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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으른 참고래 Nov 13. 2021

입사 한 달 차, 경상도 출장을 가다. -2-

포항, 마산, 부산

포항에 도착하니 9시 반이었고,  전화를 받는 식당마다 라스트 오더가 끝났다는 답변을 주었다. 취식이 가능한 식당을 열심히 서치하던 중 24시간 영업을 하는 횟집을 발견했다. 코시국에 24시간이라니..! 이 날부터 영업시간 규제가 풀렸다는 듯했다. 긴 이동시간에 지친 우리에게 한 줄기 광명과 같았다.


대표적인 메뉴가 2인 기준으로 박달대게 세트(12만) 영덕대게 세트(10만) 홍게 세트(7만) 랍스터 세트(7만) 이 있었다. 동기가 랍스터를 먹어 본 적이 없어 랍스터 세트를 먹자고 제안(나도 안 먹어봄)했으나, 지금 랍스터는 안 판다고 하여 홍게 세트를 주문했다.



회가 먼저 나오고, 게, 매운탕, 물회 순으로 나왔다.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나는 회를 안 좋아한다. 그래도 포항에 왔으니 수산물을 먹긴 해야 할 것 같아서 물회를 먹으려고 했었다(물회는 그래도 양념 맛으로 먹는다).


물회는 먹을 만했고, 홍게도 먹을 것 없다는 그 악명에 비해서는 맛있었다. 회도 뭐, 먹을 만했다만, 내 돈 주고는 다시 안 먹는 걸로..ㅎ




걸어서 숙소로 돌아왔고, 숙소가 워낙 좋아 이것저것 하다 보니 조금 늦게 잠들었다. 조식을 대강 먹고 고객사로 향했는데,  슬슬 몸이 정상이 아니라는 걸 느끼기 시작했다.


잠이라도 푹 잤어야 하는데. 너무 피곤해서 클라이언트랑 인터뷰하던 중에 졸았다. 마산, 부산에서도 빼놓지 않고 계속 졸았다...


3일 차가 되니 어느 정도 요령이 생기기도 했고, 오래 붙잡아도 큰 소득이 없다는 것을 느끼기도 해서 퇴근시간은 점점 빨라졌다. 이번 기차는 7시였고, 전날의 교훈이 있으니 포항에서의 일정은 조금 일찍 마치고 조금 여유 있게 기차역으로 향했다.



마산에 도착하니 9시였다. 또 문 연 식당을 찾기 위한 발버둥이 시작되었다. 찾은 곳은 역 근처의 소고기집. 분위기부터 범상치 않았다. 고기가 1인분에 25000원 했는데, 3인분부터 주문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왕 여기까지 온 거 사비를 보태서 고기 3인분을 주문했다.



비싼 집은 역시 다르다는 듯, 접시에 4가지 종류의 소금을 올려주며 각각 어떤 맛인지를 설명해 주셨다. 소금들의 이름이 참 길어서 들어도 못 알아들었다. 맛만 좋으면 되지 뭐. 개인적으로 트러플 소금이 제일 좋았던 것 같다.


오늘은 숙소에 도착하니 10시였다. 전 날에 비하면 나름 여유 있게 도착했다. 일찍 잤어야 했는데..


다음 날 나는 또 졸았고, 문제는 없었고, 조금 일찍 퇴근했다.  버스 시간까지 여유가 조금 있어 시외버스터미널 근처에서 밥을 먹고 부산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평점이 좋은 양식집에 갔는데, 남자 둘이서 오기에는 참 분위기가 뭐 한.. ㅎ 식당이었다. 흠흠.


나는 토마토랑 채소가 많은 요리를 좋아해서 상당히 마음에 들었지만, 동기는 원래 토마토를 안 먹고(토마토가 이렇게 클 줄 몰랐다고 하셨다) 뇨끼도 너무 건강한 맛이었기에 표정이 별로 안 좋았다. 미스터 피자를 갔으면 더 행복했을지도..?


