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허니문 일기_Day 3

셀프스냅 첫 촬영기

by 별꼴유랑단

2020년 1월 19일_여행 셋째 날


캠핑카에서는 잠도 자고 밥도 해 먹을 수 있지만 지정된 캠프 사이트에 주차해야 한다. 무료 캠프 사이트는 주차 장소만 제공할 뿐 이렇다할 부대시설이 없는 반면 유료 캠프 사이트는 다양한 시설이 갖춰져있다. 주방, 화장실, 샤워실, 식수대에 와이파이까지. 그렇게 우리는 <퀸스타운 크릭사이드 홀리데이 파크>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첫 캠핑밤이라 좀 긴장했지만 무사히 캠핑카에서의 하루가 지나갔다. 간밤에 옆 캠핑카 커플의 뜨거운 사랑노래가 너무 크게 들려 깜짝 놀라기도 했지만, 이게 여행이구나! 하며 우리는 손만 잡고 잤다. 진짜 손만 꼬오옥 잡고 잤다. 하하하.


간단하고 든든하게 아침을 챙겨먹고 다음 캠프사이트인 <레이크 하웨아 홀리데이 파크>로 향했다. 도심을 벗어나 달리니 색다른 풍경들이 우리의 두 눈을 즐겁게 해 주었다. 그렇지, 이거 보려고 뉴질랜드로 날아왔지! 중간중간 뷰 포인트가 많았는데 마음에 드는 곳에 잠시 정차 후 삼각대를 꺼내들었다. 어딜 비춰봐도 그림이 되는 풍경에 우린 넋을 놓고 말았다. 어쩜 이렇게 예뻐! 멋진 풍경을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어서 비싼 카메라도 장만했는데, 사진 찍을 맛 제대로고만!



하지만 여행 중 스냅 사진을 찍어본 사람들은 알 거다. 삼각대를 사용해서 구도를 잡고 위치를 맞추고 포즈를 취하는 일이 생각보다 어렵다는 걸. 여행을 좋아하는 커플이지만 이렇게 거창한 목적?!을 가지고 사진을 찍는 건 처음이었다. 게다가 사진을 자주 찍지도 않고 카메라 기피증이 있는 나는 더더욱 렌즈를 들여다보는 게 어려웠다. 그런데도 왜인지 웨딩사진은 셀프로 찍고 싶었다. 어색하고 어려우니까 조금이라도 편하게, 우리끼리 해보면 어떨까? 잘하진 못해도 우리의 땀과 노력이 들어가 있다면 무척 의미 있지 않을까?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직접 하는 걸 좋아하는 욕심 덕분에 특히 S가 고생을 많이 했다. 수고했어요, 토닥토닥.




대체로 야외촬영을 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스냅 사진 샘플을 찾아서 공부했다. 공부라고 해봤자 구도나 분위기, 느낌만 참고하는 거라 우리만의 스타일로 구현해내야 했다. 셀프스냅 첫 촬영은 멜빵바지를 입은 귀여운 일상 룩. 예상대로 재밌긴 했지만 역시나 쉽지 않았다. 햇빛의 방향도 중요하고 바람, 구도, 표정, 동작까지 무엇 하나 신경쓰지 않을 게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체력도 떨어지고 컨디션도 떨어지고 당도 떨어졌다. 헥헥헥. 하지만 풍경이 너무 예쁜데다 사진이 잘 나오는 걸 보면서 조금씩 힘을 냈다. 번거롭고 시간도 오래 걸리고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직접 내 손으로 만들어가는 즐거움을 안다면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시간. 그렇게 우리의 셀프스냅 촬영기의 서막이 열렸다. 두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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