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씨앗맨'의 판을 바꿔 농산물 소비를 늘리는 3단계 비즈니스
“이번 겨울에는 대파 때문에 농가들이 난리예요. 겨울에 눈도 안 오고 너무 따뜻하니까 대파들이 평소보다 훨씬 많이 생산돼서 가격이 엄청 떨어졌거든요. 지난해 여름엔 양파 때문에 난리였던 거 기억하시죠?
대파든 양파든 품목만 달라지지 이런 일이 매년 반복되고 있어요.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정부, 농협, 언론에서는 소비자들한테 ‘대파를 많이 드셔주세요’라고 캠페인을 하지만 사실 그런 캠페인은 한계가 있잖아요.
사람들이 라면 먹을 때도 대파를 송송 썰어 넣고, 삼겹살 먹을 때도 파절이를 평소보다 많이 먹을 순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평소에 한 단을 먹던 대파를 갑자기 세 단, 네 단 먹을 수는 없는 거죠."
"30년 동안 농업계에 있으면서 이런 모습을 정말 많이 봤어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농산물을 농축해서 건강기능성 성분을 뽑아내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됐고요. 5톤 트럭에 가득 실린 대파도 엑기스만 뽑아내면 600~700㎏ 밖에 안 되거든요.
농산물에서 기능성 성분을 뽑아내게 되면 국산 농산물 소비도 크게 늘릴 수 있는 거죠.
이렇게 뽑아낸 엑기스는 건강기능식품은 물론이고 앞으로 시장이 엄청나게 커질 HMR(간편조리식)에 들어가는 소스 원료로도 쓸 수 있죠. 화장품이나 미용제품에도 쓸 수 있고 사용할 수 있는 데가 무궁무진하죠”
‘천농’은 충남 논산시 노성면에 자리 잡은 종자·농업 자재 유통회사입니다. 멜론, 수박, 양파, 배추, 마늘, 상추 등 여러 농산물의 종자(씨앗)와 각종 비료, 영양제 등 다양한 농자재를 지역 농가들에게 판매하는 회사죠.
농촌 지방자치단체, 지역 농협, 작목반, 개별 농민 등을 대상으로 작물 재배법에 대해 교육하는 교육 사업과 현장 농가를 찾아 효과적인 재배법에 대해 조언하는 컨설팅 사업도 함께 하고 있는 업체입니다.
천농은 12명 의 직원이 일하는 작은 회사지만 매년 60여 억 원의 적지 않은 매출(위탁판매 매출 포함 금액)을 올리고 있는데요.
단순히 종자와 농자재를 판매만 하고 끝내는 게 아니라 자기 회사 제품을 사용하는 농민들을 정기적으로 찾아가 어떻게 하면 품질 좋은 농산물을 많이 수확할 수 있는지를 컨설팅해주고,
일부 농가에 대해서는 수확한 농산물의 유통까지 도와주는 사업 구조를 만듦으로써 회사 설립 10년 만에 적지 않은 매출을 올리는 회사가 될 수 있었습니다.
<더농부>가 최근 천농의 김상식 대표를 만나 인터뷰한 건 매년 한국 농업계에 불거지는 과잉 생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묻기 위해서였습니다.
앞서 김상식 대표가 언급했듯 지난해 여름엔 양파, 올해 겨울엔 대파가 지나치게 많이 생산되면서 가격이 폭락하는 문제가 터졌는데요.
사실 많은 독자분들이 아시다시피 이런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특정 작물을 심는 농민이 크게 늘어났거나 아니면 이상 기온 때문에 특정 작물이 평소보다 지나치게 많이 생산되는 일이 나타나면서 과잉 생산과 가격 하락이라는 문제가 반복되고 있는데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농협 등에서도 이 같은 과잉 생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왔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자기가 갖고 있는 땅에 자기가 원하는 작물을 심겠다는 농민들에게 ‘이 작물은 심지 마라’고 강요할 수는 없으니까요.
