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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목길 경제학자 Jul 08. 2024

프랑스 지역 창작공간 '제3의 공간'의 의미

프랑스 지역 창작공간 '제3의 공간'의 의미


프랑스의 티에르 리유(tiers-lieux, 제3의 장소)는 집(제1의 장소)과 직장(제2의 장소) 외에 사람들이 모여 교류하고 창조적 활동을 펼치는 공간을 의미한다. 2021년 기준으로 전국 2,500개의 제3의 장소에서 각종 이니셔티브와 실험적 활동이 전개되고 있다. 이러한 공간들은 지역의 일상을 변화시키고 경제적, 사회적, 생태적 당면 과제에 대응하는 솔루션을 창출하는 장으로 기능하고 있다.


프랑스의 제3의 장소 사례는 현재 한국에서 논의되는, 소지역 생활권에서 로컬 콘텐츠를 활용한 창업과 공동 작업을 지원하는 '로컬 메이커스페이스' 운영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지역의 문제 해결을 위한 혁신 플랫폼으로서 로컬 메이커스페이스를 자리매김하고, 다양한 이니셔티브와 실험적 활동을 장려함으로써 지역 특성에 맞는 창의적 솔루션을 도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이 글에서는 제3의 장소의 개념과 기능, 프랑스의 조성 현황과 주요 서비스, 보드르빌의 온실과 '철물점' 사례, 이해관계자 분석, 정부의 지원 정책, 경제적 기여도, 그리고 모델의 한계점을 살펴본다. 이를 통해 한국의 로컬 메이커스페이스 정책 수립과 운영에 대한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제3의 장소의 개념과 기능

제3의 장소는 집과 일터 외에 사람들이 편안하게 찾는 공간을 의미한다. 이곳은 사회적 연결, 자유와 해방, 공동의 이니셔티브가 펼쳐지는 새로운 장소로 인식된다. 코워킹, 공유작업장, 메이커스페이스, 문화 제작소 등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며, 지역 문제 해결을 위한 혁신적 프로젝트를 창출하고 발전시키는 역할을 한다.


로컬 메이커스페이스 역시 이러한 개념을 적용하여, 단순한 작업 공간을 넘어 지역 주민들의 사회적 연결과 자유로운 창조 활동을 촉진하는 장소로 발전해야 한다. 운영 방식은 지역 주민의 수요와 지역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다양한 형태의 활동을 수용할 수 있는 유연한 공간 구성과 운영 방식을 도입하고, 지역 문제 해결을 위한 프로젝트 중심의 활동을 장려할 필요가 있다.


제3의 장소 조성 현황

2019년 <새 장소, 새 연결> 프로그램의 시작과 함께 프랑스 정부 차원의 지원이 본격화되었다. 2021년 기준으로 프랑스 전역에 2,500개의 제3의 장소가 운영 중이며, 이 중 55%가 대도시권인 메트로폴 외 지역에서 운영되고 있다. 농촌 및 중소도시로의 확대도 진행 중이다. '지역 제작소' 인증 사업을 통해 300개소가 지원을 받고 있다.


한국의 로컬 메이커스페이스 정책 역시 이러한 방향성을 참고하여, 대도시 중심에서 벗어나 농촌 및 중소도시로 확대되어야 한다. 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지역 특성에 맞는 메이커스페이스 모델을 개발하여 인증하는 제도를 도입할 수 있다.


주요 서비스 및 활동

제3의 장소에서는 다양한 서비스와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75%의 제3의 장소에서 코워킹 스페이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30%는 팹랩(FabLab) 및 디지털 제조 공방 운영하고 있다. 27%는 문화 활동 공간을 제공하고, 19%는 수공업 공유 아틀리에를 운영한다. 사회혁신 실험장 및 리빙랩(17%), 공유주방 및 푸드랩(14%), 농지 및 공유정원 관련 활동(9%)도 이루어지고 있다. 60%의 제3의 장소에서는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로컬 메이커스페이스에서도 이와 같이 다양한 서비스와 활동을 복합적으로 제공할 필요가 있다. 특히 지역의 전통 산업이나 농업과 연계한 특화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드르빌의 온실(La Serres de Beaudreville) 사례

