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또 같이

"우리도 언제든 여행 떠날 수 있는 어른이 되자!"

by 별꼴유랑단
혼자였던 2년 전의 판공초, 그리고 함께 즐긴 오늘의 판공초


이천십칠년 칠월 이십일 목요일


인도, 그야말로 애증의 나라다. 애정과 증오가 공존하다 보니 델리 공항 출국장을 통해 인도를 빠져나갈 때마다 '다신 안 온다'는 한숨 섞인 증오가 넘쳐나다가도 한국에서의 지친 일상이 반복되다 보면 어김없이 인도를 향한 그리움과 사랑이 샘솟곤 한다. 그런 패턴이 20대를 지나오면서 네 번 정도 반복됐던 것 같다.

별꼴유랑단의 여행 계획 중 절반을 차지했던 인도-네팔 일정을 소화하면서 함께한 인연들이 있다. 그들을 가만히 떠올려보면 지난 나의 인도여행들이 자연스레 오버랩된다. 과연 지금의 내가 과거의 나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날을 회상할 때 나도 모르게 흐뭇해지는 건 아마도 그날들이 참 아름답고 소중했기 때문이지 싶다.

인도 레에서 우연히 만나 함께 판공초를 다녀온 성욱씨는 나의 첫 인도여행이었던 2011년 여름의 나를 닮은 대학생 여행자였다. 비록 그와 많은 이야기를 나눠보지 못했지만, 별을 참 좋아한다는 취향만으로도 '참 맑고 깨끗한 사람'이구나 라는 인상을 받았다. 곧 한국에 돌아가지만 조만간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떠나고 싶다는 그의 말을 듣다 보니, 첫 인도여행 다음 해에 곧바로 뉴질랜드 워킹홀리데이를 떠난 내가 떠올라 혼자 몰래 웃고 말았다. 혼자 하는 여행이 외로울 법도 한데 멋지게 잘 해내고 있는 그의 남은 여정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트래킹 중에 넷이서 찍은 유일한 사진인데 손가락 매우 아10


나의 두 번째 인도는 2013년 뉴질랜드 워킹홀리데이 한가운데에 자리하고 있다. 당시 나의 워홀은 대학 졸업 직후에 떠난 일종의 '도피여행'이었는데, 그 당시 나의 복잡한 심경을 정리하고자 떠난 여행 속 '힐링여행'이기도 했다. 누구보다 더 잘 살고 싶었고 더 풍성하게 살고 싶었던 욕심을 안고 떠난 여행, 하지만 맘처럼 잘 풀리진 않았던 시간이었다. 네팔 포카라에서 함께 ABC 트래킹을 완주한 윤빈씨 또한 대학을 갓 졸업하고 취업 목전에서 과감히 세계여행을 떠난 용감한 여행자였다. 누군가는 '겁쟁이'라고 누군가는 '비겁'하다고 욕할지 모르지만, 그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트래킹 내내 들었던 그의 용감한 도전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지 않을 수 없었다. 네팔 다음 여정은 우리와 같은 인도였지만, 더운 게 싫다는 이유로 선선한 북인도를 선택한 우리와 달리 그는 더위 한복판에 있는 자이푸르, 푸쉬카르 지역을 여행하고 있다. 다시 한국에 돌아가면 꼭 만나고픈 소중한 인연, 그의 성공적인 세계여행을 진심으로 빈다.

2015년, 멀쩡하게 다니던 대기업을 호기롭게 뛰쳐나왔지만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몰라 막막하던 시절에 세 번째 인도여행을 떠나왔다. 목적지는 첫 인도여행 때 돈이 없어서 감히 선택하지 못했던 북인도 라다크 제국의 심장 레,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만난 멋진 여행자이자 동갑내기 친구 예슬이를 볼 때마다 알 수 없는 기분이 들곤 한다. 멋지게 살아가는 모습에 대한 동경과 동시에 우리 커플과 묘하게 닮아있는 동질감 같은 게 그것이다. 그녀도 사회가 요구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인생을 살고 있지만, 그 누구보다 인생을 즐길 줄 알고 행복하게 살아낼 줄 아는 사람인 것 같았다. 도피하고 숨는 게 익숙한 나와 달리, 그녀는 늘 당당했고 자신을 향한 확신에서 우러나오는 자신감이 참 매력적인 사람이었다. 아마도 그녀는 나의 세 번째 인도 여행에서 나 스스로에게 간절히 바랐던 모습이 아니었나 싶다. 그녀를 알게 되어 참 감사하고 나 또한 멋진 삶을 일구어가리라 다짐하게 되어 기쁠 따름이다. 결혼 진심으로 축하해!

우리 커플은 여행 중에 마주치는 중년의 단독 여행자들을 바라보며 우리의 미래를 이야기하곤 한다. 저 나이에 떠나올 수 있는 용기가 과연 우리에게도 있을지 스스로 질문하면서 '우리도 언제든 여행 떠날 수 있는 어른이 되자'고 다짐했다. 아마도 우리의 다음 여행은 포카라 고레파니에서 우연히 만난 정현 형님 같은 여행이 아닐지. 삶이 지치고 새로운 도전이 필요할 때, 용기 있게 자신을 일으키는 힘이 우리에게도 있길 진심으로 빈다. <사십춘기 도피여행> 중이신 정현 형님의 여정이 성공적으로 끝난다면, 우리 커플도 적잖이 큰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처절하게 외롭고 고독했던 지난 나의 인도여행을 뒤로하고 나는 지금 J179와 함께하고 있다. '혼자여도 괜찮아'를 노래 가사처럼 되뇌던 내가 지금의 내가 맞나 싶을 정도로 많은 것들이 바뀌어 있는 지금, 우리가 만난 수많은 인연은 공교롭게도 내가 하고 있는 <함께하는 여행>과 달리 모두 '단독' 여행자들이었다. 이것이 그들의 여정을 응원하고 행운을 빌 수밖에 없는 또 하나의 이유다.

우리 모두 오래오래 함께이길,
따로 떨어져 있어도 같이 있는 듯 마음과 마음을 이어갈 수 있길 진심으로 바란다.

by S5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