김상식 대표는 1990년 종자회사인 서울종묘에 입사한 이후 지금까지 줄곧 농업계, 그중에서도 종자 유통업에서 일하고 있는 인물입니다. 2010년엔 자신의 회사인 천농을 세웠는데요.
농민들을 만나 씨앗을 판매하는 일만 수십 년째인 그는 ‘인위적으로 생산량을 조절하려는 시도는 효과가 적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을 갖고 있는데요.
대신 농산물이 과잉 생산되더라도 이를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그가 갖고 있는 생각입니다. 그는 오는 5월에 지금 짓고 있는 공장이 완성되는 대로 농산물 가공과 유통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는데요.
그가 이 같은 영역에 진출하려는 것도 '농산물 전처리(1단계) → 농산물에서 건강기능성 성분 추출·농축(2단계) → 프리미엄 신선채소 재배·유통(3단계)'라는 3단계 전략을 통해 국산 농산물의 소비를 늘리는 게 과잉생산과 가격 폭락이라는 한국 농업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갓 수확한 농산물을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서 먹는 방법만 생각할 게 아니라 이를 다른 가공식품이나 건강기능식품의 원료로 만들어서 소비를 늘리는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는 거죠.
지금부터는 김상식 대표가 이 같은 생각을 갖게 된 이유와 자신의 생각을 현실로 만들기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요즘 김상식 대표는 모든 시간과 정신을 5월 들어설 농산물 가공공장 공사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더농부>가 방문했던 날에도 그는 며칠 동안의 지방 출장을 마치고 올라오자마자 곧바로 공장 터를 살피고 사무실로 돌아왔는데요.
3층 높이의 연면적 1880㎡(약 570평) 규모의 이 공장은 김상식 대표가 그리고 있는 기능성 원료 개발과 제품 생산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전진 기지’입니다. 다양한 농산물을 가공해 기능성 원료를 뽑아낸 뒤 이를 상품으로 만들어 판매하기 위한 공간이죠.
본격적으로 식품 가공·유통업에 뛰어들 것을 대비해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의 해썹(HACCP·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 기준에 따라 공장을 건설하고 있습니다.
김상식 대표는 종자와 농자재를 갖다가 파는 일, 즉 유통업을 해오던 자신이 새롭게 제조업의 영역에 뛰어들기로 결심한 데는 몇 가지 이유와 배경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우선 30년간 꾸준히 종자를 취급해오면서 각각의 농산물에서 뽑아낼 수 있는 기능성 성분의 종류와 효능을 대한 전문 지식을 갖출 수 있었고요. 덕분에 같은 농산물이라도 어떤 종자를 심어야 더 많은 기능성 물질을 추출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알 수 있게 됐습니다.
“1990년에 큰 종자회사 중 하나인 서울종묘에 입사했어요. 처음에 했던 일은 전남 해남에 있던 회사 연구 농장에서 농사를 짓는 일이었어요. 농고(농업고등학교만) 졸업하고 막 들어왔던 건데 지금 제가 생각하더라도 정말 그때는 열심히 일했거든요.
식물을 육종해서 새로운 품종을 만들어낸다는 게 너무 신기해서 연구소에 계시던 조동연 선임연구원님께 계속 찾아가서 물어보고, 또 물어보면서 육종 일을 배웠어요. 조 연구원님은 나중에 제가 방송통신대 농학과에 진학해서 더 전문적으로 육종과 농업기술을 배울 수 있도록 많이 도와주셨던 정말 감사한 선배님이세요."
"그리고 이렇게 새로 들어온 어린 친구가 일을 열심히 하니까 그 이야기가 본사까지 올라갔고 회사에서도 군대 다녀와서도 계속 일해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대한 다음에도 계속 서울종묘에서도 일하게 됐어요. 그때 서울종묘 직원들이 몇백 명이 됐었는데 제가 처음으로 고졸 출신 연구원이 됐어요.
