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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리집가장 Sep 24. 2023

마음 한 뼘 더 쓰기

노량진 대박분식에 다녀와서

이번 토요일엔 노량진의 <대박분식>에 다녀왔다. 이곳은 노부부가 운영하는 노량진의 작은 분식집이다. 배달의 민족 앱에서의 서툰 리뷰 답글이 화제가 되고, 배달 기사들의 이야기가 덧붙여지면서 회자가 된 곳이다. 맛도 있고, 양도 많고, 사장님들도 좋으시니 많이들 찾아가게 된 곳. 나도 여름에 방문을 노렸으나, 그때는 많은 인기로 배달 장사만 하던 시기라 빠른 포기를 했었다. 그러다 떡볶이 쿨타임이 차서 다시금 찾아봤더니, 8월부턴 홀 장사를 재개하신 듯했다. 그래서 바로 약속을 잡고 노량진으로 갔다.


11시부터 영업이 시작되는 곳이지만, 11시에 가게 맞은편에 도착해서 가게를 바라봤는데 셔터가 내려와 있었다. (셔터가 살짝 떠 있고, 휴무라는 안내도 붙여져있지 않았음) '갑자기 휴무?'라는 생각 다음으로는 편찮으신가 하는 오지랖을 살짝 떨어보았다. 그런데 위쪽에서 할머님 한 분이 열쇠를 들고 걸어오시길래 '아 사장님 이시구나'라고 생각했고 예상은 맞았다. 문을 여시고 들어가셨는데, 지금 바로 들어가서 주문을 하면 너무 마음이 급하실 거 같아서 괜히 근처 한 바퀴를 걷다 10분 조금 넘겼을 때 가게로 들어갔다. 주문은 했지만 친구는 아직 안 왔으니 천천히 주셔도 괜찮다고 덧붙였다. 그렇지 않아도 우선 들어온 배달 주문이 있어서 그것부터 해주셔서 식지 않은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메뉴도 많고, 다 맛있어 보이고, 가격도 물가를 역행하므로 여러 개 시키고픈 욕구가 들었지만 남기는 것 또한 예의가 아니므로 2개의 메뉴를 시켰다. 대표 메뉴 같았던 '김치볶음밥'과 그냥 먹고 싶었던 '라볶이'. 여고 씨름부 실세 두 명이 갔으므로 감당 못할 양은 아니었고 배부르게 잘 먹은 양이었다. 그렇다고 하나 더 시켰으면 남겼을 듯! 김치볶음밥에선 고추장맛이 많이 나므로 김치 맛을 원한다면, 다른 메뉴를 시키는 것을 추천!(김치전도 맛있다고 함) 라볶이는 사장님이 너무 졸여서 국물이 없어 미안하다 하셨지만, 꾸덕꾸덕할수록 맛있는 것이 떡볶이와 라볶이 아닌가요? 그래서 더 맛있게 먹었다. 라볶이 추천! 


다리가 불편해 보이셔서 음식을 내주실 때 우리가 직접 가서 받게 되고, 조리가 조금 더딜 수도 있고, 매장이 정리되어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우리가, 많은 사람들이 이 가게를 찾아가는 이유에 대해 생각했다.


오늘, 일요일에 갔던 '문학주간 2023-소리 채집-시어의 냇물에서 건져온 노래'에서 이 행사를 기획한 유희경 시인이 말했다. 우리가 마음 한 뼘을 더 쓰면 좋겠다고.


이렇게나 많은 메뉴를 이렇게나 저렴한 가격으로 맛있게,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건 사장님들이 마음 한 뼘을 더 쓴 것이고, 애써 이 가게를 찾는 사람들도 마음 한 뼘을 더 쓰고 있는 것 아닐까 라는 생각. 그렇게 한 뼘씩이 모이면 정말이지 넘치는 마음들이 된다. 솔직히 이런 생각들 그냥 다 차치하고 라볶이가 맛있어서 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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