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에서는 폐지를 고압의 물로 갈아내기 때문에(그 과정에서 종이 외의 쓰레기들이 물 위에 떠서 걸러낼 수 있다고 한다) 공장 여기저기 흥건히 고인 물과 진흙 형태의 폐지(였던 것) 들이 보였다.
나는 제품과 부재료(약품)를 실사했는데, 제품 한 단위당 무게가 1톤이나 되고, 높이도 2미터가 넘어갔다. 이런 재활용지 롤이 대여섯 개씩 쌓여있었는데, 그 웅장한 크기에 내가 한없이 작게 느껴지는 기분을 느꼈다. 저게 내 위로 떨어지면 꼼짝없이 짜부가 되겠구나 생각하면서..
재활용 과정에서 이런저런 약품을 사용하기도 하고, 아무래도 물도 많이 고여있다 보니 악취가 어느 정도 나는 건 피해 갈 수 없었다. 그래서 인차지선생님이 버릴 옷을 입고 오라고 하시기도 했다. 생각보다는 견딜 만했지만.
창고가 오래되어서(30년 가까이?) 약품 창고에서는 외할머니댁 창고의 오래된 냄새와 흡사한 냄새가 났다.
지금까지 재고 실사를 네 곳 했는데, 의류매장과 식료품 마켓이었다 보니(한 곳은 냉동창고) 지금까지 너무 깔끔한 곳만 다녔구나.. 싶다. 다음 주도 공장 재고 실사가 있는데. 흠.
종이가 재활용되는 공장을 직접 볼 수 있었던 건 꽤나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분리수거된 종이에서 재활용이 얼마나 제대로 되나 싶었는데, 직접 보게 되니 분리수거를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건 이 직업의 정말 큰 장점인 것 같다.
이 하루의 경험에서 오래간만에 쓰는 글의 제목을 뽑아보았다.
폐지가 물로 씻겨져 크고 무거운 골판지가 되듯, 폐급 신입인 나도 새해에는 시즌을 견뎌내고 듬직하고 단단한 스탭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