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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JEONG Feb 21. 2024

글을 써보는 이유

나는 글을 통해 무엇을 하고 싶은 걸까.

곧 있으면 인생 최초의 책이 출간되어 나온다. 

물론 혼자 쓴 것도 아니고 여러 작가 중에 한 명으로 이름을 올린 책이기는 하지만, 처음으로 돈을 지불해야 볼 수 있는 책이다.


브런치에 글을 쓰고, 책 원고를 검토하고 보완해 가는 과정... 그리고 지금 이 순간까지. 난 무엇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작가가 되고 싶은 마음도 없었고 (일단 그 단어 자체가 나에게는 너무 크다), 내가 남이 읽어줄 만한 글을 쓸 재주가 있는 사람인지, 그럴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인지도 내가 볼 땐 '전혀 아니올시다'였다. 그런데 내가 이 지경까지 왔다.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읽어보면 나와 비슷한 분들도 더러 계신다. 그냥 힘들어서 글을 쓰다 보면 좀 생각도 정리되고 나아지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더 나아가자면 위로받고 싶었다. 내 생각들이 무조건 틀린 것이 아님을 확인받고 싶었다. 단지 그뿐이었다.


나의 글은 좋아요 몇 개, 구독자 몇 명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물론 아주아주 가끔 댓글도 남겨주고 라이킷을 눌러주시는 분들께는 너무나 감사를 드리지만 사실이 그렇다는 거다. 


그저 뭐랄까... 세상엔 나 같은 사람도 있으니 용기 잃지 말고 세월을 가치 있게 보내라는 일종의 비교 대상이랄까. 분명 지식과 경험, 소양이 넘쳐나는 분들이 내 글을 본다면 언제나 뒤죽박죽, 앞뒤도 안 맞고, 뭘 말하고자 하는지 잘 이해도 안 가고... 때로는 욕을 할지 모를 이이다. 또 어떤 분에게는 이렇게도 글을 쓰는 사람이 있구나라는 일종의 안도감을 드리는 대상이 될지 모를 일이다. 


이제와 다시 생각건대,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잘 살아보려고 애쓰고 있기 때문이다. '나'를 지키기 위함이다.


혼자서 감사 일기를 쓰기보다는, 할 일 목록을 적고 우선순위를 정하기보다는, 생각과 느낌을 그냥 나누는 것 자체가 나를 살아있게 만든 것 같다. 분명히 말하지만 대단한 어떤 물질적 보상을 생각한 적은 없다. 


글쓰기는 나에게 많은 변화를 주고 있다. 


내가 나로서 온전히 세상을 버티며 살아가고 있다는 걸 스스로 느끼게 만든다. 몇 번의 퇴고를 하기도 하고, 한 번에 일필휘지로 갈겨진 글을 그대로 발행하기도 한다. 그것을 판단하고 결정하는 과정도 온전히 내가 감당하고 내가 결정하고 책임진다. 


글을 쓰기 위해 더 많은 책을 읽는다. 어떤 단락이 맘에 드는지를 생각하기 바빴다가, 김혜남 작가님의 문체가 마음에 들어 이 분이 쓰신 책들을 구입하고 여러 번 읽는 단계로 넘어왔다. 아이들에 대한 글을 쓰며 아이들에 대한 관심도 더 높아지고 더 교감하려 노력한다. 비즈니스도 마찬가지로 하루를 시작하기 전 그날 하루를 머릿속에 떠올리며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할지를 살피게 된다. 


그동안의 내 모습이 찬란한 장밋빛이었다가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었다면, 이제는 묵묵히, 지긋이 따뜻함을 유지하는 온돌과 같은 모습으로 가면 좋겠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방식도 일하는 방식도 사람들을 대하는 방식도 변화한다. 


'나'를 잃지 않으려면 무조건적인 희생과 양보는 자제하고 감당할만한 가치가 있는 건지를 살핀다. 먼저 들어보려고 애쓴다. 무엇보다 내가 가진 지식이나 경험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꽤나 적극적으로 나선다. 초등학교 소풍 가기 전날의 어린아이처럼 설레는 일이다. 그렇게 사는 것이 좋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은 또 어떻게 보고 계실까.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 이해는 하실까? 이런 걸 글이라고 썼냐며 욕을 하실까?


이렇게 대답을 드리고 싶다.


잘 살고 싶어서, 애쓰는 중입니다. 너그럽게 봐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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