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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선표 Feb 26. 2020

Mr.토마토가 동료 중소기업인들에게 전하는 수출 노하우

박인호 자연터 대표는 어떻게 아무 도움 없이 토마토를 수출할 수 있었을까

“처음 방울토마토를 배에 실어서 홍콩에 수출한 게 2017년 7월 1일이에요. 그때는 너무 떨려서 전날에 잠을 못 잤죠. 그렇게 해서 2017년엔 5만 불, 2018년엔 13만 불을 수출했어요. 사실 5만 불, 5000만 원 수출이 큰 건 아니잖아요. 아마 삼성전자에서 1초 동안 수출하는 액수보다 작지 않을까요. 


그래도 저한테는 너무 크고 가슴 떨리는 일이었어요. 이 수출을 하려고 혼자서 토마토랑 명함을 들고 홍콩에 있는 슈퍼마켓들을 그냥 무작정 하나하나 찾아다녔으니까요”


경기 고양시 문봉동에 자리 잡은 자연터는 방울토마토 유통과 토마토 가공식품 제조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입니다. 빨강, 주황, 노랑, 초록, 보라색 빛깔이 알록달록한 ‘무지개 방울토마토’를 대형마트와 온라인 쇼핑몰에 납품하고 있죠.


자연터를 창업한 박인호 대표는 2011년 해외 박람회에 나갔다가 무지개 방울토마토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는데요. 이후 이 방울토마토를 만든 이스라엘 종자업체로부터 종자를 수입해 들여온 뒤 한국 농가의 재배 환경에 맞게 개량하는 작업을 거쳐 2014년부터 무지개 방울토마토를 소비자들에게 선보이고 있습니다.



8년간 일했던 식품업체를 그만두고 2003년부터 자기 회사를 차린 박인호 대표는 사업 초기에는 여러 차례 실패의 쓴맛을 맛봤지만 무지개 방울토마토 덕분에 2015년 이후부턴 탄탄히 자리를 잡을 수 있었는데요. 지난해 자연터가 거둔 매출은 54억 원이고, 이곳에서 일하는 직원은 20명입니다.


<더농부>는 지난해에도 박인호 대표를 찾아 2003년부터 지금껏 18년 동안, 식품업체에 입사했던 1995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25년 동안 그가 농식품업계에 몸담으며 얻었던 노하우에 대해 물었습니다. 숱한 경쟁자들과의 경쟁 속에서도 회사를 탄탄히 키워낼 수 있었던 그만의 비결을 FARM판 독자분들과 나누고 싶어서였죠.


이번에 박인호 대표를 찾은 것도 그가 갖고 있는 경험과 노하우를 독자분들과 함께 나누기 위해서였는데요. 이번 인터뷰에서는 주로 그가 맨손으로 해외 수출을 이뤄낸 경험과 해외 식품 박람회에 나가 회사 제품을 외국 바이어·소비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었던 노하우를 소개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자연터에서 판매하는 '무지개 방울토마토'


샘플 토마토와 명함만 들고 홍콩 슈퍼마켓 수백 곳을 돌아다니다


앞서 그가 이야기했듯 2017년부터 수출을 시작한 그는 그 해 5만 달러어치의 방울토마토를 수출했고, 2018년에는 13만 달러, 2019년에도 7만 달러의 수출액을 기록했습니다. 


홍콩과 싱가포르에 있는 슈퍼마켓 매대에 자연터의 방울토마토를 올렸죠. 그리고 그가 거둔 이 같은 성과는 외부 기관의 도움이 아닌 그 스스로의 노력으로 일궈낸 결과였습니다.


2019년에 수출 물량이 줄어든 이유는 지난해 이상 기후로 인해 국내 토마토 농가들의 수확량이 크게 줄어들어 국내 소비자들에게 판매할 물량을 구하기도 힘들었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입니다.


박인호 대표는 사업을 시작한 뒤부터 매년 전 세계 곳곳에서 열리는 식품 박람회에 참가하고 있습니다. 전시업체로도 참가할 때도 있고 참관객으로서 해외 식품 트렌드와 새로운 상품을 살피기 위해 떠날 때도 있죠. 앞서 말씀드렸듯 무지개 방울토마토를 처음 알게 된 곳도 한 해외 식품박람회였죠.



2018~2019년 2년 동안 자연터가 전시업체로 전시 부스를 차린 해외 박람회만 7곳이 되는데요. 프랑스에서 열리는 시알(SIAL) 박람회, 독일에서 개최되는 아누가(Anuga) 박람회 등 세계 최대 규모의 식품박람회에 무지개 방울토마토와 자연터에서 만든 건조 과일 스낵, 티백 토마토 차를 들고 찾아갔습니다.


