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후 처음으로 맡은 일은 계정 사이트 구축에 대한 업무였고 기획자로서 첫 프로젝트였습니다. 회사는 라이트브레인이었지만 신입 기획자의 브레인은 아직 순수했고 첫 프로젝트에 대한 부담감은 커져만 갔습니다. 저의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을 지켜보신 팀장님은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앞서 타 서비스의 회원가입 리서치를 제안하셨습니다. 서비스를 이용하기 전 늘 해왔던 회원가입이었지만 자세히 살펴보니 그동안 인지하지 못한 기능들이 숨어있었습니다. 필수로 거쳐야 하지만 다소 귀찮고 복잡한 과정을 밟는다면 가장 많은 이탈이 발생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리서치를 진행하면서 회원가입 시 발생할 수 있는 이슈들을 줄여 가입률을 높이려 했던 여러 장치들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회원가입 기획을 앞두고 타사 서비스 리서치를 통해 얻었던 인사이트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1.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기 위한 오류 메시지
오류 메시지를 통해 사용자는 자신의 오류를 빠르게 인지하고 수정할 수 있습니다. 오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문제가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알려주고 어떤 문제가 있는지 간단하고 명료하게 설명해야 합니다.
<구글>은 아이디 입력 후 오류가 있을 시 단순히 “입력하신 아이디를 확인해 주세요”라는 문구가 아닌 구체적이고 명확한 오류 메시지를 제공합니다. 사용 가능한 글자, 최소 글자 수, 중복 계정 등 상황에 따라 다르게 안내합니다. 구체적인 안내 메시지는 사용자의 시행착오를 줄이고 올바른 수정을 가능하게 합니다.
<트위터>는 오류 메시지를 더 쉽고 보고 잘 읽을 수 있도록 텍스트와 배경색을 이용합니다. 붉은색 배경과 대비되는 텍스트를 통해 오류를 더 명확하게 알 수 있도록 합니다. 색맹이 있는 사람들을 위해 아이콘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2. 문제 발생 시 적절한 해결 방안 제시
문제가 발생했는데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면 바로 그 화면에서 안내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적절한 방안을 제시함으로써 사용자가 가입 중간에 금방 포기하지 않도록 돕습니다.
<쿠팡>과 <샤오미>는 아이디 입력 시 이미 가입된 이메일이면 단순히 중복 안내만 제공하지 않습니다. 해당 아이디로 로그인할 수 있는 버튼도 같이 제공합니다. <쿠팡>은 로그인 버튼뿐만 아니라 비밀번호 찾기 버튼을 추가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메일 주소로 아이디를 생성하는 경우 영어와 숫자 조합을 가진 아이디보다 타인과 중복될 확률이 낮습니다. 따라서 이메일이 중복되었다는 메시지가 나오는 경우 다른 사람이 쓰고 있는 이메일을 입력한 것이 아닌 자신이 같은 이메일로 가입했을 가능성이 더 큽니다. 단순히 중복 계정임을 알려주는 타 서비스와는 달리 <쿠팡>과 <샤오미>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3. 비밀번호 확인은 과감히 제거
가입 시 똑같은 비밀번호를 두 번 입력하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비밀번호는 노출 위험이 있는 경우 도난당하기 쉽기 때문에 주로 비밀번호를 마스킹 처리하는 편입니다. 마스킹되어있는 비밀번호를 입력할 경우 한 번만 입력하면 사용자가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비밀번호를 설정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비밀번호를 두 번 입력하게 하는 것입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가입을 포기하게 만드는 원인의 1/4은 비밀번호 확인 필드라고 합니다. 이 연구에서는 암호 확인 필드를 제거하고 마스킹을 해제 옵션으로 바꾸자 사용자의 수정 횟수가 감소하고 회원가입 완료율이 증가했다고 합니다.
<페이스북>과 <쿠팡>은 회원가입에서 이탈률을 줄이기 위해 비밀번호 확인 입력 필드를 과감히 없앴습니다. 비밀번호를 한 번만 입력하기 때문에 같은 내용을 반복하지 않아도 됩니다. 대신 비밀번호 입력과 동시에 확인할 수 있도록 마스킹이 제거된 비밀번호가 보입니다. <쿠팡>은 비밀번호를 설정할 때 옆자리에 누군가 있을 경우를 대비하여 눈 아이콘을 사용해 비밀번호를 숨길 수 있습니다. <페이스북>은 그보다 더 과감하게 비밀번호 숨기기 기능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비밀번호의 유출을 막는 것보다 가입을 더 쉽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도로 보입니다.
4. 인증 시 가입의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유도
가입을 완료하기 위해 휴대폰 및 이메일 인증을 해야 하는데 인증은 회원가입 시 이탈이 제일 많이 발생하는 구간입니다. 인증 시 이탈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인증을 요청했는데 어떠한 이유로 오지 않아서, 이메일 인증을 하는 경우 직접 메일함으로 이동해야 하는데 귀찮아서, 인증을 위해 잠시 다른 화면으로 옮겼는데 눈길을 빼앗길 콘텐츠가 있어서 등등.. 인증은 입력한 휴대폰 번호 또는 이메일을 확인하기 위해 꼭 필요하지만 그만큼 성가시기 때문에 이탈이 자주 발생합니다.
<삼성>과 <샤오미>는 이메일 가입 시 “메일함 이동”이라는 버튼을 제공해 포털 사이트에 직접 들어갈 필요 없이 가입을 진행하고 있는 화면에서 새 창을 통해 메일함 이동이 가능합니다.
<트위터>에서는 이메일을 받지 못했을 경우를 대비해 이메일 다시 보내기 기능 외 “대신 휴대폰 사용하기” 버튼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버튼을 선택하면 이전에 이메일로 가입하던 도중 입력했던 개인 정보는 그대로 유지된 채 휴대폰 번호만 입력하도록 입력 필드가 포커스 됩니다. 선택했던 수단으로 인증받지 못했을 때 다른 방법으로 넘어가는 흐름이 자연스럽고 이미 입력했던 정보는 다시 입력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번거로움이 줄어듭니다.
마치며
회원가입 시 가입률을 높이는 장치들을 알아봤습니다. 그동안 큰 의식 없이 회원가입을 자연스럽게 끝낸 것은 가입 완료를 위한 여러 기능들이 존재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리서치 후 내용들을 정리하면서 앞으로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어떻게 적용하면 좋을지 고민해보게 되었습니다. 또한 좋은 사용자 경험이란 사용자에게 필요한 것들을 찾아 적재적소에 넣어두는 일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글이 회원가입 기획을 앞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라이트브레인 가치UX그룹 박찬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