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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에서 온 편지, 억울함을 호소하는 이유.

서울구치소가 펄펄 끓는다!

by 고상만

오래된 슬라브 구조, 옥상 밑 3층 여름이면 열탕
과밀수용에 선풍기 1대, 그나마 매시간 15분씩 꺼
윤석열은 2층 독방에 선풍기 독차지하는 특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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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상만 인권운동가(전 대통령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 사무국장)


감옥에서 편지가 왔다.

1991년 서울대학교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전대협 5기 의장대행을 지낸 이철상 씨다. 그는 나와 94년부터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이라는 재야단체에서 함께 일한 인연을 가지고 있다. 나는 사업과 관련하여 별 재주가 없어 인권운동을 업으로 삼아 오늘에 이르렀으나 그는 경제학과 출신답게 1997년 사업가로 변신, 크게 성공하기도 했다. 두께 0.87mm 초슬림 휴대폰을 개발, 생산하여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기도 했다. 덕분에 2005년에는 제42회 무역의 날을 맞아 ‘3억불 수출의 탑’ 수상 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검찰 타깃이 됐다고 호소하는 386 기업인의 옥중 편지


하지만 이 386 출신 사업가에게 시련이 닥쳤다.

이번엔 양심수 아닌 경제사범으로 감옥에 가게 됐다. 이명박 정권 때였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10년 동안의 경제 육성 정책의 허점을 찾고자 검찰이 대표적인 벤처 기업가로 성공한 이 씨를 타깃으로 삼은 것이다. 그때 ‘만들어 낸 것’이 국고 보조금 유용 혐의였다. 거기에 엮여 곤욕을 치른 것이다.


이는 이명박 시절 386 출신 기업가에 대한 검찰의 ‘표적 수사’였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중론이다.

애초 국고 보조금 유용으로 출발한 수사가 야당(민주당) 정치인 자금 유입 수사로 번졌고 결국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기대했던 혐의점이 드러나지 않자 당시 검찰은 이 씨 관련 기업과 은행 계좌 등 있는 거 없는 거 다 털털 터는 별건 수사를 벌였고, 결국 기업가 이철상 씨의 명예는 망가졌고 청춘을 바쳐 이룬 기업도 무너졌다. 이 씨는 대부분 혐의에서 무죄를 받았지만 한 별건 기소에서 집행유예를 받는다. 그렇게 첫 번째 사건은 끝났다. 어찌되었든 검찰이 한번 엮으려 들면 엮이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이철상 씨가 또 구속되었다.

절치부심하면서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는데 2023년 11월, 윤석열 검찰에 의해 두 번째로 구속된 것이다. 첫 번째 구속 때는 휴대폰 사업이었지만 이번엔 전기 자동차 수입 사업 때문에 구속됐다는 점만 다를 뿐, ‘국가보조 유용’이란 혐의는 같다. 그는 현재 윤석열과 같은 서울구치소에 수감되어 있는데, 지금도 그때와 똑같이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다.


그는 1, 2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 받았지만 여전히 자신의 무죄를 강력히 주장하며 대법원에 상고 중이다. 만약 자신이 ‘386 출신 사업가’가 아니었다면 이런 일을 반복해서 당했겠냐고 반문한다. 실제로 윤석열 정권이 출범한 후 이 씨와 같은 386 출신 기업인 다수가 비슷한 사례로 구속되어 서울구치소에 구속돼 있다고 그는 말했다. 검찰이 대표적인 386 출신 기업인을 각 도에서 한 명씩 타깃으로 정하고 혐의 사실이 나올 때까지 탈탈 털었다는 것이 이 씨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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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15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법무부 차량이 구치소로 향하는 모습.