프랑스의 대표적인 제3의 장소 사례로 보드르빌의 온실(La Serres de Beaudreville)을 들 수 있다. 2020년 파리 근교 에쏜 데파르트망의 고메츠-라-빌 코뮌에 설립된 이곳은 농업, 식품, 문화 활동을 중심으로 운영되며, 다양한 창업자와 예술가들이 입주하여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지역 자원을 활용한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고, 도시와 농촌을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 사례는 로컬 메이커스페이스가 지역 자원을 활용한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고, 도시와 농촌을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보드르빌의 온실의 거버넌스는 다층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 부동산을 소유하고 관리하는 민간부동산회사(SCI)가 있으며, 이 회사가 온실 부지와 시설, 에어비앤비를 운영한다. 온실 내에는 아피하피라는 사업체와 협회가 입주해 있다. 협회는 회원들로부터 회비를 받아 운영되며, 현지 화폐인 루이즈를 병용하여 가치 교환을 촉진한다. 이러한 구조를 통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참여와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보드르빌의 온실 사례는 로컬 메이커스페이스의 혁신적 운영 모델을 보여주며, 한국의 로컬 메이커스페이스 운영에 여러 시사점을 제공한다. 이 사례의 다층적 거버넌스 구조는 공공-민간 협력 모델의 가능성을 보여주며,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유도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현지 화폐 사용을 통한 가치 교환 시스템은 지역 경제 활성화와 커뮤니티 강화에 기여할 수 있는 혁신적인 아이디어이다.


또한 농업, 식품, 문화 활동을 중심으로 한 운영은 한국의 농촌 지역 로컬 메이커스페이스에 적용 가능한 모델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다층적 구조와 혁신적 운영 방식은 한국의 로컬 메이커스페이스가 지역 특성에 맞게 발전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참여를 유도하며,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는 데 중요한 참고 사례가 될 수 있다.


제3의 장소 사례: '철물점'(La Quincaillerie)

프랑스의 제3의 장소 사례로 '철물점'(La Quincaillerie)을 들 수 있다. 이 공간은 누벨-아키텐 레지옹의 크뢰즈(Creuse) 데파르트망에 위치한 게레(Guéret) 코뮌에 자리잡고 있다. 크뢰즈는 인구 12만 명의 데파르트망으로, 프랑스에서도 고령화율이 높고 농축산업 비중이 큰 지역이다. 게레는 인구 1만 5천 명의 작은 코뮌이다.


'철물점'은 이러한 지역적 특성을 가진 곳에서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복합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 공간에서는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 공간(Exposition), 디지털 제작을 위한 팹랩(Fab Lab), 자유로운 업무 환경을 제공하는 코워킹 스페이스(Coworking)가 운영되고 있다. 또한 지역 소식을 전하는 라디오 방송국(Radio), 예술가들의 작업 공간인 아틀리에 공간(Espace Atelier), 주민들의 교류를 위한 커뮤니티 공간(Espace convivialité)이 마련되어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모토 스테이션(Moto station)으로, 이는 지역 주민들의 이동성 향상을 위한 시설로 보인다. 이처럼 '철물점'은 다양한 기능을 한 공간에 통합하여 지역 주민들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키고 있다.


특히 팹랩과 모토 스테이션은 지역 주민들이 직접 물건을 만들고 수리할 수 있는 공간으로, 실용적인 기술을 배우고 공유하는 장으로 기능하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기능을 통해 '철물점'은 지역 주민들의 창의성을 자극하고,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며,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사례는 인구가 적고 고령화된 농촌 지역에서도 제3의 장소가 지역 활성화와 혁신의 중심지로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의 농촌 지역에서도 이와 같은 복합 기능의 공간을 조성함으로써,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제3의 장소 이해관계자 분석

제3의 장소에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15만 명의 지역 주민이 일상적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400만 명이 문화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220만 명의 소상공인 및 창업자들이 제3의 장소에서 일하거나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지자체 차원에서는 코뮌, 코뮌간협력공법인(EPCI), 메트로폴 등이 지원 대상으로 참여하고 있다.


중앙정부에서는 6개 부처가 공동으로 지원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ANCT(Agence nationale de la cohésion des territoires)가 정책 실행의 주체로 활동하고 있다. 프랑스 제3의 장소 협회는 ANCT와 협력하여 정책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로컬 메이커스페이스 역시 이와 같이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와 협력을 바탕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각 주체의 역할과 이해관계를 명확히 정립하고, 이들 간의 협력을 촉진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프랑스 정부의 제3의 장소 지원 정책

프랑스 정부는 <새 장소, 새 연결> 프로그램을 통해 6개 부처가 공동으로 제3의 장소 지원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2021년 기준으로 1억 4,000만 유로 규모의 예산이 배분되었으며, '지역 제작소' 인증 사업을 통해 300개소를 지원하고 있다. 정부는 로컬과 레지옹 단위 프로젝트의 지속가능성을 지원하고, 협업을 장려하며, 네트워크 형성을 촉진하고 있다. 각 제3의 장소의 필요에 맞는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한국 정부도 이를 참고하여 로컬 메이커스페이스에 대한 종합적인 지원 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여러 부처가 협력하여 예산을 지원하고, 지역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지원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제3의 장소의 경제적 기여

프랑스의 제3의 장소(tiers-lieux)는 지역 경제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 882백만 유로의 사업 규모를 달성하며 3.5배 성장했고, 24,727개의 직접 일자리를 창출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4배 증가한 수치다. 400,000명이 관련 교육에 참여했으며, 이는 전년 대비 3배 증가한 규모다. 50,000개의 경제 구조체가 이를 통해 지원을 받았고, 제3의 장소의 평균 매출은 스타트업과 비슷한 252,000 유로 수준에 달한다.


