들 모두 졸업 이후 각자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창업에 나선 것도 그가 창업 쪽으로 방향을 튼 배경 중 하나다.


“네덜란드에서 함께 공부했던 친구들은 다들 정말 똑똑한 친구들이었어요. 대부분 학년을 월반해서 대학에 들어오기도 했고 그쪽은 군대도 안 가니까 스물일곱, 여덟에 박사 학위를 받더라고요. 그러고 나서는 다들 자기가 연구한 내용을 바탕으로 실제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서 자기 비즈니스를 하더라고요. 공공기관에 연구원으로 취직한 친구도 ‘나는 창업이 적성에 맞다’고 뛰쳐나와서 스타트업에 들어가고요.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모습들이죠.”


서 교수는 네덜란드 연구자들의 가장 큰 강점을 항상 농가를 찾아 농민들과 대화하면서 이들이 어떤 기술을 필요로 하는지 끊임없이 묻고 확인하는 태도라고 말했다. 연구자들이 ‘하고 싶은 연구’, ‘할 수 있는 연구’를 하는 게 아니라 ‘해야만 하는 연구’를 한다는 말이었다.


온실 앞에서


“사실 네덜란드 연구자들이 현장을 중시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긴 해요. 네덜란드 정부가 대학의 기초과학 연구는 꾸준히 지원하고 있지만 연구기관에서 하는 실용 연구에 대해서는 점점 지원을 줄이고 있거든요. 농기업과 농민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연구를 해서 그들로부터 연구비를 직접 받으라는 게 네덜란드 정부가 이끌고 가는 방향인 거 같아요. 연구자들 입장에선 현장 농민들의 문제점 해결에 초점을 맞춰야만 연구비 확보가 가능하고, 또 이들이 겪는 문제를 해결해줘야만 학자, 연구원으로서의 자신의 명성도 높아지는 거니까 현장에 있는 분들의 의견에 계속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죠. 이들이야말로 자기들의 가장 큰 고객이니까요.”


고 3 시절 읽은 한 권의 위인전이 농업 연구를 결심하게 하다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서 교수에게 여러 분야 중에서 농업 분야를 전공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 물었다. 서 교수는 원래 자기도 자신이 농업을 연구하게 될 줄은 몰랐다고 답했다. 십 대 시절 그는 주말과 방학마다 부모님의 감 과수원 농사를 돕는 게 싫었던 청소년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그의 부모는 경북 칠곡군에서 2000~3000평 규모의 감 과수원을 운영했다. 규모는 줄었지만 지금도 계속해서 감 농사를 짓고 있다. 


“고3 때 학교 영어 시간에 영문 위인전을 읽는 시간이 있었는데 그때 읽었던 책의 미국의 ‘땅콩 박사’ 조지 워싱턴 카버 박사님의 위인전이었어요. 이 분은 남북전쟁 무렵에 태어난 흑인이자 뛰어난 농업 학자셨어요. 책을 읽어보면 이분이 정말 엄청난 차별과 고통을 겪으면서 자랐다는 걸 알 수 있어요. 그런데 이분이 대단한 게 자신이 겪었던 차별에 복수하거나 아니면 원망만 하며 사는 게 아니라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 사람들을 돕는데 평생을 헌신하면서 사셨어요.”


네덜란드 유학 시절 지도 교수와 함께한 서 교수


“이 분이 땅콩 박사로 불리는 게 자신이 갖고 있는 지식을 활용해서 땅콩으로 만들 수 있는 있는 수많은 제품들을 개발했기 때문이에요. 땅콩버터, 땅콩 우유, 땅콩 구두약 같은 걸 개발하셨죠. 이렇게 개발한 땅콩을 활용한 상품들이 무려 200개가 넘어요. 그리고 이분이 이렇게 한 덕분에 미국에서 땅콩에 대한 수요가 많이 늘어났어요. 덕분에 땅콩값이 폭락하면서 망해가던 수많은 농민들이 다시 희망을 갖고 살아날 수 있었고요. 또 이분이 이렇게 한 덕분에 흑인에 대한 차별이 조금은 줄어들었고요. 고3 때 이분의 책을 읽으면서 큰 감동을 받았고 나도 나중에 저런 일을 해보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던 게 지금까지 계속 농업을 연구하는 계기가 된 거 같아요.” 


그가 졸업한 경남 거창고등학교에는 학생들에게 직업을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하는 10가지 조건을 가르치고 있다. 포털 검색창에 거창고등학교 직업선택 십계명이라고 검색하면 관련 내용들을 확인할 수 있다. 그중 몇 가지만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월급이 적은 쪽을 택하라’, ‘내가 원하는 곳이 아니라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을 택하라’, ‘모든 조건이 갖추어진 곳을 피하고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황무지를 택하라’, ‘한가운데가 아니라 가장자리로 가라’


서 교수와의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이 문장들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홍선표 한국경제신문 기자

rickeyg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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