전시가 아닌 해외 바이어들과의 상담을 위해 출국한 설명회 자리까지 합하면 2년 동안 모두 20여 개의 해외 행사에 참가했죠.


이처럼 국내 농식품 중소기업인 중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힘든 풍부하고 다양한 해외 영업 경험을 갖고 있는 박 대표였기에 그가 말한 조언들 대부분은 다른 중소기업들이 당장 참고할 수 있는 생생한 내용들을 담고 있었습니다. <더농부> 역시 그에게 ‘들으나 마나 한 뻔한 이야기 대신 아프더라도 솔직한 말을 해달라’고 부탁드렸고요.


먼저 해외 박람회 참가를 고민하거나 준비 중인 중소기업들에 대한 조언부터 들어봤습니다. 박 대표가 이런 업체들한테 던지는 조언의 핵심은 ‘이왕 큰돈을 들여 해외 박람회에 참가하기로 했다면 거기서 몇 백만 원 더 안 쓰려고 하다가 아무 성과도 거두지 못하고 돌아오는 실수를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었는데요. 


‘돈을 몇 백만 원을 더 쓰더라도 이왕 박람회에 나간 거 최대한 참가 효과를 거두고 돌아와야 한다’는 말이었습니다.



몇백만 원을 더 투자하느냐, 하지 않느냐에 따라서 똑같은 박람회에 똑같은 사람들이 나갔더라도 그 효과는 매우 크게 달라진다는 지적이었습니다. 특히 박 대표는 물류비 몇백만 원을 아끼려다 견본 제품을 넉넉히 챙겨가지 못해 행사장에서 참관객들에게 외면받는 한국 중소기업들의 모습을 매번 본다면 안타까움을 드러냈습니다.


몇백만 원 아끼려다 돈만 쓰고 빈손으로돌아온다


“사실 중소기업들 입장에서는 해외 박람회에 나간다는 건 굉장히 큰 부담이 되는 일이에요. 전시 부스 비용 같은 경우에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원받는 경우가 많지만 그 외에 나머지 경비는 모두 참가 기업이 마련해야 하거든요.


보통 저희 회사 같은 경우에는 일본에서 열리는 박람회에만 한 번 나가도 1000만~1500만 원을 쓰고, 독일처럼 유럽으로 나가면 1500만~2000만 원 정도를 써요. 굉장히 부담이 크죠. 


그리고 이렇게 부담이 크다 보니까 참가 기업들에선 어떻게든 돈을 아끼려고 하는데 그러다 보니까 행사장에 전시하고 참관객들에게 시식용으로 나눠줄 제품도 넉넉하게 챙겨가지 못해요.


많은 분들이 그냥 자기가 여행용 캐리어에 최대한 많이 담아 갈 수 있을 만큼 담아갖고 오시거든요. 그런데 여행용 캐리어에 많이 담아봤자 얼마나 담을 수 있겠어요?"




"독일 아누가나 프랑스 시알 같은 박람회는 말 그대로 세계 최고, 최대 식품박람회에요. 네슬레 같은 초대형 기업부터 시작해서 전 세계 모든 식품 대기업들이 참가하는 일종의 축제죠. 


당연히 한국 대기업들도 참가하고요. 이런 대기업들은 어떻게든 참관객들의 눈에 띄기 위해서 전시 부스도 아주 크게 빌리고 그 안도 굉장히 화려하게 장식해요. 자기네 부스로 찾아온 방문객들한테 시식용 제품이나 선물도 한가득 안겨주고요.


이렇게 참가한 대기업들 대부분이 돈을 아끼지 않고 자기네 제품을 알리려고 하는데 부스도 3X3 짜리 한 칸밖에 안 되는 데다가 어떤 음식을 파는 곳인지 먹어볼 수 있는 시식품도 제대로 없는 부스에 누가 찾아오겠어요?


한국 중소기업들을 보면 시식품도 얼마 안 갖고 와서 접시에 김치 몇 조각, 젓갈 몇 점, 사과 몇 조각 이런 식으로 잘게 잘게 올려놓은 다음에 옆에 이쑤시개만 둔 데들도 많아요. 


그런데 방문객들이 다른 데 가면 얼마나 맛있고 좋은 게 많은데 여기까지 와서 이쑤시개로 김치나 젓갈을 찍어 먹고 있겠어요. 다른 데 가면 스테이크도 그냥 한 덩어리씩 바로바로 구워주는데요."



"저는 이렇게 할 거면 차라리 안 나가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참가하는 박람회 수를 줄이더라도 박람회 하나에 돈을 집중해서 쓰는 게 훨씬 더 효과가 좋거든요.


