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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목길 경제학자 Aug 20. 2024

한국 쿨의 도전: 소프트파워에서 글로벌 브랜드로

한국 쿨의 도전: 소프트파워에서 글로벌 브랜드로


한국은 이제 글로벌 소프트파워의 중심에 서 있다. K-pop, K-드라마, 그리고 최근 영화까지 한국의 대중문화는 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며 한국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한국의 다음 과제는 쿨니스(coolness), 즉 지속 가능한 문화적 영향력의 확보다. 쿨(cool)이란 단순한 인기나 유행을 넘어, 의외의 상황에서도 발현되는 자신감과 여유를 포함한, 자발적이고 자연스러운 동경과 모방을 이끌어내는 지속 가능한 문화적 영향력을 의미한다.


일본의 쿨니스를 연구한 데이비드 막스는 대중문화와 패션이 소프트파워의 핵심 요소임을 강조하며, 한 나라의 진정한 소프트파워는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는 대중문화 트렌드를 창출하고 이를 대표하는 브랜드를 만들어내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쿨의 중요성은 과거 사회주의 국가 사례에서도 드러난다. 소련은 클래식 음악, 발레 등 세계적인 수준의 문화예술 산업을 발전시키는 데 성공했으나, 세계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대중문화 트렌드를 발신하는 데는 한계를 보였다. 클래식에서는 성공했지만, 쿨에서는 실패한 것이다.


쿨이 국가의 자원 동원으로 실현할 수 없는 이유는 그 본질에 있다. 쿨은 단순한 자원이나 기술로 만들어낼 수 없는, 가장 높은 수준의 문화적 정수다. 사람들의 자발적이고 자연스러운 동경과 모방을 이끌어내야 하는 문화다. 쿨은 개인의 창의성과 자유로운 표현에서 비롯되며, 이 과정에서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대중의 자발적인 참여가 필수적이다.


쿨의 전파를 매개하는 수단은 바로 브랜드다. 쿨 문화에 기반한 브랜드들은 다른 나라와 사람들이 그 문화를 자발적으로 수용하고 확산시키며, 이는 곧 그 나라의 소프트파워를 강화하는 강력한 도구가 된다. 따라서 쿨을 어떻게 브랜드로 전환하느냐는 한 나라의 문화적 자산과 경제적 이익에까지 깊은 영향을 미친다.


일본의 아메토라(Ametora) 사례는 쿨의 힘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데이비드 막스의 연구에 따르면, 일본은 미국의 아이비리그 스타일과 데님 문화를 철저히 연구한 후, 이를 일본만의 독창적 정밀함과 장인 정신으로 재해석했다. 미국 스타일을 모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개선하고 새로운 패션 문화와 브랜드를 창출하여 전 세계적인 트렌드를 이끌었다.


일본은 동일한 방식으로 패션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라이프스타일에서도 강력한 글로벌 영향력을 확보했다. 아메토라는 단순히 미국 문화를 수용한 것이 아니라, 창의적 재해석을 통해 일본만의 독창적인 쿨을 확립한 성공적인 사례로 꼽힌다.


한국도 성과를 보이고 있다. 한국의 K-뷰티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단순히 제품의 품질 때문만이 아니다. 한국 화장품은 독창적인 제품 디자인, K-pop 스타들과의 협업, 그리고 한국의 미적 기준을 세계에 전파하는 데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은 자국의 문화적 정체성을 세계적인 브랜드로 승화시켰다.


그러나 브랜드 관점에서 한국이 쿨 산업을 완성했다고 보기 어렵다. 일부 화장품, 패션, 파인다이닝 기업이 성과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 아이콘 수준의 글로벌 브랜드를 배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브랜드 부진의 원인으로는 첫째, 한국의 문화적 정체성을 글로벌 시장에서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언어와 내러티브의 부족을 들 수 있다. K-브랜딩이 강력하긴 하지만, 'K-'라는 접두사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현재의 방식은 장기적인 전략으로는 한계가 있다.


