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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ightbrain Lab Mar 31. 2021

Font Pairs, 폰트 궁합(?)에 관한 이야기

Design Story

이번 포스팅은 폰트 궁합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폰트 사이트 Fontshop에서는 몇 달간 계속 영문 폰트 궁합에 관한 아티클을 업데이트하고 있는데요.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내용들이기도 하고, 여러분께도 도움이 될까 싶어서, 오늘은 fontshop의 아티클을 분석하고, 이해를 돕는 내용을 쓰겠습니다.


 제가 이 아티클들을 접하고서 처음 든 생각은  폰트 궁합을 ‘어떤 기준으로 나누었을까?’였습니다.
 그리고, 제가 생각하기엔 다음의 기준을 기본으로 서체의 미감에 대한 디테일을 더해서 선정했으리라 여겨지는데요.


  1. 표제용/본문용으로 구분했을 때의 조응성   
  2. serif, sans serif
  3. 폰트의 균형을 잡아주는 x-height에 대한 무게감
  4. 시대적인 구분, 혹은 디자인 회사 간의 독특한 개성들



서체의 기본 분류법


서체의 기본 분류법에 대해 간단히 설명드리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세리프체는 아래와 같이 서체의 끝부분에 돌기가 있는 폰트이며,



산세리프는 아래처럼 끝이 네모지게 (혹은 둥글게) 마감되는 폰트를 말합니다. 



또한, 영문에는 대소문자가 있기 때문에 x-Height가 서체의 느낌을 많이 좌우하고 있는데요.
 간단히 x-Height에 대한 설명을 아래 그림과 같이 그려 보았습니다.



영문에서는 몸체가 되는 x-height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이에 부가적으로 x-Height를 넘는 부분을 ascender (어센더), 아랫부분을 descender (디센더)라고 부릅니다.
 이것이 서체의 표정을 결정짓는 가장 기본적인 부분입니다.


이미지의 서체는 Georgia인데요. 이상적인 비율로 세 부분이 나뉘어 있습니다.
 x-Height 가 아래에 있을수록 무게중심이 낮아져 안정적이지만 뭔가 덜 성숙한 느낌을 주게 되고, 반대로 x-Height가 높으면 롱다리 모델들처럼 ‘뽐내거나 고고한’ 느낌을 주게 되는 것입니다.




Great Pairs Revisited: Freight and Edward


그럼, 가장 오래된 Great Pairs Revisited: Freight and Edward부터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Freight를 만든 joshua Darden은 뉴욕에서 darden font studio를 운영하고 있는 중견 디자이너이고, Edward를 만든 이는 젊은 이탈리아의 디자이너입니다.
 아래 이미지들에 있는 디자이너들의 ‘짝’도 이와 같이 약간 다른 환경에 있는 두 ‘디자이너’의 개성 즉, 폰트의 독특한 ‘태도, 표정’을 중심으로 짝을 찾고 있습니다.
 조형적인 그루핑이라기보다는 어찌 보면 시대적인 조합, 문화적인 조합이지요.



재미있는 것은, 오른쪽 폰트는 모두 이탤릭으로 썼다는 것인데요.
 오른쪽이 좀 급진적이고 유쾌한 느낌을 내는 반면, 왼쪽은 다소 클래식한 느낌을 주지요.
 그리고, 통상적인 폰트 궁합과는 다르게, serif 끼리, sans serif 끼리 구성하고 있는 것도 특징적입니다.


한 줄씩 보면, 양쪽의 느낌이 서로 아주 유사합니다.
 Office chairs/finality 같은 것은 가로선과 세로선의 두께 변화가 아주 심한 서체 조합이고,  Magnet/Hosiery aisle 은 전체적으로 두껍고 변화가 없는 흐름을 갖다가 갑자기 a, e/e 에서 극단적으로 얇은 선이  나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런 조합은 정통적인 영미권의 폰트 조합이라기보다는, 비영어권에서 많이 쓰기 때문에 이런 조합을 쓰면 뭔가 좀 유럽 변방국 같은 느낌을 줍니다.




Rational and Quirky: New Fournier and Scout


시리즈의 두 번째 포스팅은 Rational and Quirky: New Fournier and Scout입니다.



