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적인 결혼이야기 ⑤
결혼준비를 하며 처음 드레스샵에 가본 것은 드레스 투어 때이다.
함께 연차를 낸 날, 신랑과 함께 드레스샵이 밀집한 서울 모처로 산뜻하게 출발했다. 이 날 우리는 3개의 샵을 1시간 간격으로 돌았다. (물론 일찌감치 드레스샵 3군데를 골라서 웨딩플래너를 통해 예약을 잡아두었다.)
투어를 돌 드레스샵을 고를 때는, 한가지 취향만 고집하지 말고 다양한 스타일의 샵들을 고르는게 좋다.
직접 입어봐야 어떤 스타일이 어울리는지 알 수 있기에, 드레스 투어 때 최대한 다양한 드레스들을 입어보는게 좋기 때문이다.
(귀여운 공주스타일, 심플우아 스타일, 화려한 스타일 등 골고루! 혹은 실크맛집, 비즈맛집 골고루!)
처음 드레스샵에 들어서면 드레스를 입어볼 생각에 설레기도 하고, 잘 어울리지 않을까봐 걱정도 된다.
(마음에 들거나 어울리는 옷이 없으면 어떻게 하지??)
침착하게 샵 내부를 둘러보면, 감각적인 공간으로 구성된 쇼룸에 신상드레스들이 줄지어 걸려있는걸 볼 수 있었다. 이 때부터 티비속에서나 보던 공간에 들어왔다는 생각에 마음이 선덕선덕하다. 내가 이런데를 오는 날도 있구나! (시골쥐 모드)
드레스샵의 피팅룸으로 들어가면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던, 대기석과 피팅 공간을 나누는 미닫이 문이 있다. 바로 짜잔~!을 위한 미닫이문이다.
미닫이 문을 열고 들어가면 피팅룸에는 작은 화장대가 놓여져있고, 귀걸이와 머리장식들이 조금 놓여있다. 한쪽 벽에는 커다란 거울이 있고, 드레스를 입고 들어볼 수 있는 조화 부케도 몇개있다.
신기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환복용 옷(속바지와 하얀 가운)으로 갈아입으면, 직원이 와서 머리를 다듬어 준다. 그러고는 이내 직원도 뒷문으로 나간다. 피팅룸에 혼자 남아 드레스를 가져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숨죽인채 생소한 공간의 공기를 음미했다.
잠시 후에 직원분들이 드레스를 가져오시면 연단(?)같은 곳에 드레스를 추욱 바닥까지 내려놓는다. 그러면 몸이 들어갈 구멍(?)이 생기는데, 거기에 두발을 쏘옥 넣으면 내가 할일은 끝이다. 사실 드레스가 흘러내리거나 맞지 않을까봐 걱정을 했는데, 그건 기우였다. 드레스는 실장님과 도우미 직원의 뜻에 따라 얼마든지 늘일수도 줄일수도 있는 마법의 옷이었다. 일단 내가 드레스 구멍(?)에 발을 넣으면 직원들이 프로페셔널하게 드레스를 올려서 내 몸에 맞추고, 무지막하게 옷을 조여서 절대 흘러내릴 수 없게 고정시킨다.
거울 속의 내 모습은 사뭇 낯설지만 또 새로운 나의 모습에 기분이 좋다. 언제 이렇게 샤랄라한 드레스를 연속으로 입어보겠는가! 드레스를 착용하고 나면 미닫이 문이 짜란-하고 열리고, 나는 매우 궁금해하며 대기석에 있는 신랑의 표정에 주목한다. (과연? 나 어때?)
신랑은 처음에 드레스를 입은 나를 보고 기쁜 표정으로 웃는데, 드레스를 입어보는 횟수가 지날수록 그의 표정은 점점 냉철해진다. 나에게 어떤 스타일과 재질이 어울리는지를 보느라 그랬다고 한다. 하긴 이 날만 거의 14벌 정도의 드레스를 입어보았으니, 예비신랑도 그때마다 리액션을 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파워J답게 샵마다 입어보고 싶은 드레스를 미리 정해온 나는 샵 인스타그램, 룩북에서 캡쳐한 사진을 미리 보여주었고, 빠르게 옷을 갈아입었다. 샵마다 1시간에 거의 4~5벌의 옷을 입어보았다. 빠르게 옷을 입고 벗으면서 또 다른샵으로 이동해야 하는 드레스투어가 지치고 힘들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나는 드레스를 입어보는 것이 재밌어서(=공주 놀이를 즐겼음) 지치지 않았던것 같다. 드레스투어이다보니 다양한 스타일의 드레스를 입어보는 것이 재밌었고, 각 샵의 실장님과 직원분들도 직업상(?) 나를 마구 오구오구 해주셔서 기분이 좋아졌던 시간이었다,,
내 기대에 맞게 잘 어울리는 옷도 있었지만, 어떤 드레스는 내가 봐도 너어무 안어울려서 입고나서 쥐구멍에 숨고 싶은 옷도 있었다. 내가 꿈꿨던 공단 실크 드레스를 입은 내 모습은 어딘가 느끼해보였고 지성인 내 피부가 더 돋보여 기름져보였다... 결국 나는 드레스투어를 통해 오간자 하늘하늘 실크 재질의 탑 드레스가 제일 어울린다는 결론을 얻었다. 나의 본식 드레스가 아직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오간자 실크 드레스가 유력해진 순간이었다.
드레스 투어를 통해 나에게 어울리는 드레스 스타일을 알게 되어 매우 유익한 시간이었고, 평생 제일 많은 드레스를 입어본 재밌는 날로 기억될 것이다. 평상시에 갈 일이 없는 드레스샵이라는 곳에서 생애 처음 보냈던 새롭고 특별한 시간들이 지금 돌아보아도 소중한 추억으로 남는다. 결혼 준비는 힘들지만, 이렇게 중간중간 이색적이고 재미있는 경험들이 나의 10개월을 알록달록하게 만들어주었기에 감사했다.
<<다음 이야기>> To be continued
두번째 추억; 촬영가봉 day (촬영 2개월전)
세번째 추억; 본식가봉 day (본식 1개월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