후식으로 롯데리아에서 소프트콘을 하나 먹고 터미널로 이동했다.




2시간 정도 걸려 부산에 도착했다. 숙소를 나름 바다 근처로 잡는다고 잡았는데, 가까운 바다가 부둣가라서 인지 길이 막혀있었다. 30분 정도 열심히 걸어간 끝에 바다를 구경할 수 있었다.

원래 바다를 자주 보는 사람이다 보니 특별한 감흥이 있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매일 도로만 쳐다보고 돌아다니다가 오랜만에 바다를 보니 나쁘지 않은 기분이었다. 포항, 마산도 해안도시인데 부산까지 와서 이제야 바다를 본 것도 조금 웃기긴 했다. 하도 바쁘고 피곤해서 바다까지 보러 갈 여유가 없었던 거지만..


다음 날 아침 부산에 오면 빼먹을 수 없는 돼지국밥을 먹고 다시 고객사로 향했다. 오늘 맡은 지부는 전국의 지부 중에 가장 역사가 오래된 듯했다. 그래서인지 원장님의 프라이드가 참 대단했다(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고객사가 어린이집이다). 인터뷰를 할 때에도 대답에 덧붙여서 자신의 교육철학과 기타 등등의 이야기들을 곁들여서 들려주셨다. 처음에는 조금 피곤했는데, 들을수록 정말 생각이 깊으신 참교육자라는 감상이 들었다. 외부 강사료 계정을 검토하던 중에 코딩 교육이 있길래, '와, 코딩 교육도 하시네요??'라고 하니 5분 동안 원장님의 교육철학에 대한 일장연설을 듣기도 했다. 아, 그리고 나는 인터뷰 중에 또 졸았다.

역사가 오래된 근본 있는 곳이라서 그런지 간식도 많이 챙겨주셨다. 아침 안 먹었을 까 봐(먹고 왔지만) 샌드위치에 타락죽, 간식으로는 떡볶이까지 챙겨주셨다. 너무 배불렀다.


이날은 동기의 일정이 있어서 업무를 조금 일찍 마쳤다. 간식을 너무 많이 먹어서 배가 불렀기에, 나는 저녁 식대로 KTX 역에 위치한 비엔씨(부산 3대 빵집이라는 이야기가 있었다)에서 파이 만쥬를 3만 원어치 사들고 집으로 갔다. 정말 맛있었다.




이 글의 대부분은 이번 목요일에 있었던 평택 출장을 가는 기차에서 썼다. 출장이 참 많은 것 같다. 경상도 출장은 이동이 많아서 힘들었다면, 이번 출장은 술자리가 너무 무서워서 힘들었다. 술을 정말 잘 마시는 게 아니라면 회사생활이 조금 힘들지도 모르겠다. 술 좋아하는 사람들이 참 부럽다.


출장기간 동안 체력의 중요성을 참 많이 느꼈다. 당연히 피곤할 수밖에 없는 일정이지만, 체력을 미리 좀 만들어 두었다면 하는 생각이 자꾸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이번 주 월요일부터 헬스장을 등록해서 아침 6시 쯤에 운동을 가고 있다. 원래 유산소를 잘 안 했는데, 근육이고 뭐고 체력을 길러야 겠다 싶어서 유산소 운동도 열심히 하고 있다.


아, 아침에 운동을 간 덕에 첫눈을 보기도 했다.

벌써 눈이라닝..



솔직히 딴짓 안 하고 바로 잠에 들었으면 문제없었을 것 같긴 하지만. 유튜브를 좀 줄여야겠다.


그래도 출장을 가면 출장비가 나쁘지 않게 나와서 좋은 것 같다. 맛있는 것도 먹고 말이다. 하지만 출장을 가면 갈수록 다이어트의 길은 길고 험난해질 것만 같다.


다시 또 주말이 왔다. 원래도 참 빨랐지만, 회사를 다니니 시간이 몇 배는 더 빠르게 흐르는 것 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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