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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JEONG Oct 23. 2023

정보, 권력의 상징인가 공유의 대상인가?

리더의 역할에 대해

팀장: 이 대리 이거 이거 좀 기획해서 보고해 주세요.

이 대리: 네?.... 아... 알겠습니다.

(며칠 후)

이 대리: 팀장님, 말씀하신 기획안입니다. 이 기획안의 목적은 A이고 목표는 1~3번입니다.

팀장: 이 대리, 이거 기획안 쓰느라 수고 하긴 했는데 내가 이야기한 게 아니잖아. 이 대리가 잘 몰랐겠지만 내가 이 업무를 지시한 건 이러이러한 사정이 있었기 때문이야... 왜 내 의도를 이해 못 해? 차라리 내가 쓰는 게 낫겠다. (속으로: 어휴... 왜 제대로 알아서 못하는 거야... 스스로 알아서 캐치하지 못하나? 모르면 물어보던가)

이 대리: (속으로) 어휴.... 말을 해줬어야 알지. 팀장이면 다야?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이고,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들도 지금도 듣고 있을지도, 또는 나 자신이 지금 팀원들에게 하고 있는 말일 수 있다.

한 조직의 팀장 이상의 직책을 맡고 있다면 "제발 부탁인데 알아서 좀 잘해줘"라는 말을 턱밑까지는 달고 산다. 아마 동기유발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소통이라고 하시는 분들이 많겠지만 그전에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바로 [정보의 공유로 생각과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다. 소통이 그 높이를 맞추는 데에 굉장히 중요한 과정이기는 하나 무엇을 위한 소통이어야 하느냐에 대한 질문의 답변일 수도 있겠다.

조선시대에서 리더의 권력은 '글자'에서 나왔다. 글자를 읽고 해석하고 자기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자들과 흰 것은 종이요 검은 것은 글자인 것만 아는 서민 계층의 차이가 결국 권력을 쥔 자와 아닌 자로 나뉘었다. 그래서 최고 권력자의 깊은 뜻을 알리고 공유하고자 세종대왕께서는 한글을 만드시지 않았을까.

현대 시대에서는 '정보'가 그 권력을 대체했다. 정보를 빨리, 많이 아는 자가 타인보다 먼저 움직여 고지를 선점할 수 있고, 더 넓고 깊은 고민을 하고 아이디어를 도출하며 더 좋은 성과를 발휘하게 된다.  그래서 사회생활을 하는 어느 누구나 정보를 알고 싶어 하고 어떻게든 캐내려 엄청난 노력을 투자한다. (앞으로는 정보를 빨리 파악하는 것뿐만 아니라 정확하게 문제를 정의하고 정보를 찾아 활용하는 역량이 아닐는지...)

정보

[ information, 情報 ]

 생활 주체와 외부의 객체 간의 사정이나 정황(情況)에 관한 보고.

그래서 정보에는 반드시 생활 주체 → 객체 → 소식 → 평가 → 행동선택 → 효용 실현이라는 사이클(cycle:循環過程)이 있게 마련이며, 이를 ‘정보 사이클’이라 한다. 그리고 ‘정보의 효용’은 어떤 특정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행동선택에 작용하는 유용성이다. 생물의 진화와 함께 정보의 개념도 복합화 ·고도화하여, 인간의 경우에는 언어나 문자와 같은 고도의 정보매체가 생산되었고, 정보는 인간이 사회생활을 유지하는 데 필요 불가결의 생활용구가 되었다.

[네이버 지식백과] 정보 [information, 情報] (두산백과)

팀원 시절에는 일 처리 능력 (KSA: 지식, 기술, 태도)이 뛰어나 어느 날 팀장이라는 직책을 달게 되면 갑자기 확 고꾸라지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팀장을 맡게 되면 그도 사람인지라 일종의 '권력욕'이 생기는 것이 그런 경우 중 하나이다. 즉, 팀장을 맡게 되면 회사 내외부의 정보를 듣게 되고 임원으로 올라갈수록 정보의 깊이와 폭은 급속하게 달라진다. (일명 고급 정보라고 일컬어진다.) 팀장은 바로 그 정보를 캐치하고 팀원들에게 공유하여 한 방향을 바라보게 만들어야 하는 역할과 타 부서와의 협력을 원활하게 하는 역할이 추가적으로 주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그 정보를 활용해 오히려 나의 지위를 강화하는 수단으로 활용한다. 

