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사세요."
이천십칠년 칠월 이십육일 수요일
한국에서 이번 여행을 준비했을 때가 생각난다. 겁도 많고 한 달에 한 번 항상 심하게 아프고 영어 울렁증에 초 예민 여자 사람인 내가 어떻게 이런 긴 여행을 결심하게 된 걸까? 고심한 결과 결론은 두 가지, 든든한 내 파트너 S593 그리고 적당히 낙천적인 성격 덕분이었다.
워낙 예민한 편이라 생각도 길고 신중하게 하지만 항상 '괜찮아, 잘 될 거야'로 끝이 난다. 좋아하는 일을 계획하고 진행함에서는 왜인지 걱정이 별로 없다. 물론 말한 대로 항상 '잘' 되지만은 않지만, 그래도 일단 부딪쳐보자는 무모함을 장착하고 있다. 참 안 어울리지만 그러하다. 가끔은 나도 내가 신기할 정도니 뭐.
얼마 전, 앞으로의 일정과 남은 여행경비에 관한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이제 고작 두 달 남짓 지났을 뿐인데 통장은 왜 이리 가벼운지. 이런저런 생각으로 염려가 많아진 S593. 하지만 나는 잘 될 거라며 그를 다독였다. 일단 내가 준비한 예비비가 기다리고 있고, 경비가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여행 일정을 조절하면 되고, 정 안된다 싶으면 접시라도 닦으며 밥값 벌면 되지 않겠는가! (그래서 결국 우리는 처음 계획했던 코스인 몰디브를 포기하기로 했다. 어흙. 나중에라도 꼭 한 번 가자요.)
너무 이상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어느 광고문구처럼 Just Do It! 저지르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을 것이다. 손에 쥐고 있던 것들을 내려놓을 줄 아는 용기, 결심을 행동으로 옮길 줄 아는 의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하진 않으며, 단순해 보이지만 쉽지 않은 길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내가 아주 멋지고 용감하게 떠나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여행을 하다 보니 정말 멋진 여행자가 수두룩하게 많았다. 다들 자신만의 이야기를 담아 이곳저곳 돌아다녔고 많은 사람을 만나며 각자의 마음곳간을 채워나갔다. 그들의 여행 스펙에 약간 주눅 들기도 했지만 결국 우리는 다 같이 멋진 지구별 여행자 아니겠는가!
이왕 후회할 거면 '하고' 후회하는 게 낫다고들 한다. 이 말을 듣다 보면 좋아하는 홍철님의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사세요!'가 떠오른다. 그렇다.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기에도 짧은 인생인데, 이것저것 따지고 재다 보면 어느새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인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 인생은, 청춘은 가끔 무모해도 좋지 않을까? 부딪치고 넘어지더라도 계속 도전하자며 스스로를 다독여본다.
아직 남은 일정이 많음에도 두 달여의 짧은 기간 동안 힘든 일을 빈번하게 겪은 탓에 몸도 마음도 지쳐 버렸다. 하지만 떠나온 이유를 떠올리며 힘을 내보려 한다. 어떤 상황에서든 생각만으로 끝내지 말자고, 하고 싶으면 일단 저질러 보자고, 여행 후에 두 손은 텅텅 비겠지만 마음만은 가득 채우자고.
여행을 하다 보니 발걸음을 조금만 옮겨보면 상상했던 것보다 더 큰 세상이 기다리고 있음을 발견한다. 그리고 놀랍도록 멋진 '나'를 만나곤 한다. (물론 감추고 싶은 부끄러운 '나'를 만나기도 하지만) 그래서 앞으로의 일정이 더욱 기대된다. 어떤 하늘이 어떤 만남이 어떤 추억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우리는 또 어떤 용기를 내고 어떤 결심을 하며 어떤 꿈을 꾸게 될까? 막연하고 희미해 보이지만 설레는 마음 안고 계속해서 걸어보기로 한다.
좋아, 가는 거야!
by J1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