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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ightbrain Lab Apr 05. 2021

08. 미니멀리즘의 선두 디터 람스

Design History 08

[디자인 히스토리 08] ‘Less is more’ 미니멀리즘의 선두 디자이너 디터 람스

  

제품 디자이너 디터 람스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람들이 제게 말합니다.
애플의 디자이너 조너선 아이브가 당신 디자인을 베꼈어 라고요.
그건 아닙니다.
 

애플의 디자인과 제 디자인은 분명 연결되어 있지만,

그것은 『덜할수록 더 좋다.』라는 제 디자인 철학의 연장 선상이며 저에 대한 찬사입니다."




금주 포스팅 주제는 미니멀을 추구하는 디자인들의 선두에 섰던 디자이너 <디터 람스>입니다.

여러분은 디자인을 공부하면서 ‘Less is more’ 혹은 ‘Less but better’ 이란 말을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이 말의 주인공이 바로 디터 람스입니다.

애플의 맥에서도, 무인양품의 시디플레이어에서도, 뱅엔올룹슨의 스피커에서도, 플러스 마이너스제로 계산기에서도 그리고 수없이 많은 미니멀을 외쳐대는 디자인들에서도 그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디터 람스는 자신의 디자인 철학을 담은 유명한 십계명을 남겼습니다.


그가 남긴 십계명은 오래도록 후대 디자이너들의 훌륭한 지표로 디터 람스를 대신해 자리를 지킬듯합니다.


1. <좋은 디자인은 혁신적이다.>
혁신의 가능성은 결코 고갈되지 않습니다.
기술의 발전으로 항상 혁신적인 디자인을 위한 새로운 기회가 제공됩니다.
혁신적인 디자인은 언제나 새로운 기술과 나란히 발전하기 때문에 그 자체에 끝이란 없습니다.


2. <좋은 디자인은 제품을 유용하게 한다.>
제품은 필요에 의해서 구매합니다.
그 필요성의 기준은 몇 가지가 있습니다.
제품은 기능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나 시각적으로도 만족을 주어야 합니다.
좋은 디자인은 제품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불필요한 것들은 모두 무시합니다.


3. <좋은 디자인은 아름답다.>
제품의 시각적 만족감은 필요성 일부입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제품은 우리 자신과 우리 삶의 질에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4. <좋은 디자인은 제품을 이해하기 쉽도록 한다.>
좋은 디자인은 제품의 구조를 명료하게 보여줍니다.
제품이 스스로 말하도록 하면 더 좋습니다.
가장 좋은 것은 스스로 설명하는 것입니다.


5. <좋은 디자인은 정직하다.>
좋은 디자인은 제품을 실제보다 더 혁신적이고, 더 강력하고, 더 가치 있게 보이도록 하지 않습니다.
지킬 수 없는 약속으로 구매자를 속이려 하지 않습니다.


6. <좋은 디자인은 불필요한 장식으로 관심을 끌지 않는다.>
어떤 목적을 달성한 제품은 연장과 같습니다.
그것은 장식물도 아니고 예술작품도 아닙니다.
따라서 제품의 디자인은 사용자의 자기표현이 가능한 여백을 남겨두기 위해서 중립적이고 절제되어야 합니다.


7. <좋은 디자인은 오래 지속된다.>
좋은 디자인은 유행을 따르지 않으며, 그렇기 때문에 쉽게 구식이 되지도 않습니다.
유행을 따르는 디자인과 달리 좋은 디자인은 오래 지속됩니다.
요즘 같이 쉽게 쓰고 버리는 시대에도 그렇습니다.


8. <좋은 디자인은 마지막 디테일까지 철저하다.>
어떤 것도 임의로 혹은 우연히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디자인 과정에서의 배려와 정확성은 구매자에 대한 존중을 보여줍니다.


9. <좋은 디자인은 환경친화적이다.>
좋은 디자인은 환경 보전에 중요한 공헌을 합니다.
자원을 보존하고, 제품의 일생을 통해 발생할 수 있는 물리적, 시각적 공해를 최소화합니다.


10. <좋은 디자인은 할 수 있는 한 최소한으로 디자인한다.>
더 적은 게 더 낫다. 좋은 디자인은 본질적인 것에 집중합니다.
따라서 불필요한 짐을 지지 않습니다.