제3의 장소의 지역 경제 기여도는 더욱 두드러진다. 44%의 제3의 장소가 메이커스페이스, 팹랩, 공유 작업실 등을 통해 지역 생산에 직접 참여하고 있으며, 약 1,840개의 공간이 생산의 재지역화에 동참하고 있다. 또한 47%가 지역 내 고용 지원 기관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으며, 31%는 공공 기관의 지원을 받고 있어 지역 경제 발전과 일자리 창출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의 로컬 메이커스페이스도 프랑스의 제3의 장소 모델을 적절히 벤치마킹하여 디자인한다면, 유사한 수준의 경제적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문화 자원이 풍부한 지역에 우선적으로 로컬 메이커스페이스를 운영하면, 지역 특색을 살린 제품 개발과 서비스 제공을 통해 관광산업 활성화 등 부가적인 경제 효과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제3의 장소 모델의 한계

제3의 장소 모델은 혁신적인 도시 발전 방식을 제시하지만, 동시에 여러 한계점도 지니고 있다. 베송(Besson, 2021)의 연구에 따르면, 제3의 장소는 규모와 영향력의 한계, 지역 사회와의 연계 부족, 경제 모델의 취약성, 지적재산권 문제, 도시 계획과의 통합 문제, 그리고 사회적 영향의 불확실성 등의 과제에 직면해 있다.


특히, 이러한 공간들이 도시 구조와 사회경제적 구조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만한 충분한 기술적, 재정적 능력을 갖추지 못한 점과, 지역 사회와의 연결이 여전히 불충분한 점이 주요 한계로 지적된다. 공공 보조금과 자원봉사에 크게 의존하는 경제 모델의 지속가능성 문제와 기존 도시 계획 체계와의 조화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이러한 한계점들은 한국의 로컬 메이커스페이스 운영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째, 규모와 영향력 확대를 위해 지역 내 다른 혁신 주체들과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해야 한다. 둘째, 지역 사회와의 연계를 위해 주민 참여형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지역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춘 프로젝트를 개발해야 한다. 셋째, 지속 가능한 경제 모델 구축을 위해 다양한 수익 창출 방안을 모색하고, 공공-민간 파트너십을 강화해야 한다.


넷째, 지적재산권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오픈 이노베이션 모델을 적극 도입하되, 참여자들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도시 계획과의 통합을 위해 지자체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로컬 메이커스페이스의 역할과 가치를 도시 발전 계획에 명확히 반영해야 한다.


제3의 장소는 프랑스 전역과 다른 유럽 국가에서 새로운 삶의 방식을 창출하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2021년 기준 2,500개소가 운영 중이며, 2022년 말까지 3,000~3,500개소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도시 중심에서 농촌 및 중소도시로 확대되어 지역 균형 발전에 기여하고 있으며, 생태적 전환, 디지털화, 식량안보, 문화적 실천 등 현대 사회의 당면 과제 해결에도 기여하고 있다.


지역 기반의 기업가정신, 실험과 창조, 협력과 자유로운 기여 등의 가치를 실현하고 있으며, 프랑스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을 통해 지역 혁신의 거점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프랑스의 제3의 장소 사례는 한국의 로컬 메이커스페이스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지역 균형 발전과 사회 문제 해결의 핵심 거점으로서 로컬 메이커스페이스를 설정하고, 지역 기반의 기업가정신과 혁신을 촉진하는 플랫폼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제3의 장소 모델이 지닌 한계점들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한국의 로컬 메이커스페이스는 프랑스 사례의 장점을 수용하되, 지역 사회와의 연계 강화, 지속 가능한 경제 모델 구축, 도시 계획과의 조화 등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또한, 로컬 메이커스페이스의 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사회적 영향을 측정할 수 있는 지표 개발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로컬 메이커스페이스가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 지역 혁신과 발전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권인혜. (2023). 프랑스의 제3의 장소 지원정책과 보드르빌의 온실(La Serres de Beaudreville) 사례. 세계농업, 2023년 1월호.

권인혜. (2024). 삶의 방식을 바꾸는 프랑스 제3의 장소 사례. 로컬 메이커스페이스포럼 발제 자료, 2024. 5.15. https://www.mk.co.kr/news/society/11016198

Besson, R. (2021). Role and Limits of Third Places in the Fabrication of Contemporary Cities. Territoire en mouvement Revue de géographie et aménagement, 51. https://doi.org/10.4000/tem.8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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