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협조와 무관심의 댓가에 대해
가슴 밑바닥에서 뜨거운 것이 천천히 끓어오른다. 단순한 짜증이나 순간적인 화가 아니다. 오랫동안 억눌린 압력처럼 쌓이고 쌓여, 당장이라도 터져버릴 것 같은 깊은 분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불길은 밖으로 향하지 못하고, 오직 내 안에서만 조용히, 집요하게 타오른다. 그래서 더 숨이 막힌다.
시작은 단순했다. 10년이 넘어 누가 만들었는지, 왜 이런 구조가 되었는지조차 모르는 누더기 같은 시스템. 그것을 이제는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1년 넘게 외친 끝에 겨우 승인을 받아냈다. 문제는 우리 회사에 IT 전문가가 없고, 이 낡은 시스템의 속사정을 제대로 아는 사람도 없다는 것이다. 결국 IT 비전문가이자 관련 지식을 이제 막 채워나가야 하는 내가 이 거대한 짐을 고스란히 짊어지게 되었다.
하지만 나를 정말 무너뜨리는 건 낯선 업무의 난이도가 아니다. 정작 이 시스템의 주인이 되어야 할 사람들의 지독한 '침묵'이다.
이 프로젝트는 현업 부서가 고객을 더 잘 응대하고, 그들 자신의 업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시작한 일이다. 그런데 정작 혜택을 받아야 할 그들은 철저한 방관자가 되어 뒷짐만 지고 있다. 일정이 지연되면 질책하면서도, 책임 있는 결정 앞에서는 다들 약속이나 한 듯 '바쁘다'는 핑계 뒤로 숨어버린다.
회의를 소집해도 침묵만이 되돌아오고, 나는 아무도 찾지 않는 들판에 홀로선 나무 같은 느낌이다. 벅찬 숨을 몰아쉬며 위태하게 서 있는 내게, 따뜻한 밥 한 끼 사주며 "고생이 많다"는 위로 한마디 건네는 이가 있었다면 나는 아마 엎드려 절이라도 하며 기꺼이 밤을 새웠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무거운 프로젝트를 놓지 않고 꾸역꾸역 끌고 가는 이유는 이제 단 하나뿐이다. 온전히 '나 스스로' 보람을 느끼고 싶어서다. 아무도 돕지 않는 척박한 땅에서 보란 듯이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결국 그들이 그 시스템에 기대어 편안하게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 그것만이 이 외롭고 억울한 시간을 견뎌낸 내게 줄 수 있는 유일한 보상 같아서다.
이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될지, 모두가 만족하는 좋은 시스템이 될지는 아직 모른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관심과 비협조 속에서도 나 자신을 잃지 않고, 비록 느리더라도 스스로 무너지지 않으며 완성을 향해 걸어가는 그 자체일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시스템을 만들어낸다 한들, 그 과정에서 내 영혼이 갉아먹히고 스스로 자멸해 버린다면, 나는 결국 저 누더기 같은 현재의 시스템과 조금도 다를 바 없는 존재가 되어버릴 테니까.
그러니 나중에 완성된 결과물을 두고 "왜 이렇게 만들었냐"며 딴소리나 하지 마시라. 그 시스템의 빈틈과 아쉬움은, 가장 절실할 때 뒷짐 지고 침묵했던 당신들의 비협조가 만들어낸 정당한 대가일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