디터 람스는 BRAUN이라는 제품 디자인 회사에서 30년간 수석 디자이너로 근무한 경력이 있습니다.
그럼 디터 람스의 디자인들을 알아보기 이전에 BRAUN에 대해 먼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BRAUN은 1921년 엔지니어 막스 브라운(Max Braun)이 프랑크푸르트 암마인에 세운 작은 가게에서 출발합니다.

각종 소비재를 만들며 뛰어난 디자인과 우수한 품질로 유명합니다.

1967년 질레트가 이 회사의 지배지분을 인수해 1984년부터 2005년까지 브라운을 소유합니다.

2005년 프록터앤드갬블(P&G)이 질레트를 인수해 그때부터 브라운은 프록터앤드갬블의 자회사가 되었습니다.

막스 브라운은 1923년 라디오 부품을 생산하기 시작했습니다.

창업한 지 8년이 지난 1929년 라디오 완제품을 제조했으며, 브라운은 독일 내 라디오 제조부문에서 앞서 나가는 회사가 되었습니다.


1932년에는 라디오와 레코드 플레이어가 결합된 제품을 선보이며 계속 성장해갔습니다.
1937년 막스 브라운은 파리 만국박람회에서 축음기 부문 특별상을 수상했습니다. 3년 후 회사의 사원은 1,000명을 넘습니다.
1950년대 전기면도기를 내놓았고 계속해서 라디오와 오디오 장비를 생산합니다.



브라운에서 처음 나온 전기면도기는 S50입니다.

이 면도기는 1938년 고안되었으나 2차 세계대전으로 출시가 지연되었습니다.

브라운은 1950년대 중반부터 기능성을 강조한 독일의 현대 산업디자인과 연계되어 주목을 받습니다.



브라운 디자인팀의 디터 람스는 1956년 레코드 플레이어 SK-4를 설계했으며, 1950년대 후반과 1960년대 독일 디자인의 부흥을 주도했습니다.

그 이후 디터 람스는 30여 년간 브라운 디자인팀을 이끌며 많은 작품을 디자인합니다.

커피메이커, 계산기, 라디오, 면도기 등 디터 람스가 선보인 작품들은 현대 산업디자인의 긍정적인 선례가 됩니다.


국내에서도 대림미술관에서 10년 전 디터 람스 전이 열린 적이 있습니다.
지금부터 과거 디터 람스전에 전시되었던 디자인들을 돌아보며 그가 제작한 디자인들의 아름다운 궤적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전시 입구입니다. 디터 람스의 십계명으로 전시가 시작됩니다.


디터 람스가 디자인한 각종 플래시입니다.


라이터 디자인입니다. 구멍에 담배를 갖다 대고 측면이나 윗면의 버튼을 눌러 불을 붙이는 방식입니다.


유명한 스피커 디자인입니다.

스피커가 나온 해가 1968년인 걸 고려한다면 상당히

급진적 디자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라디오 디자인입니다.

디터 람스 디자인 특유의 타공망과 전체 외형의 조화가 아름답습니다.


전 세계 방송을 들을 수 있는 라디오입니다.
복잡한 정보들을 간결하게 정리하는 방식은 저희가 디자인하는
UI 디자인에서도 좋은 레퍼런스가 될 수 있을듯합니다.


선풍기 디자인입니다.

흰색과 연회색의 배색이 아름답습니다.


레코드 플레이어 디자인입니다.

브라운 로고사의 위치가 절묘하며 불필요한 장식이 전혀 없습니다.


스피커 디자인입니다.

연한 목재와 회색 앞판의 색감 조화가 아름다우며

버튼의 색감과 스피커 모양새 또한 조화롭습니다.


다이얼 디자인이 미니멀리즘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애플사의 디자인을 비난하는 분들이 자주 거론하는 아이템입니다.

비난의 요는 측면이 열리는 모양새가 맥 프로의 평판과 비슷하다는 의견입니다.

옆의 타공망 디자인은 지금의 맥북 스피커 구멍이나 아이패드 2의 스피커 그릴에서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은색 알루미늄과 검은색의 조합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디터 람스는 수십 년 전에 이런 극치의 아름다움을 발견했고, 조너선 아이브는 그걸 계승해서 현대적으로 재창조해냈습니다.


