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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아 Sep 27. 2020

서른 그리고 나이 듦에 대해

짧은 생각




하루키 책을 읽다가 나이에 관한 말이 있어서

문득 생각을 했다


난 지금 서른인데

실은 솔직히 조금은 바래왔던 나이다

서른즈음이 되면 내 생각에 무언가 젊지만 쿨하고 가난하지 않은 그 어디쯤일 것이라 동경해왔다

그리고 실제 어느날 갑자기 서른이 되었다

스물일곱부터의 삼년은 정말 그냥 지나가 버려서 가끔 설문지에 답을 할 때 이십대에 체크하려다 내가 삼십대라는 것에 깜짝 놀라기도 한다


그렇다 서른인 나는 행운이게도

(이십대의 방황과 지난했던 고난을 지나고)

내가 원했던 정도의 그 어디쯤을 잘 살고 있어서

현재를 충분히 만족하며 즐기며 살고싶다

당연히 힘든일이 없는 것도 아니고 매일 출근하는 직장인의 슬픈 궤도를 돌고 있지만

그래도 이만하면 내가 생각했던 서른의 모습으로 어느정도 성장한 것이 아닐까 싶다


애초부터 철은 들고 싶지 않았고

내가 생각하던 서른은 아직 젊지만 풋내는 떨쳐버리고 내 자신에게 어울리는 것을 잘 아는

쿨하고 가난하진 않은 그 정도 였어서 쉽게 그 모습이 될 수 있었는지 모른다


이 상태에 나를 pause하고 싶다

원래 내 인생의 모토는 적당함이었다

적당함에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이 지금의 삶인 것 같다

여기에 무언가 무거운 것이 내 어깨에 장착되면 이 적당함을 잃게 될 것 같아 두렵다

굉장히 현실적인 사람이라 분명 잃게 될 수 밖에 없다고 확신하고 있다

그래서 내게 이 서른은 이 삼십대 초반의 황금기는 너무나 소중하다

조금 많이 이기적이더라도 이 시간을 좀 더 지키고 싶다


서른 이후.

마흔이 언젠가 될거라고 아주 가볍게 생각해본 적은 있다

진지하게 오래 고민해 보진 않았다

이런 삶, 드라마 장르를 정말 좋아해서 고민을 즐기는 편 임에도 내가 언젠가 중년에 들어설 것이라는 생각은 거의 해보지 않았다

습관적으로 엄마나 나이가 많은 상대방에게 세대차이야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등 나는 젊고 깨인 생각을 하는 사람이라는 말을 종종 하는데

그런 내가 마흔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보지 않았다


서른은 내게 굉장히 매력적이게 다가왔는데

마흔은 어쩐지 미지의 세계이면서 더 혹독하게 바쁜 삶을 살고 있을 것만 같아 걱정이 크다

그냥 현실과 무관하게 내 바램을 적어보자면

시간, 마음적으로 여유있는 삶. 원하는 일을 하고 있는. 경제적으로 넉넉한 그 어딘가를 꿈꾼다

꿈이다


아직은 마흔까지만 고민해야지

그 이상을 생각해 보기는 버겁다

우선 이렇게 삼십대를 잘 즐기고 감사하며 살아내는거다

시간이 예전에 비해 정말 정말 빨리 지나가고 있어 무섭긴 하다

항상 삶에 있어 적당히 수동적이라 시간이 그냥 지났고 지금의 내가 되었고

그러면 언젠가 그냥 적당한 마흔도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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