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 민족과 쿠팡이츠 파트너앱 실전 리뷰
음식을 주문하기 위해 전화번호가 빼곡히 적힌 두꺼운 책을 꺼냈던 일은 이제 추억이 되었다. 스마트폰 앱으로 다양한 음식점들과 후기를 볼 수 있고 버튼 몇 번이면 현관문 앞에서 직접 결제를 하지 않아도 된다. 최근 쿠팡 이츠 앱을 사용하면서 음식을 주문하고 도착하기까지의 알림이 인상적이었다. 역시 쿠팡답게 20분 안팎으로 배달이 오고 '20분 만에 배달이 왔어요!'라는 알림이 도착했다. (치타 배달이 아닌 경우 사진과 같이 시간은 나오지 않는다)
배민과 쿠팡의 알림 작동 방식이 궁금해졌고 인터넷을 찾아보다가 직접 확인해 보기로 했다. 그렇게 나는 퇴근 후 배달 기사가 됐다.
배달의 민족은 ‘배민 라이더’를 시작으로 배달 문화를 바꿨다. 음식점 업주가 배달 기사를 고용하는 방식에서 배달 건당 돈을 벌 수 있는 배달 프리랜서 시대가 온 것이다. 그리고 쿠팡의 ‘쿠팡 이츠’ 서비스를 런칭하면서 배달 일을 전업으로 하는 기사가 아닌 원하는 시간에 누구나 투잡이 가능한 쿠팡 배달 파트너(쿠리어) 체계를 구축했다. 그리고 배달의 민족 또한 부업으로 배달 일을 할 수 있는 ‘배민 커넥트’를 런칭했다.
배달의 민족과 쿠팡의 배달 시장 점유율은 2020년 기준 약 70%와 7%대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쿠팡이 뒤늦게 배달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쿠팡 이츠의 성장세를 보면 배달의 민족이 쿠팡을 경계해야 함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한 달 동안 두 서비스를 경험해보며 배달 일을 했을 때, 배민은 많은 돈을 벌 수 있고 쿠팡은 안정적으로 여유시간을 빌려 용돈을 벌 수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러한 결론이 나오는 데 몇 가지 차이점을 짚어보려 한다.
배민과 쿠팡이츠에는 ‘배차’라는 것이 존재한다. 배차는 차례를 정한다는 뜻으로 배달 기사에게 배달 일이 정해지는 방식이다. 배달 주문이 매칭되는 배차는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친다. 고객이 주문하는 앱 (배달의 민족과 쿠팡 이츠)을 시작으로 음식점 업주가 주문을 접수받는 앱(배민 주문 접수와 쿠팡 이츠 스토어), 그리고 주문 접수와 동시에 배달 기사와 매칭 되는 앱(배민 라이더스와 쿠팡 배달 파트너)으로 연결된다.
배민과 쿠팡이츠에서 음식을 주문하던 소비자들은 돈을 벌기 위해 주문 접수 앱과 라이더 앱을 이용하는 사용자가 될 수 있다. 배민과 쿠팡 이츠는 말 그대로 모두가 고객이며 모두에게 만족을 줄 수 있도록 계속해서 개선하는 과제가 주어진 것이다. 배달 기사 오픈 채팅 방에서 대화를 나누다 보면 대부분 조금이라도 더 돈을 벌 수 있는 서비스를 사용하곤 한다. 하지만 서비스의 사용성에 대한 불만이 존재하고, 돈보다는 운동삼아 시간을 쓰는 필자의 경우 사용성이 좋은 하나의 서비스만 이용하게 됐다. 다음은 두 서비스를 사용해본 후기이며 칭찬과 아쉬움이 난무하는 주관적인 의견이다.
두 서비스는 ‘배차 방식’에서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인다. 배민에는 ‘일반 배차’와 ‘AI 배차’가 있으며 쿠팡 이츠에는 한 가지의 배차만 존재한다. 배민은 배달 기사의 능력만큼 여러 개의 배달을 수행할 수 있는 반면에 쿠팡 이츠는 하나의 배달만 수행할 수 있다.
배민에서 필자는 도보로 배달 기사를 지원했기 때문에 여러 개의 배차를 처리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오토바이나 자동차를 운용하는 기사들은 여러 개의 음식을 픽업해 보다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무리하게 여러 배차를 수행하다 보면 시간에 대한 압박이 심해지고 특히 오토바이는 인도에서 위험한 상황을 초래하곤 한다. 요즘처럼 길이 미끄러울 땐 더 위험하며 폭설이 내리지 않는 이상 날씨에 따른 추가 수당을 제공하기 때문에 오히려 비가 오거나 눈이 내리는 날을 기다리는 것을 느꼈다.
반면에 쿠팡은 한 번에 한 건의 배달만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의 압박을 전혀 받지 않았다. 대신 배민과 다르게 여러 개의 배달 중 선호하는 지역의 배달을 선택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배달 기사로서의 품위(?)를 지켜야 했다. 배달 기사의 품위는 배달 수락 요청의 ‘수락률’과 고객이 평가하는 ‘배달 평점’이 있다. 이러한 시스템이 쿠팡 이츠의 ‘치타 배달'(2-30분 만에 배달)을 가능하게 했고 고객의 배달 평점을 더 잘 받기 위해 배달을 할 때 음식이 안전하도록 자연스럽게 더 신경을 쓰게 됐다.
배민 라이더스와 쿠팡 이츠 배달 파트너는 배달 기사를 위한 앱이다. 즉 화려하고 매력적인 설계보다는 직관적인 UI를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배달 기사의 능력이 우선시 되는 배민 라이더스는 AI추천 배차의 지도 UI에서 그 특징이 잘 나타난다.