이 포스트는 texture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매 아티클마다 조합의 원칙이 있는 것 같지는 않으나, 본 아티클에서는 texture를 가장 중요하게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서체는 그 자체로는 의미가 없는 조형언어이기 때문에, 보는 사람마다 기준이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서체를 변별할 때 꽤나 객관적인 부분은 질감(texture)과 회색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질감은, 결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데요.
 서체가 갖고 있는 고유한 흐름입니다.


accordion/whirl의 경우, accordion에서 보여주는 경직되고 차분한 texture를 whirl이 비슷한  톤으로 정리해주는 대신 좀 더 유쾌하게 만들어 주고 있으며, gloves/contain은, glove의 단아한 톤을 비슷한  texture인 contain을 통해서 좀 더 익숙하게(친근하게?)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Verdigris and Apertura


세 번째 아티클인 Verdigris and Apertura 은 보다 분명합니다.
 Serif / sans Serif 조합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영어권에서는, 본문을 serif로, 표제를 sans Serif를 쓰곤 합니다.
 우리나라도 다를 바 없지요. 대개의 책은 명조로 본문을 구성하고, 요약 문장이나 표제를 고딕체로 구성하니까요.


따라서, 위의 조합은 전형적인 편집 구성에서의 조합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조금 일반적인 조합이지만, 가장 기본적인 조합이기도 하지요.


이 조합은 편집 디자이너들이 ‘묶어주고-풀어주고’라는 식으로 자주 표현하곤 하는데,
 sans Serif 서체가 주목성 있는/긴장을 만드는 느낌으로 표제어를 ‘빵’ 때리면, 그 뒤에서 본문이 부드럽게 달래는 방식이지요.


그래서 위 조합에서 보다시피, sans Serif가 serif가 x-Height가 다소 높습니다.
 장평도 훨씬 넓어서 볼륨감이 강하지요.
 그 대신 영문은 낮게 조근 거립니다.
 (topiarist/fast는 fast가 훨씬 두껍고 딱딱하지만, 실제로는 topiarist가 훨씬 더 큰 크기로 적용될 테고, 그럼 위압감이 생기겠지요)




Youthful: Parry and ARS Maquette


다음 아티클인 Youthful: Parry and ARS Maquette은 말 그대로 좀 발랄한 조합입니다.



동글동글한 Geometric 계열의 sans Serif와 위트 있는 serif를 조합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유독 Geometric 계열 서체를 ‘심플한, 정확한, 깔끔한’의 의미로 사용하고 있는데, 아직도 타이포그래퍼들에게는 ‘어린, 가벼운’으로 사용되는 편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Geometric 서체가 생긴 유래는 기계화된 문명에서 보다 정확하고 오차 없는 조형성을 확보하기 위한 기계적인 서체인 만큼, 우리나라에서 ‘깔끔한’이라고 읽히는 것도 틀린 건 아니라 생각합니다.
 (사용하기 나름이겠지요.)


또한 재밌는 것은 오른쪽 세리프 서체들인데요.
 일반적인 serif 서체들과는 다른 부분에서 굵기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다소 humanistic 한 서체와 닮아있지요. 특히나 다들 c 자가 독특합니다.
 서체는 사용하는 방식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긴 하지만, 이 아이들은 전체적으로 발랄하기 그지없네요.




Glosa and Relato Sans


다음 아티클인 Glosa and Relato Sans는 좀 어렵습니다.



앞의 포스트들이 분명히 역할이 나뉜 짝들을 소개하고 있다면, 이 조합들은 보다 비슷한 역할을 가지고 있는 서체들 간의 구별이 주목적입니다.
 둘 다 본문으로 사용되거나, 아니면 중간 표제어만 Sans serif를 쓰거나 하는 조합입니다.
 이런 서체의 경우는 주목해야 할 부분이 ‘회색도’의 문제인데요.



이 이미지는 위 텍스트들을 블러 처리한 것인데요.
 글자의 조밀성과 글자 간/글자 내부의 공간으로 인해서 전체적인 명도의 변화가 생기는 것을 말합니다.
 동일한 크기로 동일한 역할을 하는 두 폰트를 사용할 경우,



이와 같이 회색도의 차이를 두어, 문장 간 구별을 하는 방식이지요.