둘째, 대중문화와 달리 생활산업은 오랜 시간과 지속적인 품질 관리가 필요한 분야다.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브랜드 관리와 일관된 전략이 필수적이지만, 해외 명품과 경쟁해야 하는 한국의 생활산업이 앞으로 해결해야 할 도전 과제다.


장기적으로는 정체성 정립이 더욱 시급하다. 한국이 생활산업에서 진정한 글로벌 브랜드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한국 문화의 정체성을 명확히 표현하고, 이를 바탕으로 독창적이고 지속 가능한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 한국 문화의 정체성을 논할 때, 전통문화(heritage), 하이브리디티(hybridity), 저항 문화(protest culture)는 한국이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중요한 자원이다.


한국은 오랜 역사 속에서 전통문화를 발전시켜 왔고, 한옥, 한복, 한식 등의 전통문화가 한국 문화를 대표한다. 하이브리디티도 한국의 문화 특색이다. 한국은 중국, 일본, 미국 등의 문화적 영향을 받았고, 이를 전통문화와 융합하여 새로운 문화를 창출해 왔다. 또한, 한국의 저항 문화는 1980년대 민주화 운동부터 최근의 촛불혁명까지, 사회적 변화를 추구하는 강력한 에너지를 보여주었다. 이러한 저항 문화는 한국의 문화적 역동성을 상징한다.


한국의 고유문화는 글로벌 브랜드로 발전할 수 있는 중요한 자산이다. 하이브리디티와 저항 문화가 어떻게 브랜드를 만드는지를 살펴보면, 일본의 아메토라 사례와 함께 여러 성공 사례를 들 수 있다.


한편, 저항 문화와 연관된 브랜드로는 *Bad Boy*, *Bad Girl*, *Outlaw* 같은 브랜드들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브랜드들은 사회적 규범에 도전하는 이미지를 통해 자신만의 독특한 정체성을 구축했으며, 이는 대중에게 강력한 인상을 남겼다. 이러한 저항적 요소는 단순히 반항적인 태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혁신적이고 차별화된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데 기여했다.


한국의 전통문화, 하이브리디티, 저항 문화는 이미 강력한 자산으로 자리 잡고 있지만, 이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서브컬처(subculture)를 용인하는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서브컬처는 다양한 사회적, 문화적 배경에서 나오는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표현의 장이 될 수 있다.


토마스 프랭크는 『The Conquest of Cool』에서 반문화적 요소가 어떻게 주류 문화로 흡수되어 새로운 쿨을 형성하는지 분석했다. 프랭크가 지적했듯이, 쿨의 실현 과정은 패션과 광고 산업이 서브컬처를 수용하는 과정이다. 서브컬처는 한 국가가 브랜드를 통해 지속 가능한 문화적 영향력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한국이 글로벌 생활문화의 선도국가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한국 쿨'의 개념을 명확히 정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글로벌 브랜드를 육성해야 한다. 한국의 고유한 문화적 자산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글로벌 맥락에 맞게 표현함으로써 한국 문화 정체성과 쿨니스를 정립해야 한다.


한국의 쿨니스는 문화적 정체성에 기반한 혁신과 창의성에서 비롯되며, 이를 통해 형성된 브랜드만이 진정한 글로벌 영향력을 가질 수 있다. 쿨 브랜드와 산업을 통해 한국은 단순한 문화 수출국을 넘어, 세계인의 일상에 스며드는 독창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는 쿨의 발신지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참고 자료**

Marx, W. David. (2015). *Ametora: How Japan Saved American Style*. Basic Books.

Frank, Thomas. (1997). *The Conquest of Cool: Business Culture, Counterculture, and the Rise of Hip Consumerism*. University of Chicago Press.

Nye, Joseph S. (2004). *Soft Power: The Means to Success in World Politics*. Public Affai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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