아시겠지만 회사 연구소 연구원들은 다들 학력이 높잖아요. 석사는 명함도 못 내밀고 박사는 돼야 연구원으로 뽑아주는 건데 저는 고등학교만 졸업했는데도 연구원을 시켜주더라고요. 그때는 정말 회사에 고마웠고, 감사한 만큼 저도 열심히 일했죠”
이후 김상식 대표는 서울종묘에서 근무하면서 농작물을 육종하는 일과 함께 전국 곳곳을 누비며 회사 종자를 사서 농사짓는 농가들을 찾아가 종자의 특성에 맞는 재배법을 교육하는 일을 맡게 됩니다.
같은 작물이더라도 어떤 씨앗을 심었는지에 따라 잘 자라는 재배 환경이나 재배하는 방법이 다른데 매일 같이 농가들을 찾아가 이에 대해 하나하나씩 알려드리는 일이었죠.
농민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농민들은 어떤 특성을 갖춘 종자를 필요로 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 뒤 이를 동료 직원들에게 전달하고 이에 맞는 종자를 개발하는 일도 담당했죠.
이렇게 매일같이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농민들과 만나는 바쁜 회사 생활 와중에도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농학과에 진학해 농학 학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보다 깊이 있고 체계적인 전문 지식으로 활용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김상식 대표가 이끄는 천농은 종자·농자재 유통뿐 아니라 재배법 교육과 현장 컨설팅도 주업으로 하고 있는데요. 강연 방식의 영농 교육은 1년에 180회가량 이뤄지는데 이 중에 김상식 대표가 직접 연단에 오르는 강연이 70~80건가량입니다.
재배 현장을 찾아 농가가 좋은 품질의 농산물을 최대한 많이 생산하도록 조언해주는 현장 컨설팅은 1년에 70일가량 진행하고 있고요.
(지금 이 글처럼 스스로의 전략으로 일어난 국내 중소기업 창업자들과 손정의, 빌 게이츠, 앙겔라 메르켈, 레이 달리오, 윈스턴 처칠 등 탁월한 리더와 뛰어난 기업인들의 전략을 내 삶에 벤치마킹할 수 있도록 쉽고 깊이있게 설명한 <내게 유리한 판을 만들라>가 출간됐습니다.)
(예스 24)
20대 초반부터 전국 곳곳을 누비며 다양한 재배 사례를 접하고 각각의 상황에 맞는 해법을 제시했던 경험이 오늘날 김상식 대표를 다양한 농작물의 특성과 재배법에 대해 꿰고 있는 전문가로 만든 것이죠.
30년간 전국 각지의 많은 농민들과 교류하며 그들로부터 신뢰를 얻은 덕분에 자기 회사를 차렸을 때도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종자와 농자재의 판로를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앞서 말씀드렸듯 이 같은 전문지식과 농민들과의 네트워크는 그가 이번에 새롭게 농산물 가공공장을 차리는 데도 큰 도움이 됐는데요.
그는 이번에 30억 원의 돈을 투자해 새롭게 차리는 공장의 청사진을 크게 3단계로 나눠서 그리고 있습니다. 1단계와 2단계 목표를 순조롭게 달성한 뒤 3단계까지 ‘치고 나간다’는 게 그의 전략이죠.
먼저 공장을 설립한 뒤 1단계 목표로는 농산물 전처리 전문 회사로 탄탄히 자리 잡는 게 목표입니다. ‘전처리’란 쉽게 말하면 농산물을 재료로 음식을 만들기 전에 채소 등을 손질하는 과정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예를 들어 집에서 김치를 담글 때도 마늘과 생강을 다지고, 배추 겉잎을 속아내고, 배춧속의 들어갈 무를 가늘게 썰어놓는 등의 준비 과정이 필요한데요. 이 같은 준비 과정이 전문 용어로는 전처리라고 불립니다.
집에서 음식을 만들 때도 이 같은 손질·준비 과정이 만만치는 않은데요. 대규모로 식품을 가공하는 식품공장들 중에서는 이 같은 전처리 과정을 외부 전문업체에 맡기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덕분에 농산물 전처리만을 전문으로 하는 많은 기업들이 있고요.