얼핏 보면, 왼쪽의 텍스트가 크기도 크고 자간/행간도 넓어서 회색도가 낮을 것 같지만, 오히려 더 진한 색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서체 산업에서는 ‘글씨는 검은색이 아니라 흰색을 보라’는 명언이 있듯이, 회색도는 폰트를 잘 쓰는 데에 중요한 한 부분입니다.
 (폰트 사이트들이 대개 밝은 노랑이나 밝은 하늘색들을 쓰는 이유도 그것이 중간 명도를 가지고 있어서 폰트의 회색도를 보다 분명하게 보여주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FF Clifford and Trio Grotesk


다음은 FF Clifford and Trio Grotesk입니다.



딱 보이듯이, 장평에 관한 내용이 주가 됩니다.
 영문은 오래 단련되어온 폰트여서, 통상 포토샵/일러스트 할 때 장평을 임의로 조작하지 않고 100%로 써도 될 만큼 많은 폰트 family를 갖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장평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장평은 보통, 속도의 문제와 연관이 있습니다.
 일반적인 타이포그래피가 주로 ‘읽는’ 것이다 보니, 장평이 넓으면 또박또박 읽게 되고, 장평이 좁으면 문장만 보이고 typeface들이 잘 안 보이게 되지요.


역시 이것도 ‘묶어주고-풀어주는’ 문제이지만, 속도감의 문제로 해석하는 것이 좋겠네요.
 (왼쪽 텍스트의 경우는 영미권에서도 거의 안 쓰는 류의 폰트이긴 합니다. 이번 아티클은 저 폰트들의 용례를 만들어보기 위해서 준비한 게  아닐까 싶어요. 약간 뽐내기 위해서 ‘너희들이 잘 안 쓰는 이런 폰트들도 나는 짝을 찾아낼 수 있다’ 뭐 이런 식으로요^^.  하지만, 실제로 장평은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Coranto and Siri


Coranto and Siri는 트렌드와 관련이 있습니다.



내용에서도 나와 있듯이, 요새 신문들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을 법한 서체들입니다.
 최신 본문용 영문 폰트(sans Serif)에서는 스트로크의 끝이 점점 직각화(?) 내지는 강조되고 있는데요.
 한글과 같은 비-라틴계열 문자는 아래와 같이 끝이 획의 방향과 직각으로 잘리는 경향성이 있는 반면, 라틴계열 문자(영어)는 글이 진행되는 방향으로 끊기는 경향이 강해서 끝이 예각으로 끊깁니다.



그런데 요즘은 가독성의 문제 때문인지 스트로크의 끝이 점점 직각화 되는 경향을 보입니다.
 아니면, 끝 부분이 더 두껍던지요.


끝 부분이 두꺼워지는 것은 요즈음의 한글에서도 조금씩 나오고 있는데요.
 아래는 한글 릭스 고딕의 ‘ㄹ’ 자의 맨 오른쪽 아래 부분입니다.




끝을 살짝 올리는 것(넓게 하는 것)이 트렌드인지, 저것이 확실히 가독성을 확보해 주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외에도 이후 더 많은 포스트들이 사이트에 올려져 있으니, 한번 천천히 검토해 보시면 좋을 듯합니다.


서체는 정말 재미있는 구석이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의외로 디자인 전문가들조차 오용하는 사례도 많이 보이는 걸 보면 까다로운 구석도 많지요.


간단하게 정리했지만,
 이 글을 통해 서체에 대한 감각을 기르시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
 한글에서는 이와 같은 짝을 어떻게 맺을 수 있을까 생각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 라이트브레인 가치 디자인그룹



[함께 볼만한 글]

디자이너를 위한 폰트가이드 – 폰트이름에 담긴 약어들
https://blog.rightbrain.co.kr/?p=6572


디자이너를 위한 서체 이야기
https://blog.rightbrain.co.kr/?p=9237


[타이포그래피의 탄생] – 시리즈
https://blog.rightbrain.co.kr/?p=10003


* 메인 이미지 출처. www.typeforyou.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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