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웨딩사진 in 푸카키호수 ①
2020년 1월 20일_여행 넷째 날
뉴질랜드로 날아가 웨딩 스냅을 찍기로 한 후, 부지런히 셀프 웨딩드레스를 찾아 나섰다. 합리적인 가격에 유니크한 스타일을 좋아하는 탓에(그렇다. 나는 아주 까다로운 타입이다. 긁적긁적.) 마음에 쏙 드는 옷을 찾는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눈알 빠지게 모니터를 들여다보다가 드디어 구매를 부르는 드레스를 발견했다. 해외 배송이라 보름 넘게 기다려 겨우 받았지만 기다림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마음에 들었다. 어깨만 딱 맞고 다른 곳은 헐렁헐렁 커서 수선집에 맡겼는데(그렇다. 나는 어깨가 넓다. 하하하.) 수선비가 드레스 구매비보다 더 많이 들었다는 건 비밀!
드레스 외에도 챙길 게 많았지만, 최대한 가지고 있는 걸 활용하기로 했다. 10년 된 연핑크 하이힐은 아직 신을만했고 길거리 소품샵에서 산 귀걸이도 드레스와 잘 어울렸다. 일상 소품들이 이렇게 활용될 때 희열을 느낀다. 이 감각적인 센스보소! S593도 작년에 선물 받은 양복과 몇 년째 동고동락 중인 갈색 구두를 신기로 했다. 부케, 화관, 꽃팔찌, 부토니에는 손재주 좋은 S593이 직접 만들어 사용하기로 했다. 캬아, 이보다 더 완벽한 준비는 없구나!
⠀
누군가는 살면서 한 번밖에 없는 순간이니 가장 화려하고 예쁜 것들로 꾸미고 싶어 한다. 그 마음도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한다. 하지만 나는 더하기보단 빼고 싶었다. 살면서 한 번밖에 없는 순간이니 너무 과하지 않게, 욕심내지 않으며 행복한 순간을 채우고 싶었다. 결국 웨딩 스냅 찍으면서 준비한 드레스와 양복, 소품 모두 5월 가족 피로연식 때 그대로 활용할 수 있었다. 쓸데없이 낭비하지 않고 주어진 것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선택, 우리는 이런 걸 참 좋아한다. 셀프 칭찬을 날린다, 궁디팡팡!
드디어 드레스를 입을 날이 찾아왔다. 에메랄드빛으로 물든 예쁜 푸카키호수를 배경으로 첫 셀프 웨딩사진 찍기로 한 것이다. 오늘은 특별히 S593의 생일이자 우리의 5주년 기념일이었다. 웨딩사진을 성공적으로 찍어 더욱더 뜻깊게 보내야지!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호수가 예쁘게 보이는 곳으로 자리를 옮겨 캠핑카에서 옷을 갈아입고 사진 촬영 준비에 열을 올렸다. 하지만 소품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어도 날씨, 바람, 컨디션이 따라줘야 하는 게 야외촬영. 꼬부라지는 앞머리와 켜지지 않는 매직기, 정수리에 떠 있는 해와 그늘지는 얼굴, 미간이 찌푸려지는 더위 등 시작부터 고난의 연속이었다. 이제 시작인데 어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