김상식 대표는 우선 이 같은 농산물 전처리 전문기업으로 뿌리를 내리는 게 1차 목표라고 설명합니다. 자신의 최종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우선 안정적으로 현금을 만들어내는 ‘캐시 카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공장을 짓고, 여기서 일할 직원들을 뽑고, 또 연구소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돈을 합하면 30억 원 정도가 되더라고요. 사실 전처리 공장 같은 경우는 정부나 지자체에서도 공장 짓는 걸 장려하기 때문에 저희가 노력만 하면 정부 정책 자금을 지원받는 것도 그렇게 어려운 건 아닌 거 같아요.
그런데 저희는 이 단계에서는 정부 보조금을 받지 않기로 했어요. 일단 처음에 필요한 30억 원은 금융기관한테 대출을 받아서 저희가 직접 마련하기로 했어요.
그냥 전처리 공장에 머무는 게 아니라 앞으로 건강기능성 성분 추출과 신선 채소 유통까지 나아갈 계획인데 첫걸음을 뗄 때부터 정부 자금을 지원받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거든요. 일단 나중에 지원을 받든, 안 받든 처음 기반을 만드는 과정은 저희 힘으로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저희 힘으로 한번 싸워봐야 저와 저희 동료들의 사업 계획이 진짜 시장에서 먹힐지 안 먹힐지도 볼 수 있는 거고요."
농산물 전처리 업체로 자리를 잡은 다음에는 식품에서 기능성 성분을 추출해내는 전문 기술을 갖춘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게 그의 계획입니다.
“농산물에서 기능성 성분을 뽑아내겠다는 말이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쉽게 설명드리면 이런 거예요. 상추를 먹으면 잠을 푹 자는 데 도움이 된다는 건 들어보셨죠? 이건 상추 안에 들어있는 락투신과 락투코피크린이란 성분 덕분이에요. 이 물질들이 사람의 수면을 유도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잠을 잘 자고 싶다고 해서 사람이 식사 때마다 상추를 포기째 먹을 수는 없잖아요. 농산물을 원물로 많이 먹는 건 한계가 있어요. 사람의 위(胃) 크기가 정해져 있는데 당연한 거죠. 이럴 때 필요한 게 농산물에서 특정 성분만 뽑아내서 농축하는 기술이에요. 상추 같은 경우에는 방금 말한 두 성분이 되겠죠.
농산물에서 이렇게 건강에 특히 도움이 되는 기능성 소재만 뽑아낼 수 있으면 이걸 활용할 수 있는 데는 무궁무진하죠. 예를 들어 요즘은 사람들이 편의점이나 샐러드 전문점에서 샐러드를 많이 사 먹잖아요. 특히 젊은 분들 중에서는 샐러드로 식사를 해결하는 분들도 많고요."
"이럴 때 지금 말한 상추에서 농축해서 뽑아낸 수면을 돕는 물질을 드레싱 소스로 넣은 샐러드를 만들어 팔면 어떻게 될까요? ‘잠 잘 오는 샐러드’, ‘숙면 샐러드’ 같은 이름을 붙여서 팔 수 있겠죠. 평범한 다른 샐러드들보단 인기가 있을 거고 분명 값도 더 높이 받을 수 있겠죠.
또 앞으로는 가정간편식(HMR) 시장이 지금보다 훨씬 더 커질 텐데 비슷비슷하게 만들어지는 가정간편식의 맛을 결정하는 건 결국 소스를 얼마나 맛있고 진하게 만드냐이거든요.
제가 지금까지 말한 기능성 성분을 소스를 만드는 데 넣으면 음식 맛도 좋게 만들 수 있고 건강에도 도움이 되니까 이런 성분이 들어간 소스에 대한 수요도 크게 늘어날 거고요.
기능성 성분을 뽑아내서 소스를 만들려면 그냥 농산물을 원물로 먹을 때보다 훨씬 더 많은 농산물이 필요할 테니 국산 농산물의 소비를 늘리는 데도 도움이 되겠죠.
