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골목길 경제학자 Jul 12. 2024

서계동 로컬 메이커스페이스 실험

서계동 로컬 메이커스페이스 실험


서계동은 과거 남대문 시장의 여성복 생산 기지로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그러나 패션 시장의 중심이 동대문으로 이동하고 도시 개발이 진행되면서 봉제 산업이 쇠퇴하게 되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서울역도시재생지원센터는 지역 봉제 산업을 활성화하고 청년 인력을 유입시켜 지역 경제를 재생시키고자 했다. 구체적으로 봉제 산업의 하청 구조로 인한 저품질과 저임금 문제, 청년층의 봉제 산업 기피 현상, 그리고 노후화된 작업 환경 등이 도시재생의 목적이었다.


2018년 10월에 문을 연 서계동 코워킹팩토리는 지역 특화 산업인 봉제를 중심으로 한 공동 작업 및 교육 공간으로 기획되었다. 이는 봉제 산업의 현대화 및 고도화, 청년 인력 유입을 위한 교육 및 창업 지원, 그리고 지역 산업 생태계 구축이라는 목표 아래 추진되었다. 이를 통해 지역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지속가능한 발전 모델을 구축하고자 했다.


서계동 코워킹팩토리는 상대적으로 유리한 환경에서 시작되었다. 먼저, 지역 산업 특성에 맞는 특화 전략이라는 점이 성공 가능성을 높였다. 또한, 서울역도시재생지원센터와 같은 공공 기관과 민간 주체들의 긴밀한 협력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마지막으로, 교육에서 생산, 그리고 판매에 이르는 선순환 구조의 구축이 프로젝트의 지속가능성을 높였다.


주요 기능 및 운영 전략

서계동 코워킹팩토리는 서계동 만리시장 2층 약 140여 평 규모로 조성되었다. 내부 자료에 따르면 보증금 2,000만 원, 월세 242만 원, 관리비(각종 광열비 포함) 약 300여 만원의 비용이 소요되었다고 한다.


기능과 운영 전략은 다양했다. 현대화된 봉제 설비를 갖춘 공동 작업장 및 장비 대여를 통해 작업 환경을 개선했다. 또한, 봉제 기술 교육과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신규 인력을 양성했다. 디자이너와 봉제 장인 간 협업 프로젝트를 추진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했으며, '이음' 브랜드를 개발하고 판매를 지원하여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만들었다. 이러한 종합적인 접근을 통해 지역 봉제 산업의 생태계를 강화하고자 했다.


서계동 코워킹팩토리의 성공적인 출범은 다양한 주체들의 참여와 협업에 기인했다. 지역 봉제 장인들은 그들의 풍부한 경험과 기술을 바탕으로 생산을 담당했고, 청년 디자이너들은 새로운 아이디어와 트렌드를 접목시켰다. 교육생들은 봉제 기술을 습득하며 미래의 산업 주역으로 성장했고, 외부 전문가들은 경영과 마케팅 등의 분야에서 전문 지식을 제공했다. 이러한 다양한 주체들의 협업은 새로운 시너지를 창출하며 프로젝트의 활동을 이끌었다.


수익 모델과 주요 성과

서계동 코워킹팩토리의 수익 모델은 다각화 전략을 통해 구축되었다. 공동 브랜드인 '이음'의 판매 수익이 주요 수입원이 되었으며, 교육 프로그램 운영을 통한 수익도 발생했다. 또한, 공간 및 장비 대여를 통해 추가적인 수익을 창출했다. 이러한 다양한 수익원의 확보는 프로젝트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코워킹팩토리는 단순한 생산 공간을 넘어 다양한 기능을 수행했다. 예비디자이너와 샘플랩 운영, 패션산업 관련 사업 연계 추진으로 다양한 패션 산업 관계자들이 모이는 공간이 되었다.


또한, 전국 산업, 도시재생 전문가, 활동가들의 필수 답사코스가 되어 지역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 잡았다. 주민참여 쏘잉랩 교육, 주민 메이커 공간으로 활용되어 주민들이 즐겨 찾는 공공 공간이 되었으며, 패션산업의 미래를 그리는 청년들의 아지트 역할도 수행했다.