제가 파는 토마토는 신선식품이라 박람회가 열리는 나라로 보내려면 무조건 비행기로 보내야 해요. 그만큼 물류비가 비싸죠. 저는 보통 한 번 행사 나가면 무지개 방울토마토 60㎏, 과일 스낵하고 토마토 차는 합쳐서 150㎏ 정도를 갖고 나가가거든요. 


물류 대행업체를 써서 이 정도 양을 박람회장까지 보내려면 일본 같은 경우에도 250만 원, 독일 같은 데는 400만 원 정도 들어요.


작지 않은 돈이죠. 그래도 저는 이 돈은 꼭 써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예 행사를 안 나가면 안 나가지 행사장에 가서 사람들이 맛 보여줄 수 있는 시식품도 제대로 없이 며칠 동안 앉아있다 오는 게 더 손해라고 생각하거든요.”



사소한 준비가 눈길을 끄느냐 외면받느냐를 결정한다


이왕 행사에 나가기로 했다면 최대한 시식용 견본 제품을 넉넉하게 챙겨가 사람들이 먹어보게 해야 한다는 말이었는데요. 아무리 설명을 잘 해준다고 해도 입에 넣어서 혀로 맛보기 전까지는 절대 알 수 없는 게 음식이기 때문이죠.


또 박 대표는 시식용 견본품을 전시할 때도 어떻게 하면 참관객들, 외국인들의 눈에 띄게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그냥 박스에 담은 채로 음식을 올려놓는 게 아니라 특이한 접시에 올리거나 눈길을 끌만한 모양으로 쌓아서 사람들의 눈길을 붙잡아야 한다는 거였는데요.


박 대표가 외국에 나갈 때마다 작은 크기의 ‘키’를 챙겨가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과거에 어린아이들이 이불에 오줌을 싸면 머리에 씌워 이웃집에 소금을 얻으려 보낼 때 썼던 농기구인 그 ‘키’를 말하는데요.


이 키 위에 알록달록한 방울토마토를 올려놓으면 처음 보는 이국적인 모양의 ‘접시’ 덕택에 더 많은 외국인 참관객 들을 불러 모을 수 있다는 게 박 대표의 설명입니다.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선 어떻게 하면 눈에 띌 수 있을지 사소한 것 하나 놓쳐서는 안 되기 때문이죠.



시식용 제품을 운송하는 데 드는 물류비 몇백만 원을 아까워하다 빈손으로 돌아오는 실수를 겪어서는 안 된다는 조언은 이어서 현지 언어 통역사를 꼭 고용해야 한다는 말로 이어졌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해외에 박람회에 나갈 때 항상 저랑 다른 직원 한 명, 영어 통역사 한 분 이렇게 세 명이 한국에서 나가거든요. 박람회가 열리는 그 나라의 현지 언어를 하는 통역사도 꼭 고용하는 데 이런 분들은 보통 그 나라에 사시는 교민 분이나 유학 와있는 대학원생 분을 미리 뽑아서 행사장에서 만나는 식으로 하고요.


이렇게 3명이서 출국해서 그 나라에서 다른 한 분까지 고용하고 3박 4일, 4박 5일 동안 행사장에서 쓰는 비용이 정말 만만치가 않죠. 일본은 1000만~1500만 원, 유럽은 1500만~2000만 원이 드니까요.


저희 같은 중소기업으로선 정말 큰 부담이 되는 거예요. 그런데 저는 이렇게 비용이 많이 들어도 행사에 안 나가면 안 나가지 직원 없이 저 혼자 나간다거나 현지 언어 통역사를 뽑지 않는다거나 하지는 않아요."



"저 말고 다른 직원 한 명을 꼭 데려가는 이유는 그래야 저하고 직원이 번갈아가면서 교대로 행사장을 돌아다니면서 다른 나라에서는 어떤 상품이 인기인지, 어떤 새롭고 기발한 상품이 나왔는지, 앞으로 식품 트렌드는 어떻게 될 것인지를 볼 수 있기 때문이에요.


독일 아누가나 프랑스 시알 박람회는 며칠 동안 둘러봐도 다 못 볼 정도로 크고 넓거든요. 전 세계 식품업체가 다들 자기들의 최고 제품을 들고 오는 거예요.


전 세계에서 가장 좋은 제품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인데 이런데 와서 며칠 동안 계속 책상 앞에만 앉아있으면 사실 그게 더 손해를 보는 거거든요. 내 제품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남들은 지금 어떻게 하고 있는지 벤치마킹할 수 있는 점을 보러 가는 것도 박람회에 가는 중요한 이유잖아요."