각종 숫자가 복잡하게 그려져 있는 건 요즘 시대에 구식으로 여겨질 수 있는 부분이지만, 60년대의 시대적 상황에 맞는 구조 내에서 정보에 맞는 외형과 색상을 부여해준 것은 감탄스럽습니다.


휴대용 라디오 디자인입니다. 타공망과 다이얼의 조화가 아름답습니다.


세련된 스피커 디자인입니다. 아이맥이나 애플시네마의 모니터에서 이런 외형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컬러 드라이기입니다. 컬러의 조화가 흥미롭습니다.


계산기 디자인입니다.

디자인에 쓰인 버튼 모양들을 조너선 아이브가 아이폰에

내장된 계산기 디자인에 차용했다고 합니다.

진한 회색에 연한 노랑, 진한 녹색은 디터 람스가 즐겨 쓰는 색 배합입니다.


디터 람스가 즐겨 쓰는 디자인 스타일을 이용해 전시 외벽을 디자인했습니다.


크림색 컬러에서 흰색 컬러의 버튼으로 넘어가는 조화가 아름답습니다.


이러한 구조의 디자인에서는 외형이 다른 두 가지 디바이스의 결합에 대한

고민과 아이디어를 엿볼 수 있습니다.


믹서기 디자인입니다.

곡선의 조화가 우아합니다.


각종 계산기 디자인입니다.

녹색, 갈색, 옅은 노랑, 빨간색 등의 컬러 조화를 신경 써서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독일의 공공 광장에 세우는 시계탑 디자인입니다.

독일인의 냉철한 감성이 잘 녹아들어 있는 것 같습니다.


카메라 디자인입니다.

빈티지 소품으로 사용해도 좋을 만큼 세월의 멋스러움이 묻어납니다.


브라운사의 패키지 디자인입니다.

패키지 겉면을 제품 이미지로 꽉 차게 디자인하는 것은

훗날 애플사의 패키지 디자인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칩니다.


위의 디자인에서 버튼의 간격과 컬러들을 보면

덜할 것도 더할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상태 변화에 따라 변화하는 녹색 컬러의 점은 60년대 디자인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미래적입니다.


복잡한 정보를 성격에 따라 정리하는 좋은 예제라는 생각이 드는

디자인입니다.


볼록한 브라운관 모니터입니다.

왠지 인테리어 소품 같은 느낌입니다.


디터 람스의 다이얼 디자인에 관한 스케치들입니다.


다이얼들의 디테일이 놀라울 정도입니다.

또한, 고무 그립에서부터 초코볼처럼 생긴 플라스틱 버튼 등의

소재 선택도 시기적으로 앞선 면이 있습니다.


블랙 바디의 세련미가 느껴지는 디자인입니다.



디터 람스가 디자인한 의자입니다.

의자 디자인 역시 십계명의 법칙을 따르듯 불필요한 장식 요소가 없습니다.


브라운사의 로고와 디터 람스의 이름을 합친 위트 있는 로고입니다.


문손잡이 디자인입니다.

인간에 대한 배려가 느껴지는 디자인입니다.

디터 람스의 디자인 중 가장 유명한 디자인입니다.

빈티지 소품으로도 엄청난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조너선 아이브와 후카사와 나오토 등의 불세출의 디자이너들은 유년기 때 브라운사의 디자인들을 보며 형태적 아름다움에 매료되었다고 말합니다.

다만 서두에서 말했던 것처럼 그들이 디터 람스의 디자인을 무분별하게 카피한 것이 아니라 좋은 디자인을 만들기 위한 그의 철학을 따라가다 보니 외형도 자연스레 닮아갔던 것 같습니다.


디터 람스가 디자인한 디자인들의 궤적들을 따라가다 보면 언 듯 구성주의자들의 철학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사회에 보탬이 되기 위해 기능에 맞는 가장 적합한 하나의 외형을 찾기 위해 뼈를 깎는 고통을 겪었을 그들의 노력처럼, 디터 람스는 상업 디자인의 범주에서도 사회적 책임을 게을리하지 않았던 디자이너의 모범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라이트브레인 가치디자인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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