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역할을 과연 나는 잘하고 있을까.
어제는 둘째 아들의 초등학교 졸업날이었다. 작은 어깨 위에 얹힌 졸업증서를 바라보며, 가슴 한켠이 뭉클해진다. 그 증서가 주는 감동은 흐뭇함과 동시에 묵직한 책임감으로 다가온다. 어제까지만 해도 작은 손으로 내 손가락을 꼭 쥐던 아이였는데, 어느새 중학생이 되어 새로운 길을 걸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세월이라는 것은 참으로 야속하게도 우리가 준비될 틈도 주지 않고 훌쩍 지나가 버린다. 아이의 성장은 부모에게 있어 가장 큰 기쁨 중 하나다.
하지만 그 기쁨의 뒤편에는 늘 짙은 아쉬움이 함께 따라온다. '조금만 더 천천히 자라주면 안 될까?' 하는 마음과 '그래도 건강하게 자라줘서 고맙다'는 마음이 교차한다. 이런 복잡한 감정 속에서 문득 깨닫게 된다. 아이가 자라는 만큼 나도 나이를 먹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어느새 50대 초반에 접어든 나를 발견하고, 부모로서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 부족한 건 아닐까 하는 걱정들이 마음 한구석을 차지한다. 하지만 이내 깨닫는다. 아이에게 가장 큰 선물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처럼 풍족한 물질이 아니라, 부족함 속에서도 끝까지 놓지 않는 부모의 따뜻한 마음이라는 교과서와 같은 진실이다.
금전적인 여유가 없고, 저축은커녕 하루하루를 버티는 것조차 버거울 때도 있지만, 아이는 그 속에서도 부모의 진심 어린 사랑으로 자란다. 때로는 꾸짖고, 때로는 안아주며, 그렇게 한걸음 한걸음 함께 걸어가는 여정 속에서 아이는 든든한 울타리를 느끼며 자라난다.
걱정은 늘 우리 앞에 산처럼 놓인다. 하지만 그 산을 넘는 방법은 단 하나,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는 것뿐이라는 걸 우리는 안다. '부모로서 잘 키워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보다는 '오늘 하루도 아이와 함께 웃을 수 있는 순간이 있었는가'를 돌아보는 게 더 중요할 것 같다. 그 작은 순간들이 쌓여 아이의 마음에는 평생 지워지지 않는 따뜻한 기억이 된다.
부족해도 괜찮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부모라는 이름은 이미 아이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의 불완전함 속에서도 아이는 사랑받고 있음을 느끼며 자라난다. 그리고 그 사랑은 아이의 삶에서 가장 큰 힘이 된다.
지금 이 순간, 걱정보다는 졸업하는 둘째 아이의 반짝이는 눈동자를 바라보며, '잘 커줘서 고마워'라고 마음속으로 속삭인다. 그리고 그 마음은 언젠가 아이의 삶을 지탱해 주는 가장 든든한 뿌리가 되어줄 것이다. 아이의 성장과 함께 우리도 성장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부모로서, 인간으로서 우리도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과정에 있는 것이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로 향하는 아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앞으로의 여정에 대한 기대와 설렘, 그리고 약간의 두려움이 교차한다. 하지만 우리의 사랑이 아이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 것이라는 믿음으로, 새로운 시작을 향해 함께 나아간다. 이것이 바로 부모와 자식 간의 영원한 사랑의 순환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