지금처럼 대파가 남아돌거나 지난해 여름처럼 양파가 남아돌 때는 이걸 미리 사들여서 잘 보관한 다음에 기능성 소재를 뽑아내 납품하거나 아니면 저희가 직접 소스 같은 제품을 만들 수 있겠죠.
이렇게 되면 지금처럼 남아도는 농산물들의 소비를 늘리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거예요.”
1단계(농산물 전처리)와 2단계(기능성 성분 추출)를 통해 회사를 성장시킨 뒤에 김상식 대표가 나아가려 하는 최종 목표는 건강기능성 성분을 일반 농산물보다 더 많이 갖고 있는 기능성 신선 채소를 재배해 판매하는 일입니다.
30년간 종자 회사에서 일한 덕분에 같은 농작물이더라도 종자에 따라서 기능성 성분의 함유량이 다르다는 사실을 배울 수 있었고, 농작물에 특정 성분이 많이 담긴 영양제를 줘서 이 같은 기능성 성분의 함유량을 늘리는 방법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갖게 됐는데요.
본인이 현재 종자를 납품하고 있는 농가들과 계약을 맺고 기능성 성분이 더 많이 담긴 종자를 자신이 정한 재배법에 맞춰 키우게 한 뒤 이를 납품받아 직접 유통하겠다는 계획이죠.
몸에 좋은 영양분을 더 많이 갖고 있는 ‘프리미엄 채소’인 만큼 시장에서 판로를 뚫는데도 유리하고, 시장에서 가격이 오르고 내리는 것과 상관없이 안정적인 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게 김상식 대표의 설명입니다.
그동안 종자·농자재 유통업에서 일하면서 쌓은 경험과 일 년에 70~80차례 농민들 앞에서 강연을 하고, 70일가량은 농가를 찾아 재배법을 컨설팅하면서 맺어온 네트워크가 그로 하여금 ‘신뢰할 수 있는 농민들과 계약 재배를 맺어 프리미엄 채소를 생산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한 것이죠.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김상식 대표는 국산 농산물 소비를 늘리기 위해서는 ‘농산물을 많이 먹자’는 캠페인을 벌이는 것 이상의 대안의 필요하다는 말을 다시 한번 강조했습니다.
발상과 관점 자체를 바꿔야만 국산 농산물 소비가 점점 줄어드는 기존의 판을 뒤엎어 버릴 수 있다는 거죠.
“저희 회사는 종자 회사예요. 농자재도 파는 회사죠. 소비자들이 국산 농산물을 덜먹으면 농사짓는 농민들도 줄어들 거고. 이렇게 고객들이 줄어들면 당연히 저희 회사도 힘들어질 수밖에 없죠. 국산 농산물 소비를 늘리는 건 농민들뿐 아니라 저희처럼 농업 연관 사업에 들어와 있는 모든 사람들한테 정말 중요한 문제예요."
그런데 사람들한테 다가가서 ‘국산 농산물이니까 많이 사주세요’, ‘지금 대파가, 양파가 남아도니까 많이 드셔주세요’ 이렇게 말하는 방식으로는 소비를 늘리는 게 한계가 있죠. 일단 아무리 농산물을 많이 먹으려고 해도 하루에 양파를 하나만 먹던 사람이 갑자기 양파를 세, 네 개씩 먹을 수는 없잖아요."
"저는 앞으로는 농산물에서 기능성 성분을 뽑아내는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곳이 정말 많다고 생각해요. 아까 말한 가정간편식도 있지만 화장품과 미용용품에도 충분히 쓸 수 있는 데가 많고요.
제가 앞으로 지금껏 말씀드린 계획들을 하나하나씩 잘 실천해나간다면 저희 회사에 좋은 건 당연하고 국산 농산물 소비를 늘리는데도 분명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시작이니까 처음 종자회사에 입사했을 때처럼 정말 열심히 해보려고요.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꼭 해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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