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O를 타고 온다는 외계인들. 초고속 우주선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고도로 발달한 지능을 가지고 있는 지적 생명체들이 사실은 외계에서 온 것이 아니라 우리 인간의 후손인 것이다.
UFO 안의 외계 생명체들은 보통 지금의 인간보다 머리와 눈이 크고, 코와 입은 작다고 하는데, 이러한 모습을 한 생명체도 우리의 후손일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 인간은 400만 년 전에는 원숭이와 비슷한 모습이었고, 2억 년 전에는 쥐와 비슷하게 생겼었고, 5억 년 전에는 물속에서 사는 물고기였고, 45억 년 전에는 단세포와 같은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과거의 우리는 지금의 모습과는 확연하게 달랐다.
지구에 있는 모든 생물들의 공통 조상, 단세포 생물 '루카(LUCA)'
루카 - 모든 생물의 공통 조상
우리는 이 '루카'라는 유기체에서부터 45억 년에 걸쳐 진화를 거듭해 현재 모습이 되었다.
그런데, 진화를 한 것은 우리 인간뿐만이 아니다. 지구의 모든 생명체, 꽃, 나무, 곰팡이, 버섯, 물고기, 새와 같은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는 45억 년 전, 이 ‘루카'라는 하나의 모습에서부터 출발했고, 현재는 모두가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분화되어 이 지구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어떻게 이렇게 다른 모습, 다른 종으로 분화할 수 있었을까?
그건 바로 돌연변이들 덕분이다.
올해 11살, 초등학교 4학년이 된 내 아들 재준이는 네 살이 되었을 때 ‘자폐'라는 진단을 받았다.
내가 낳은 아이가 자폐라니. 이전까지 나는 살아오면서 자폐인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재준이는 엄마인 나, 그리고 아빠인 남편과도 많이 다른 아이였다. 인간이라면 당연하게 해야 하는 것들-서로 눈을 맞추며 바라보고, ‘재준아'하고 이름을 부르면 돌아보고, 인사를 하면 받아주고, 아프면 아프다고 표현하는 것 같은-그러니까 ‘인간의 본능'이라고 할 수 있는 이 모든 것들을 하지 않았다.
엄마인 나를 보며 웃지도, 내 말에 대답을 하지도 않는 아이를 보며, 나는 재준이가 왜 이렇게 된 것인지 답을 찾아야만 했다.
나의 질문은 여기에서부터 시작됐다.
재준이는 불완전한 존재인가?
재준이와 같이 자폐, 혹은 장애가 있는 아이는 흔히 무엇인가 부족하고 불완전한 존재, 그래서 사회에서 불필요한 존재로 여겨지곤 한다. 그런데 재준이를 키우며 나는 ‘완전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장애가 없는 인간은 완전한 존재라고 할 수 있을까? 하나의 얼굴, 두 개의 팔과 다리, 열 개의 손가락과 발가락, 아이큐 80 이상, 하나 이상의 언어를 구사하는 것 등등… 이런 조건들을 만족시키는 사람은 완전하며 정상이라고 할 수 있을까?
과거를 들여다보면 알 수 있다. 우리는 45억 년 전, ‘루카'라는 유기체로부터 진화해 왔고, 현재도 계속 진화 중이다.
지구에 있는 모든 생물은 '루카'라는 하나의 모습으로 출발해 모두가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분화되어 왔다. 우리가 이렇게 다른 모습, 다른 종으로 분화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돌연변이들 덕분이다.
진화의 역사는 돌연변이의 역사다. 양쪽 부모의 유전자가 만난 합쳐지면 기존 부모의 세포와는 전혀 다른 세포를 가진 자손이 탄생한다. 부모와는 전혀 다른 개체, 세상에 없던 독특한 개체가 탄생하는 것이다. 즉, 모든 개체는 부모 세포가 합쳐져 만들어진 '돌연변이'이다. 이때 자손인 돌연변이들은 부모와 아주 조금만 다를 수도 있고, 혹은 많이 다를 수도 있다. 작은 돌연변이와 큰 돌연변이 간의 우열은 없다. 단지 자연에서 살아남는 돌연변이들이 있을 뿐이다.
이렇게 우연하게 발생한 돌연변이들은 우연하게 자연에서 살아남아 셀 수 없이 다양한 모습의 지구 생명체들을 만들었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은 돌연변이이며 계속해서 진화 중이다. 그러므로 ‘완전하다'라고 말할 수 있는 생명체는 없다.왜냐하면 진화는 영원히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장애인인 재준이도, 비장애인인 나도 완전하지 않으며 진화 중인 생명의 모습 중 하나이다.
45억 년 전 시작된 하나의 생명 ‘루카'.
루카에서 시작되고 태어난 모든 돌연변이들 덕에 지구는 이렇게 다양한 생명의 모습으로 가득 차게 되었다. 어느 돌연변이가 어떤 환경에서 잘 적응할지, 어떤 종을 만들어나갈지, 45억 년 간 진화를 거듭해 온 대자연의 순리를 인간은 절대 알 수 없다.
따라서 필요하지 않은 돌연변이는 없다.
그러므로 나는 재준이가, 자폐 아이가 왜 태어났는지 누군가가 묻는다면 이제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