현지 통역 없이 나가는 건 고객의 50%를 버리겠다는 말과 같다


"영어 통역사분 말고도 현지어 통역사도 당연히 꼭 있어야 해요. 영어로 통역해주는 분만 있으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하긴 싶지만 사람들이 다 영어를 잘 하는 건 아니잖아요.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서 영어를 그렇게 잘 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처럼 외국도 마찬가지예요.


아무리 국제 행사라고 해도 행사 참관객의 50%는 그 나라 사람들이거든요. 그 나라말을 할 줄 아는 분이 있어야 잠재 고객의 절반한테 내 제품을 알릴 수 있는 거예요. 현지 통역이 없으면 고객의 절반은 놓쳐버리는 거죠.”


수출 판로를 뚫기 위해 해외 박람회 참가를 준비하는 중소기업들이 바로 참고할 수 있는 내용들에 대해 조언을 마친 박 대표는 자신이 어떻게 처음 수출을 이뤄낼 수 있었는지 설명하는 걸로 이야기의 주제를 옮겨갔습니다. 


2017년 7월 홍콩으로 방울토마토를 수출하기 위해서 자신이 그전 1년여간 어떻게 움직였는지 그 경험을 풀어냈는데요.



무작정 외국으로 날아가 슈퍼마켓과 음식점을 돌아다니다


“사실 그전에도 우리나라 토마토가 홍콩에 수출된 적은 있었어요. 하지만 그전까지는 모두 대량으로 가공식품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원료로 수출됐던 거였거든요. 저희 토마토가 홍콩 슈퍼마켓 매대에 오르기 전까지는 이렇게 토마토를 과일 그 자체로 먹기 위한 용도로 수출한 적은 없었어요. 최소한 제가 알기로는 그래요.


이렇게 토마토를 과일 자체로 먹기 위한 용도로 수출한 적이 없었으니까 당연히 처음에 판로를 뚫는 것도 어려웠죠. 사실 저도 수출은 처음이었기에 뭘 어떻게 해야 되는지도 몰랐고요.


그래서 그냥 무작정 찾아갔어요. 토마토를 몇십㎏를 갖고 홍콩으로 날아간 다음에 거기서 토마토를 20g이 들어가는 작은 상자에 나눠 담았어요. 그렇게 하니까 조그만 박스로 몇백 개가 나오더라고요. 그런 다음에 영어 명함을 들고 눈에 보이는 슈퍼마켓, 토마토를 원료로 많이 쓰는 서양 레스토랑 그런 데를 일일이 다 찾아다녔어요.


일단 저희 토마토가 색깔이 알록달록하잖아요. 주황, 노랑, 초록, 보라색 이러니까요. 이런 색깔의 컬러 토마토를 처음 보는 분들이 많아서 신기해하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덕분에 처음에 이야기 꺼내기가 좋았죠."



"이렇게 며칠 동안 계속해서 돌아다니면서 슈퍼마켓이랑 음식점에 토마토하고 명함을 돌리고 왔어요. 이렇게 한 다음에 한국에 돌아왔더니 몇 달 뒤에 메일이 하나 오더라고요. 


이 무지개 방울토마토를 자기네한테 수출할 수 있느냐는 메일이었죠. 그 메일을 받고서는 정말 놀랍더라고요. 저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했던 건데 진짜로 수출길이 열렸던 거죠.”


이렇게 첫 수출을 시작한 박 대표는 2018년, 2019년에도 계속해서 방울토마토를 수출할 수 있었는데요. 특히 올해부터 토마토 원물이 아니라 토마토를 가공해서 만든 건조 과일 스낵과 티백 토마토 차를 주력 상품으로 수출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지금 이 글처럼 맨몸으로 자신의 목표를 하나하나 이뤄낸 국내 중소기업 창업자들의 비결과 손정의, 앙겔라 메르켈, 빌 게이츠, 레이 달리오, 윈스턴 처칠 등 탁월한 리더와 창업자들의 전략은 <내게 유리한 판을 만들라>에서 쉽고, 깊이있기 만나실 수 있습니다.)



앞서 설명드린 것처럼 지난해에는 이상 기후로 인해 전국 토마토 농가의 수확량이 크게 줄어든 탓에 자연터의 수출 물량도 줄어들 수밖에 없었는데요. 수확량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안정적으로 계속해서 수출하기 위해서는 원물보다는 가공식품을 수출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처음 자연터를 세울 때부터 언젠가는 꼭 토마토 가공식품을 해외로 나가는 배에 실어 보내겠다는 게 박 대표의 목표였습니다. 회사를 설립했을 때부터 ‘젠틀 마토’(GENTLE MATTO)라는 이름으로 해외 수출용 브랜드를 만들어 놓은 것도 이 때문이었습니다.


