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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ightbrain Lab Dec 15. 2023

실무 기획 경험기:

이상적인 Flow에서 벗어나 기획하기

‘아마 입사해서 실무를 경험해 보면, 생각해 왔던 기획과는 차이가 있을 거예요’ 제가 열심히 준비한 포트폴리오에 대한 발표를 하고 난 뒤, 가장 먼저 들은 코멘트였습니다.


그 당시에는 그 말을 기획의 세계는 생각보다 더 넓고 어려우니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격려의 말로만 이해했었습니다. 직접 실무를 경험해 본 지금 돌이켜보니 그렇게 이해한 바도 틀리진 않지만, 조금 다른 의미로 해주신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포트폴리오를 만들며 진행했던 ‘기획’과 실제 앱을 ‘기획’하는 일은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었던 게 아닐까 하고요.


내가 느낀 가장 큰 차이점은 이랬습니다.


포트폴리오를 위한 서비스 기획은 제가 만든 서비스의 장점을 어필하기 위해 가장 이상적인 Flow로 짜입니다. 때문에, 모든 케이스를 고려하지 않아도 됐었습니다. 그에 반해, 실제 서비스를 설계하는 일은 사용자가 현실적으로 맞닥뜨릴 수 있는 케이스들을 빈틈없이 수집하고, 메꾸는 일에 가깝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마치 한 방울의 물도 새지 않도록 납땜을 하는 것처럼요.


이번 글에서는 입사 후 2년 동안 실무를 경험하며 알게 된 기획 시 고려해봐야 할 케이스들에 대해 공유하고자 합니다. (포트폴리오를 선행 기획에 가까운 프로젝트들로만 구성했던 저의 주관적인 경험으로 쓰여진 글임을 참고 바랍니다.)




1. 사용자가 앱 사용 중 이탈할 경우


이상적인 Flow에만 익숙해져 있던 시절에 가장 많이 누락한 케이스는 바로 중도 이탈 케이스입니다. 사용자는 언제 어디서나 이탈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앱을 이용하다가, 결제나 중요한 정보를 입력하다가도 중지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를 대비하여 사용자가 이전/취소 버튼을 눌렀을 때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정의가 꼭 필요합니다.   


예시 : 당근마켓(좌), 토스뱅크(우)


중요한 정보를 입력하고 있었을 경우, 화면 이탈을 의도한 것인지 대해 확인하는 단계는 필수입니다. 또 입력한 내용에 대한 임시저장 기능 제공여부 등을 추가로 고려하여, 중도 이탈 시 발생할 수 있는 불편함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2. 노출할 정보가 없을 경우


어떠한 주제를 가진 영역에 노출할 콘텐츠가 없다면, 단순히 무(無)의 상태를 노출하는 것보다 조금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합니다. 해당 영역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서비스에 처음 가입하여 노출할 항목이 없을 경우에는 서비스의 다양한 콘텐츠를 추천하거나 핵심 기능을 이용해 보도록 유도할 수 있습니다.

예시: Daytrip 앱의 즐겨찾기 메뉴


Daytrip은 공간 큐레이션을 컨셉으로 하여 새롭고 인기 있는 공간을 추천하고 탐색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입니다. 상단의 예시를 보면 노출할 콘텐츠 영역이 비어있을 경우, 해당 위치를 2가지 방법을 통해 전략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1. 새로운 콘텐츠를 추천하는 공간으로 활용
2. 리스트 만들기 버튼을 배치하여 즉시 탐색이 가능하도록 어포던스 부여


그에 반해, 몇몇 서비스들은 노출할 콘텐츠가 없을 경우, 영역을 미노출시키는 방법도 택하고 있습니다.
 


비어 있는 공간을 활용하기 어렵다면, 해당 영역을 감추고 앱의 활성화되어있는 영역만 노출하여 강조할 수 있습니다. 노출할 콘텐츠가 없을 경우 영역을 감추는 것 또한 기획의 일부이기 때문에 description상에 반드시 기재해야 합니다.



3. 공유받은 링크에 접근할 수 없을 경우

예시: 다음 카페


콘텐츠를 조회하는 페이지를 기획할 때 알게 된 케이스입니다. 다른 사용자에게 공유할 수 있는 화면을 설계할 때, 해당 화면이 모든 사용자에게 동일하게 접근 가능한 페이지일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특정 등급 혹은 사용자에게만 접근 가능한 페이지가 그 외의 등급인 회원에게 공유되었다면? 공유된 링크를 열었을 때 사용자는 막다른 길에 놓인 것과 같으므로, 다음 행선지로 매끄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적절한 안내와 이동할 위치가 준비되어 있어야 합니다.




4. 에러가 발생했을 경우 적절한 안내


서비스 사용 도중, 에러가 발생하는 원인은 다양합니다. 실무 기획을 하며 느낀 점은 에러 메시지가 뜬 다는 것 자체가 서비스의 구멍일 수도 있기 때문에, 발생 시에 어떤 이유로 에러가 발생했는지, 해결 방법은 무엇인지에 관한 내용 없이 뭉뚱그려 에러로만 안내된다면 사용자는 답답함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예시: 돌쇠네 농산물(좌), 토스뱅크(우)


물론 모든 종류의 에러를 특정하고 정의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어떤 에러는 사용자가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해결할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사용자가 어떠한 조치를 통해 직접 해결할 수 있는 에러라면 불친절한 안내가 아닌 하단 예시처럼 사용자 친화적인 언어로 에러에 대해 안내하고 또 해결 방안을 담은 에러 메시지를 기획해야 합니다.


예시: KB스타뱅킹(좌), Venmo(우)

 설명: 네트워크가 불안정하거나 송금 정보를 수정해야 할 경우, 사용자가 직접 에러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안내되고 있습니다.




5. 최초 진입하는 페이지일 경우


사용자가 가입 후 최초로 진입하는 페이지일 경우, 노출되는 정보를 사용자가 가입 절차 이후에 별도로 기입해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SNS 요소를 지닌 서비스일 경우, 가입 절차 중에 닉네임을 미리 설정하지 않았다면 최초로 SNS 이용 시 닉네임 영역에 어떤 정보를 노출해야 할까요? 만약 실제 ID를 노출하게 된다면 개인 정보를 담고 있기 때문에 마스킹 처리가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이에 대한 결정은 정책적인 문제이므로, 관련 부서와 논의 후 결정해야 합니다.) 이렇듯 어느 화면이건 최초 진입하는 경우에, 어떠한 부분이 다르게 노출되거나 작동되어야 할 점은 없는지 생각하여 description에 기재해야 합니다.


예시 : 무신사

설명: 최초 진입한 프로필 화면에서만 자동 생성된 닉네임과 프로필 수정을 유도하는 툴팁이 몇 초간 노출된다.




글을 마치며


자주 발생할 수 있는 케이스 외에도 매번 새로운 서비스와 메뉴를 기획할 때마다 새롭게 고려해야 하는 경우들이 생깁니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발생할 수 있는 케이스들을 기계적으로 외워 정의하기보다는 ‘만약에’라는 시나리오를 세워 차근차근 상상해 보며 화면을 기획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느꼈습니다. 또, 화면 하나하나를 분리해서 생각하기보다는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에 유념하여 Flow를 따라가다 보면 정의가 필요한 부분들을 찾을 수 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사례들을 경험하여 더 많은 것들을 고려할 줄 아는 기획자가 되길 기대해 보며 이번 글을 마칩니다.

- 라이트브레인 가치UX그룹 손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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