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허니문 일기_프롤로그]
우리는 함께 187일 동안 배낭여행을 다녀왔다. (국내 여행까지 셈하려니 자신이 없다. 약 365일쯤 되지 않을까?)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페루, 인도, 네팔, 태국 등 여러 곳을 오가며 아주 끈적한 전우애?!를 다졌다. 이제 또 다른 여행지를 향해 떠날 준비를 시작하려고 한다. 이번엔 어디로 가게 될까? 여행에 목적지를 고르는 건 언제나 설레는 일이다.
처음으로 함께 떠난 곳인 페루가 물망에 올랐다. 하지만 1월이면 몹시 추운 겨울이라기에 망설여졌다. 어릴 때 너무 춥고 손이 시려서 울었던 기억이 있을 정도로 겨울은 뱁새눈을 뜨게 만드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이런 내가 겨울에 태어났다는 건, 아이스크림을 하루에 하나씩 먹는다는 건 어떤 과학으로도 설명이 안 된다. 추위가 싫으면서 좋은데 좋으면서 또 싫다. 에잇 퉤퉤퉤. 결국 페루를 포기하고 다른 나라를 기웃거렸다.
“아프리카는 어떨까? 계속 가고 싶어 했던 곳인데.”
2016년 꽃보다 청춘 멤버들이 아프리카 여행을 갔을 때, 우리도 가볼 만하겠는데? 생각했을 정도로 오랫동안 마음에 품고 있던 지역이다. 드넓은 초원과 수많은 동물을 볼 수 있는 곳. 국립공원을 중심으로 돌아보면 좋을 것 같았다. 동물들이 내 동공 앞에서 아른거리던 그때 문득 깨달았다.
“오빠! 근데 우리 이거 신혼여행이잖아? 그치? 배낭여행 아니잖아, 그치?”
둘이 배낭여행을 자주 다닌 탓에 하마터면 신혼여행의 단내가 아닌 땀에 쩔은 쉰내를 맡고 돌아올 뻔했다. 휴우. 아쉽지만 아프리카도 탈락.
“지금까지 여러 곳을 여행했지만, 여기가 가장 아름다웠어. 우리 뉴질랜드로 가자!”
내 짝꿍은 뉴질랜드에서 1년간 워킹홀리데이를 하고 돌아온 경험이 있다. 무척 힘든 시간이었지만 뉴질랜드의 아름다움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고 했다. 나중에 사랑하는 사람과 꼭 다시 와야지, 하는 귀여운 다짐까지 했다는 말에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가 사랑하는 사람은 나니까, 그럼 내가 꼭 가봐야 하는 곳이잖아? 게다가 우리의 셀프웨딩 스냅 배경으로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광활하고 아름다운 대자연이 펼쳐져 있고! 검색해 보니 1월이면 뉴질랜드는 한창 여행하기 좋은 날씨라는데. 옳다구나! 바로 여기다 여기야!
그렇게 우리의 신혼여행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