회사가 (또는 상사가) 임원/팀장에게 어떠한 정보를 알리고 공유하는 것은 이러이러한 상황이 있으니 비즈니스를 추진할 때 잘 참고해서 회사의 방향성에 따라주고 회사의 성과 목표 달성에 활용해 주길 바라는 차원에서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보를 듣게 된 권력욕을 가진 리더는 '나만 알고 있어야지.... 팀원들이 이것까지 알 필요는 없잖아? 내가 이걸 알려주면 내가 좀 불안해지는데?" 등등 리더만 알고 있어야 하는.. 차마 말할 수 없는 것으로 단정 짓게 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정말 팀원들이 알면 심하게 동요되거나 특정한 개인 신상에 관한 정보와 같이 정말 말하기 어려운 정보들도 있는 것 또한 사실이긴 하다. 

이게 누적이 되면 모두가 예측할 수 있듯이...  "너희들이 이 사실을 모르니 일을 이따위로 밖에 못하지...." 이러한 말만 되뇐다. 나 혼자만 알고 있으려고 하니 팀원의 성장이 어디 있으며 성과는 또 어디 있으랴.... 목만 아플 수밖에....

회사와 직원들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다. 

회사는 A라는 방향성을 가지고 사업을 추진하고자 하는데 구성원은 그걸 모른다. 또는 방향성은 알겠는데 왜 그러한 방향성으로 추진하고자 하는지 설명은 없고 무조건 하라는 식이다. 많은 기업들이 구성원들에게  "제발 회사(또는 리더)랑 같은 방향을 보고 한마음 한뜻으로 가주세요. 굳이 더 말하지 않아도 잘 알 거라 생각해요"라고 외친다. 이걸 들은 구성원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내가 당신들 만큼 아는 정보도 없고 이야기도 안 해주는데 어떻게 한마음 한뜻이 되나요? 스스로 알아서 하면 나중에 또 어떤 걸로 딴죽 걸려고요?"라는 질문이 당연하게 나오지 않나? 중요한 건 왜 그러한 결론들이 도출될 수밖에 없었나 하는 배경에 대한 정보의 공유로 생각의 높이 /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다행히 요즘은 스타트업 위주로 타운홀 미팅과 같은 행사들을 통해서 회사의 현황 정보를 공유하고 앞으로의 사업 추진 방향성을 이야기하며 이에 대한 구성원들의 의견을 듣는 사례가 많아진 것 같다. 즉, 회사 (또는 리더)가 알고 있는 정보와 구성원들이 회사에 대해 알아야 할 정보의 격차를 최소화해서, 한 방향을 바라보고 일사불란하게 스스로 알아서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외부로부터의 동기부여가 아니라 스스로 잘 해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도록 하는 동기유발의 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정보의 공유가 이루어진다고 해서 다 해결되는 건 아니다. 그러나 일단 정보의 공유를 통해 생각의 격차를 줄이게 되면 회사의 미션이 무엇인지, 비전이 무엇인지, 올해의 목표는 무엇인지에 대해, 왜 이렇게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합의와 동의가 이루어지는데 훨씬 수월해지고 최소한 납득이라도 시킬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그렇게 되어야만 회사가 이런 비전을 가지고 있으니 우리 팀은 이렇게 기여를 해야 하고 그럼 나는 팀을 위해 이렇게 기여를 해야 할 테고 그럼 나는 이런 역량을 더 키워야겠구나 하고 체계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아질 거라 생각한다. 즉 스스로 움직이고 성장하도록 만드는 단초가 될 거라 믿는다.

나 역시도 신입사원부터 까라면 까라는 식의 명령을 받고 그냥 무작정 업무를 처리했던 것에 익숙했던 사람이라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돌아보고 반성을 하고 있다. 그런 적이 없었다면 거짓말일 테니....

또 한 번 강조하지만 구성원들이 나의 뜻대로 스스로 알아서, 기쁘게, 의욕적으로 일을 하게 만들려면, 동기유발을 시키려면 내가 가지고 있는 정보들부터 풀어놓고 충분히 이야기해 주는 것부터 시작하길 바란다. 정보의 깊이와 폭이 비슷해져야만 한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아는 게 다른데 어떻게 똑같이 해주길 바라는가 말이다.


출처: Freepi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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