서계동 코워킹팩토리의 주목할 만한 성과 중 하나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대응에서 나타났다. 긴급한 마스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코워킹팩토리를 포함한 서울 소재 봉제업체 111곳이 필터 교체형 마스크 60만 개 제작에 참여했다. 이는 지역 봉제 산업의 역량을 공공 보건 위기 대응에 활용한 사례로, 산업 지원과 사회 공헌을 동시에 달성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 다른 주목할 만한 성과는 지역 봉제인들의 공동 패션 브랜드 '어고잉(Agoing)'의 성공적인 론칭과 운영이다. 2021년 기준으로 론칭 3년 차를 맞은 '어고잉'은 용산 청파, 서계동 지역의 봉제 산업 지속 성장을 위해 지역의 정체성을 담아 개발되었다. 이 브랜드는 청년 신진 디자이너와 지역 봉제 장인들의 협업을 통해 매년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고 있으며, 디자인과 품질 면에서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코워킹팩토리는 '어고잉' 제품의 생산 공간일 뿐만 아니라, 봉제 패션 교육, 일자리 창출, 마을 패션 공방 기능을 함께 수행하며 디자인, 패턴, 샘플, 생산 등 원스톱 제작이 가능한 다기능 복합 클러스터로 자리 잡았다.


시사점 및 향후 과제

서계동 코워킹팩토리 사례는 지역 특화 산업을 기반으로 한 로컬 메이커스페이스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산업 재생을 통한 도시 재생의 새로운 모델로서 다른 지역에도 적용할 수 있는 시사점을 제공한다. 특히 중간지원조직의 역할과 지역 주체들과의 협력이 프로젝트 성공에 중요한 요소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21년 이후 서계동 코워킹팩토리의 활동에 대한 공개된 자료를 찾기 어렵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장기화로 인해 많은 공공시설과 프로그램들이 정상적인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던 상황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서계동 실험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청년 창업 지원의 실제 효과다. 청년 창작자들의 아이디어가 실제 사업으로 발전하고, 서계동을 패션 콘텐츠의 중심지로 만드는 '타운화' 전략이 어떻게 구현되었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특히 서계동 생태계 내에서 청년들이 오프라인 공방이나 매장을 창업할 수 있도록 하는 구체적인 지원 프로그램의 성과와 한계를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역 봉제기업과 연계된 크리에이터 중심의 생태계 구축이 어느 정도로 이루어졌는지, 그리고 이를 통해 기존의 봉제 기술과 새로운 아이디어의 결합이 어떤 혁신을 창출했는지 살펴볼 가치가 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이 아이디어 구상부터 제품 생산, 판매, 그리고 지역 전체의 패션 산업 클러스터화까지 이어지는 전체 과정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지원했는지 평가함으로써, 서계동 코워킹팩토리가 로컬 메이커스페이스로서의 역할을 어떻게 수행했는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로컬 메이커스페이스는 여전히 지역 산업 혁신과 도시 재생의 유효한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지역 특성에 맞는 맞춤형 전략, 민관 협력의 균형, 그리고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 구축이 필수적이다. 서계동 코워킹팩토리의 경험은 이러한 요소들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중요한 사례로 활용되어야 할 것이다.



참고자료:    

[도시재생과 산업, 그리고 '자산화'] 라이프인, 2019.03.01, 송소연 기자 https://www.lifein.news/news/articleView.html?idxno=3533 

[서울시, 필터교환형 마스크 60만 개 만든다] 서울경제, 2020.03.25, 이지성 기자 https://www.sedaily.com/NewsView/1Z0C58X9QX 

[지역 봉제인들의 공동 패션 브랜드 '어고잉(Agoing)'] 어패럴뉴스, 2021.12.16, 박해영 기자 http://www.apparelnews.co.kr/news/news_view/?idx=191443 

[서울역일대_도시재생과 산업재생_200806] 내부 보고서, 2020.08.06



매거진의 이전글 로컬 메이커 스페이스 사례: 일본 Loftwork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