선풍기 꺼지는 15분 간은 수용자 죽어나는 시간


검찰의 행태나 이 씨의 인간됨을 잘 알고 있는 나로서는 그가 억울하게 당하고 있다는 심증이 강하게 들지만 사실 그의 유무죄 여부를 판단할 위치도 아니고 그럴 능력도 없다. 정작 그의 편지가 나를 놀라게 한 것은 그의 억울한 구속보다도, 과연 문명사회에서 이런 감옥생활이 가능한 것인가 의심이 들 정도의 혹독한 감옥생활을 폭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윤석열 구속 이후 논란이 되었던 이른바 서울구치소 ‘수용방 무더위 문제’다. 그가 설명하는 서울구치소는 오래전 지붕이 없는 슬라브 구조로 건축됐다. 그러다 보니 2층에 수감 중인 윤석열은 덜하겠지만 햇볕에 노출되어 있는 3층 옥상 슬라브 바로 밑 수용방은 밤이고 낮이고 펄펄 끓는 열탕 같은 무더위 속에서 심각한 고통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올여름 ‘불 때는 가마솥 안에 들어가 있는 듯한’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나마 방 천정에 달린 선풍기 한 대였다고 한다. 이것으로 4인 수용실에 무려 6명이나 과밀 수용된 공간에서 겨우 숨을 쉴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이런 지경에서 구치소 측은 무슨 이유인지 선풍기를 매시간 45분에서 50분 정도만 가동한 후 10분에서 15분 정도 멈추고 있어 그때마다 수용자들이 말로 다할 수 없는 온열 고통에 빠져든다는 것이었다. 특히 밤에는 잠을 자다가도 선풍기가 가동을 중단하는 그 시간에 재소자 대부분이 참을 수 없는 더위로 자다 깨다를 반복하며 수면 고통까지 당하고 있다고 한다.


한편 이 같은 선풍기 운영 방식은 과거부터 이어져 온 관행으로 짐작컨대 과열로 인한 화재 위험에 대한 고려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재소자 수용률이 정원 대비 무려 150%를 초과하고 있는 서울구치소에서 법무부 규정 개인별 권장 공간인 0.78평조차 보장 안 되는 비좁은 수용실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고통은 전혀 염두에 없다는 것이 충격적이다. 반면 ‘내란 수괴’ 윤석열은 2층에 위치한 2평 규모의 독방에서 단독으로 싱크대와 변기, 선풍기까지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왜 일반 수용자는 내란 수괴보다도 더한 고통을 당해야 하냐는 것이 이 씨의 항변이며 호소였다. 그는 그저 선풍기만이라도 ‘중단없이 가동시켜 달라’고 했다.


구치소는 처벌 시설이 아니라 갱생이 목적인 시설


숙명여대 홍성수 교수도 “수용시설은 특유의 구조로 인해 환기, 통풍이 잘 안 되는 곳이라 조금만 더워지면 말 그대로 찜통이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국의 모든 교정 시설에 에어컨 설치가 어렵다면 선풍기만이라도 충분히 가동되도록 해야 한다. ‘죄는 미워하되, 인간은 미워하지 말라’는 오래된 법 격언이 있다. 하물며 서울구치소는 대부분의 수용자가 ‘미결수’다.


대한민국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무죄 추정의 원칙’으로 보면 이들은 확정된 범죄인도 아닌 것이다. 또한 죄가 확정된 기결수라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교정 시설은 벌을 주는 곳이 아니다. 수용자가 다시 사회로 환원될 때 규칙을 지키는 건강한 시민이 되도록 ‘갱생’(생활 태도나 정신이 본래의 바람직한 상태로 되돌아감)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환경에서 거주하면서 어찌 건강한 정신을 유지할 수 있겠나.


과거의 낡은 제도는 즉각 고쳐야 한다.

전국의 모든 교정시설에는 내란 수괴 말고도 많은 이들이 수감되어 있다. 이들도 나름의 사연이 있어 영장이 발부된 수감자일 뿐 ‘국가가 보호해야 할 대한민국의 또다른 국민’임은 틀림없다. 그렇다면 이들이 인간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합리적으로 보장해 줘야 옳다. 인간으로서 육체적 고통과 인간적 수모를 느끼게 하는 방식의 교정 행정은 잘못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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