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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주씨 Mar 29. 2023

감각을 통제하는 방법

자폐인들의 감각이 예민하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짐작하기 힘들 것이다.

 오늘은 3개월에 한 번씩 있는 재준이 치과 검진 날이다. 재준이는 인기가 많은 키즈 치과에 다닌다. 오후에는 아무리 예약을 하고 가도 기다리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민감한 재준이가 불편할 수 있다. 재준이는 불편함을 느끼면 돌발 행동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나는 사람이 없는 오전에 예약을 한다. 그래서 치과 검진이 있는 날은 학교를 결석하고 재준이와 온전히 하루를 같이 보낸다.


 그동안 재준이는 태블릿PC로 뽀로로 치과 놀이를 열심히 했다. 이건 나의 큰 그림이었다. 게임을 통해 치과에서 어떤 치료를 하는지 학습을 하고 나면 두려움이 많이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태블릿 게임에서 재준이는 치과 의사가 된다. 재준이가 크롱의 치아를 치료하는 동안 무시무시한(?) 치과의 여러 기계들이 열심히 소리를 낸다. 소리는 무섭지만 치료를 받는 크롱의 표정은 그렇게 나쁘지 않고, 치료를 하는 재준이도 소리만 무섭지 위협적인 치료가 아니라는 것을 학습할 수 있다.


 게임을 열심히 시키고,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재준이와 함께 치과에 갔다. 재준이는 이전과는 다르게 안정된 모습으로 치과의 출입구를 통과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처음으로 몸과 머리를 벨트로 묶지 않고 치료를 받았다. 가끔 입을 벌리지 않아 치료해 주시는 선생님이 애를 먹긴 했지만, 그래도 "아- 해볼까"라고 선생님이 말을 하면 재준이는 다시 입을 벌렸다. 이건 정말 놀라운 일이다. 소리에 민감한 재준이가, 무시무시한 소리가 들리는 치과에서 얌전히 치료를 받는다는 것 말이다! 그러니까 재준이는 두려워하는 것을 학습을 통해 극복할 수 있는 아이라는 것이다.




재준이는 두려워하는 것을 학습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는 아이라는 것이다.



 일반적인 사람들은 자폐인들의 감각이 예민하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짐작하기 힘들 것이다. 나도 이전까지는 전혀 몰랐던 세계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사람들에게는 잘 들리지도 않는 소리 때문에 힘들어하기도 하고,  아무것도 아닌 촉감 때문에 고통스러워하기도 한다. 아니면 특정 감각을 느끼고 싶어 상동적인 행동이나 말을 반복하며 안정감을 찾는다. 자폐인 본인도 물론 힘들겠지만, 자폐인과 함께 사는 사람들도 이놈의 '감각'때문에 하루 종일 고통을 받는다. 그런데 그 '감각'이라는 것도 학습을 통해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다는 것 아닌가.


 사실 '감각'을 통제, 또는 통합한다는 개념은 자폐의 세계에서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자폐인들의 민감한 감각을 다루는 재활 프로그램인 '감각통합치료'가 바로 반복적인 감각 학습을 통해 아동이 신체를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재활 방식이다. 어릴 때는 전정 감각이 잘 발달하지 않아 걷기도 힘들어했던 재준이를 돌보며 감각통합의 중요성을 피부로 느꼈는데, 어느 정도 성장하자 감각통합에 대한 생각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성장한 재준이가 스스로의 감각을 통제할 수 있도록 하는데는 인지적인 학습이 중요하다는 것을 치과 진료를 통해 알게 됐다. 요즘 재준이의 상동적인 소리 때문에 고통받고 있었는데(하루 종일 소리를 낸다ㅠㅠ), 재준이가 성장한 만큼 인지적인 학습을 통해 이를 통제할 수 있지 않을지, 여러 방법으로 생각을 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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