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메랄드빛 푸카키호수
2020년 1월 20일_여행 넷째 날
뉴질랜드는 작은 소도시에도 캠프사이트가 존재한다. 뉴질랜드에 캠핑카 여행자가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는 포인트다. 마침 성수기인 여행 일정을 고려해 우리는 6박 7일간의 캠핑카 여행 코스를 미리 정한 후 캠프사이트 예약을 마쳤다. 그런데 코스 중 하나였던 패러글라이딩 예약이 취소되고 말았다. 비가 많이 와 해당 도로가 통제되어 패러글라이딩 장소까지 이동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부터 무척 기대하던 일정이었기 때문에 정말 아쉬웠다. 바람에 몸을 맡기고 둥실둥실 날고 싶었는데. 우리는 급하게 일정을 변경해야 했고, 선택의 갈림길에 섰다.
우선 오늘의 숙소 <글렌테너 홀리데이 파크>로 이동했다. 캠핑장까지 가기 위해 마주한 푸카키호수는 바라보기만 해도 감탄이 절로 나오는 그림 같은 곳이었다. 마운트 쿡에서 녹아 흐르는 빙하 때문에 물이 에메랄드빛으로 가득 차 있었다. 호수를 두른 산이 물에 반영된 모습도, 햇볕에 반짝이는 호수의 일렁임도 수채화처럼 아름다웠다.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호수의 풍경에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아이처럼 신이 났다. 우와! 여기 진짜 예쁘잖아? 어딜 둘러봐도 감탄이 절로 나오는 풍경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푸카키호수를 바라보며 연어회 한 팩과 함께 S가 애정하는 음료 L&P를 들고 벤치에 자리를 잡았다. 호수를 바라보며 먹으니 연어의 부드럽고 고소한 식감이 오감을 통해 전달됐다. 어후, 어쩜 이렇게 살살 녹아! 확실히 한국에서 먹는 연어랑 다르구나! 연어 한 점 먹고 호수 한 번 바라보고, 연어 한 점 먹고 마주 보며 감탄하고. 그렇게 우리는 푸카키 주변에 머물면서 1kg의 연어를 해치웠다. 이제 한국 가서 연어 못 먹겠다, 어쩌지?
연어 만찬을 끝낸 후, 푸카키호수 근처를 돌며 사진 찍기 좋은 포인트를 찾아봤다. 차도 많지 않고 예쁜 풍경이 끝없이 펼쳐진 곳이라 드라이브하기 안성맞춤이었다. 운전하느라 호수를 제대로 만끽하지 못하는 S를 위해 나도 잠시 핸들을 잡았다. 언제나 호기롭게 시작하지만, 운전할 때마다 너무 떨린다. 언제쯤 여유롭게 핸들을 돌리며 운전 할 수 있을까? 안전한 속도를 유지하는 탓에 뒤에서 줄줄이 차가 따라올 때마다 미안했다. 손이 땀에 흠뻑 젖었지만, 뉴질랜드 푸카키호수를 무사히! 달려봤다는 데 만족하기로 했다.
푸카키호수에 푸욱 빠진 우리는 결국 다음날 예약한 캠프사이트가 아닌 다른 곳에 묵기로 했다. 예약금이 아깝기도 했지만 패러글라이딩을 못하게 된 상황에서 불필요한 동선을 줄이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그리고 다음 날, 그 선택이 옳다는 걸 깨달았다. 작고 아담한 루아타니아 호수 바로 앞에 위치한 <레이크 루아타니아 홀리데이 파크>는 조용하고 쾌적한 곳이었고, 편안히 쉴 수 있는 휴식 같은 시간을 선물로 받았다. 예쁜 호수와 하늘,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 덕분에 행복한 순간의 연속이다. 하루하루 지나가는 게 너무 아쉬운, 역시 신혼여행은 즐거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