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미래, 라다크를 가다

"무엇하나 '당연' 한 것은 없다."

by 별꼴유랑단
라다크의 하늘, 바람, 공기까지 하나하나 눈과 마음에 담아본다


이천십칠년 팔월 십삼일 일요일


2007년, 절대 스스로 읽진 않았을 법한 책 <오래된 미래>를 (다행히!) 학교 과제로 읽은 적이 있다. 책은 자연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던 '작은 티베트' 라다크에 불현듯 무분별한 관광지 개발이 시작됐고, 그로 인해 불어닥친 급격한 산업화와 붕괴하는 라다크 공동체를 안타깝게 여긴 환경운동가의 노력과 개선방안 등이 담겨있다(굉장히 지루해 보일지 모르지만, 꽤 읽을만하다. 일독을 권한다). 책을 읽은 지 10년, 출판된 지는 20년이 훨씬 넘은 지금. 과연 라다크는 어떤 모습일까?


아름다움 그 자체인 판공초를 보니 멀미한 보람이 있었다


S593은 이미 2년 전, 라다크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영화 <세 얼간이>를 통해 유명해진 '판공초' 방문을 위해서다. 그렇기에 두 번째 라다크 방문이 더욱 설레 보였다. 혼자가 아니기 때문이겠지, 오홍홍홍. 무려 보름 넘게 라다크에 있었지만 또 가고 싶을 정도로 애정이 많이 쌓인 곳이 되어 버린 지금, 내가 느낀 라다크의 모습 중 하나는 (책에서 읽었던 것처럼) 도시가 더 변질되거나 훼손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그들의 노력이었다.

인도와 네팔에서 목격했던 엄청나게 충격적인 문화는 바로 쓰레기 투기였다. 차를 타고 달리다가 창문을 빼꼼 열어 쓰레기를 툭 버리는 모습에 깜짝! 어안이 벙벙했다. 저 쓰레기는 다 누가 치우지? 언제 치우지? 계속 저렇게 쌓이고 쌓이는 걸까? 저거 썩으려면 족히 몇백 년은 걸릴 텐데? 평상시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은지라 꼬리에 꼬리를 문 질문이 쉴새 없이 이어졌지만, 더 큰 문제는 그런 현지인들의 모습을 보고 따라 하는 관광객들이었다. 세상에 맙소사! 여러분,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버리는 게 맞아요ㅠ

언젠가 S593이 '인도인들은 본인들의 행동이 타인에게 피해가 되는지 모르기 때문에 계속해서 그 행위를 이어간다'고 한 적이 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쓰레기를 버리는 행위가 생태계에 어떤 피해를 주는지, 타인에게 어떤 불편을 유발하는지 전혀 관심 없다는 뜻 아닐까.


아기자기한 골목, 예쁜 꽃과 파란 하늘, 쭉쭉 뻗은 나무가 벌써부터 그립다


그런 의미에서 라다크는 좀 달랐다. (관광 온 인도인들을 제외하고) 모두 곳곳에 쓰레기통을 이용해 쓰레기를 버렸고, 라다크를 깨끗하게 만들자는 팻말도 여기저기 걸려 있었으며, 일회용품을 줄이기 위한 노력도 눈에 띄었다. 물통을 가져오면 정수된 물을 리필해서 마실 수 있게 했고, 상점에서는 재사용이 가능한 얇고 튼튼한 가방을 사용해 비닐봉지 사용을 차단했다. '작은 티베트'인 라다크 사람들은 이렇게 '함께 살아야 한다'는 그들의 친자연주의 문화가 무너지지 않도록 애쓰고 있었다.


어느 날 우연히 게시판에서 '오래된 미래 다큐멘터리 상영' 소식을 접했고, 두 번에 걸쳐 한 시간 분량의 다큐멘터리를 보러 다녀 왔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방문해 놀랐는데 아쉽게도 두 번 다 동양인은 없었다(관심 있는 분들은 꼭 방문해 보시길 추천한다). 다큐멘터리는 과거의 라다크와 지금의 라다크 그리고 라다크를 통해 배울 수 있는 행복의 경제에 대한 이야기들이었다. 과거의 라다크의 모습은 소름 돋을 정도로 우리나라의 옛날과 비슷했다. 대가족이 자급자족하며 살고 이웃과 연합하여 돕고 도우며 지냈던 모습. 우리에게도 멀지 않은 과거에 있었던 이야기인데, 먼 타국에서 비슷한 모습을 보니 신기하기도 하고 반갑기도 했다. 그래서 티베트 사람들이 더욱 친근하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생김새도 유사한데 비슷한 역사까지 가지고 있다니. 이는 우연인가 필연인가.

정말 유익하고 알찬 시간이었음이 틀림없는데, 마침 두 차례 다 몸이 매우 안 좋을 때라 집중해서 듣지 못했다(물론, 영어가 잘 안 들리는 것도 한몫했다). 하지만 라다크의 변화와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에 대해서는 확실히 알게 되었다. 나의 인생 신조인 '당연한 것은 없다'를 실천하며 살 것. 옆에 있는 사람도, 밟고 있는 땅도, 마시는 물도, 시원하게 부는 바람과 따뜻한 햇볕, 길멍이와 길냥이들까지. 무엇하나 당연하지 않다 생각하면 자연스레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다.


같은 마음으로 같은 곳을 바라보며 함께해요, 우리♡


이런 면에서 S593과 의견이 잘 맞아 참 다행이다. 처음 여행을 준비하면서 세운 여행 십계명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일회용품을 적게 쓰고 동물을 학대하지 않는 등 자연을 사랑하는 여행을 하는 것이었다. 마트에서 장보고 장바구니 사용하기,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등 소소한 실천들이 모이니 여행이 한껏 풍요롭고 뿌듯해지기까지 한다. 물론 이렇게 말하는 나도 샤워를 사랑하는 사람이라 물을 너무 많이 써 매번 고민스럽지만, 매번 각성한다는 것만으로도 발전 가능성이 있기에 스스로 매우 칭찬한다. 쓰담쓰담.

라다크는 그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자연 그 자체로 아름답지만, 그것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더욱 빛나는 게 아닐까 싶다. 별꼴커플에게 첫 별 사진을 선물 해 주었던 곳, 파아란 하늘과 하얀 구름이 반갑게 아침 인사를 건네던 곳, 눈부신 햇살 받으며 낮잠 자는 길멍이들이 사랑스러웠던 곳, 처음 보는 사람과도 '줄레', '따시델렉' 웃으며 인사 나눌 수 있는 곳. 나에게 라다크는 이렇게 아름다운 곳으로 기억될 것이다.


by J1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