국내에 4대 밖에 없는 근적외선 건조 기기를 도입해 토마토를 비롯한 사과와 배 등을 건조해서 만든 건조 과일 스낵을 개발하고, 건조한 토마토와 사과, 배, 비트 등을 티백에 담아 차로 우려 마실 수 있도록 한 토마토 차를 개발한 것도 이 때문이었습니다. 


새로운 상품의 수출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박 대표의 표정은 마치 2017년 첫 수출을 앞두고 잠을 이루지 못했을 때처럼 설레고 흥분된 표정이었는데요.



가공식품이어야 안정적으로 수출할 수 있다


“농산물을 원물 그대로 수출하는 건 아무래도 한계가 있어요. 한국 농가들이 다른 농업 선진국들 수준으로 농산물 생산 원가를 줄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고 수출하는 나라들에도 같은 품목을 재배하는 농민들이 있으니까요. 제가 수출하는 토마토는 무지개 방울토마라는 특색이 있으니까 먹힐 수 있었던 거고요.


대신 가공식품은 아이디어와 그 아이디어를 뒷받침해주는 기술력, 좋은 디자인이 있으면 충분히 승부를 걸어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번에 토마토 티백 차를 들고 해외 박람회에 나갔더니 외국 바이어들의 반응이 좋더라고요. 


외국은 우리나라보다 차를 더 자주 마시는데 특수한 기술로 건조해서 찬물에서도 잘 우러나는 일곱 종류의 토마토 차를 갖고 나가니까 바이어들의 관심이 크더라고요."



"특히 우리나라나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서 훨씬 더 토마토를 많이 먹는 유럽 사람들의 관심이 높았어요. 과일이나 음식 재료로 먹던 토마토를 찬물에 타서 먹을 수 있다고 하니까 다들 깜짝 놀라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고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지금 마지막 남은 고민은 좋은 영문 브랜드를 정하는 거예요. 한국어로는 “자연을 물에 담다”라고 정했는데 이걸 어떻게 영어로 잘 풀어낼 수 있을까요? 네이버FARM판은 굉장히 다양한 분들이 보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 FARM판 독자님들께서도 좋은 아이디어 있으면 말해주시면 좋고요. (웃음) "



"저와 동료들이 몇 년 동안 다들 열심히 준비했기 때문에 꼭 좋은 성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좋은 성과를 내서 한국 농식품 중소기업도 얼마든지 수출할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줘야죠. 제가 길을 뚫으면 저의 동료들, 다른 기업들이 해외에 나가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테니까요.”


이렇게 인터뷰를 마치려는 순간 박 대표는 갑자기 ‘한국 농식품 중소기업들에게 꼭 해야 할 말을 하나 잊어먹고 있었다’며 다시 말을 이어갔습니다. 동료 중소기업인들은 내가 했던 것과 같은 고생을 반복하지 않게 도와주고 싶다는 그의 애정이 강하게 묻어나는 지점이었는데요.



“제가 중요한 걸 하나 말씀드리는 걸 잊고 있었네요. 중소기업분들을 만나면 보통 아시아 시장이 크고, 이쪽 식문화가 그래도 미국과 유럽보다는 우리와 비슷하니까 이쪽을 타깃으로 먼저 수출을 해야겠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으세요.


그런데 제가 경험해보니까 이 말은 맞는 것보다는 틀리는 점이 더 많아요. 왜냐면 인구가 아무리 많아도 한국에서 만든 가공식품을 사 먹을 정도의 경제력을 갖춘 인구는 그렇게 많지 않거든요. 제가 봤을 때는 홍콩, 싱가포르, 대만 정도가 대부분의 국민들이 어느 정도 가격이 있는 한국 가공식품을 부담 없이 사 먹을만한 여력이 되는 거 같아요. 


물론 일본은 구매력이 훨씬 더 높긴 하지만 일본 같은 경우에는 워낙 그 나라 기업들이 식품을 잘 만들어서 한국 제품이 뚫고 들어가기가 힘든 게 사실이에요.


인구가 많다고 해서 아시아 시장이 꼭 크다고만 볼 수 없는 이유에요. 수출을 고민하는 중소기업이라면 먼저 ‘내 상품을 사 먹을 수 있는 경제력을 갖춘 인구가 얼마나 되는지’부터 꼼꼼히 따져봐야 할 거예요. 안 그러면 고생은 고생대로 하면서 막상 얻는 건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홍선표 한국경제신문 기자

rickeyg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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