배달 기사가 앱에서 배달을 수락하게 되면 현재 위치에서 픽업지(음식점)까지 도착해야 하는 시간과 픽업지에서 배달지(고객 집)까지의 시간이 표시된다. 또한 여러 배차를 진행할 때 최적의 경로를 알려주어 효율적인 다중 배차를 수행할 수 있다.
반면에 쿠팡 이츠는 배달 시간이 표시되지 않고 한 명의 고객에만 집중하며 배달을 수행한 뒤 고객의 배달 평점으로 내가 배달을 빠르게 혹은 늦게 수행했는지 알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쿠팡 이츠 배달 일을 하다 보면 픽업지에 도착해 많은 기사분들과 5분에서 길게는 20분까지 어색하게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린 적이 있었다. 하지만 쿠팡 이츠가 얼마나 라이더의 여정을 고려해 설계했는지 CTA 버튼을 통해 알 수 있었다.
하나의 배달을 수행하기 위해 총 4개의 버튼을 선택하게 되는데 배민 라이더스의 선택 방식과 다르게 쿠팡 이츠는 버튼을 누르고 슬라이드를 해야 해당 수행을 완수할 수 있다. 아이폰의 ‘밀어서 잠금 해제’처럼 버튼을 실수로 눌렀을 때를 방지하고 슬라이드라는 확실한 행동에 메시지를 추가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실제로 운행 도중 실수로 배달 완료 버튼을 누른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정말 50m 전력질주하듯이 뛰어가 진땀을 뺀 적이 있었다. (그래서 배달 평점에 불만족 평가가를 받았나 보다)
쿠팡 이츠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 중 하나가 앱 서비스 내 주문자 개인정보 처리방식이다. 배민 라이더스에서는 배달을 수행한 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완료 탭이 있는 반면에 쿠팡 이츠는 배달을 완료하면 금액과 날짜, 시간에 대한 정보만 남게 된다.
이는 배민에서 카드결제나 현금 결제도 가능하기 때문에 현금 결제 시 정산을 하기 위함이며 마스킹 처리가 되기는 하지만 왠지 찝찝한 구석이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내가 언제든지 음식을 주문하는 고객이 될 수 있다. 그렇기에 배달 기사가 나의 개인 정보를 쉽게 볼 수 없는 쿠팡 이츠에 좋은 인상이 남게 됐다.
한 달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배달 일을 하면서 느낀 점과 카카오톡의 라이더 오픈 채팅방에서 주로 언급되는 불편함이 있었다. 배달 기사들은 이용하는 운송 장비가 다르고 한정적이다. 극단적인 예시로 배달 기사들을 당황하게 하는 상황들은 다음과 같다.
1. 여러 개의 커피 배달, 고객님께서 요청한 “흘리지 말고 가져와 주세요.”
2. 훌륭한 장군은 술이 식기 전 적장의 목을 베고 훌륭한 배달 기사는 자장면이 불어 터지기 전에 고객의 집에 도착한다.
3. 자전거로 등록하고 오토바이로 배달하는 배달 생태계의 포식자 자토바이
필자도 카페 주문을 받고 배달을 한 적이 있었다. 커피가 흘러넘칠까 조심스러워 배달 가방에 넣지 못하고 커피 캐리어를 손으로 운반해야 고객에게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을 제공할 수 있다. 도보 배달이었기에 가능했지만 자동차가 아닌 킥보드나 오토바이였다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뿐만 아니라 시간에 따라 자연스럽게 불어 버리는 면 요리와, 점심때 단체 주문으로 인해 배달 가방에 싣지 못하는 문제점들이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배달 기사가 가진 장비들을 선택하고 주문을 필터링해준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무엇보다 배달 생태계를 망치는 ‘자토바이’는 배민과 쿠팡이 해결해야 하는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보통 돈과 직결이 돼있거나 경쟁을 하는 서비스에 자신의 이익을 위해 서비스의 일반적인 멘탈 모델을 위반하는 ‘사악한 퍼소나’가 나타난다. 자토바이는 자전거로 등록해 오토바이보다 더 작은 범위의 배달 일을 부여받게 되고 오토바이로 많은 배달을 수행할 수 있다. 특히 사고가 났을 때 보험 처리의 문제와 경쟁 기반의 배차 방식에 악영향을 주고 먼 거리나 언덕이 많아 기피하는 지역의 주문에 배달 기사가 배정되지 않아 고객이 음식을 받는 시간이 지체되는 문제를 낳는다. 이러한 문제를 살펴보니 정책적인 부분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많지만 충분히 디자인적인 설계와 기술의 활용으로 개선되리라 믿고 있다.
UX분야 종사자로서 배달 생태계를 변화시킨 배달의 민족과 후발 주자이지만 강력한 쿠팡 이츠의 배달 기사를 위한 서비스를 공부하기 위해 배달 일을 시작했다. 생각보다 운동삼아 용돈을 벌 수 있다는 게 재밌었고 내가 주문했던 음식이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살펴볼 수 있었다. 음식 주문 앱인 배민과 쿠팡 이츠의 이벤트 배너에 배달 기사를 모집하는 글을 볼 수 있다. 배달을 주문하던 소비자에서 배달 기사가 된 사용자 모두 그들이 위해야 하는 고객이기에 앞으로 어떻게 더 나은 배달 생태계로 발전시킬지 기대가 된다.
– 라이트브레인 가치 UX 그룹 김종훈
* 함께 배달 일을 하며 많은 의견을 주고받았던 노은종 님께 이 글을 바칩니다.
* 타이틀 이미지 출처 – 배민커넥터 (http://www.baeminriders.kr/connec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