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다. 정부와 언론에서 자영업 위기 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의 대응은 크게 구조조정과 성장 지원으로 나눌 수 있다. 한계 자영업자의 퇴출을 지원하고 신중하지 않은 창업을 억제하는 것이 구조조정이라면, 성장 잠재력을 보이는 자영업자를 기업화하는 것이 성장 지원이다.
자영업 위기론을 논의하기 위해서는 먼저 정부 대응의 배경이 되는 현실 인식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가 제기하는 자영업 위기론은 크게 두 가지 주요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첫 번째는 과잉 공급이다. 이는 자영업자 수의 과도한 증가와 시장의 포화를 나타내며, 시장 내 경쟁 과열로 이어질 수 있다.
두 번째 문제는 경영 환경의 악화로, 임대료 상승, 인건비 증가, 소비 위축과 같은 외부 경제 요인에 따른 어려움을 포함한다. 이 두 가지 측면은 자영업자들이 직면한 현재의 어려움과 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들을 구체적으로 드러낸다.
먼저 과잉 공급론이다. 과잉 공급론에는 두 가지 요소가 있다. 1) 특정 분야에 2) 과도한 인력이 유입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특정 분야는 자영업이다. 자영업 위기론의 기저에는 자영업에 대한 우려가 깔려있다. 정말 자영업 자체가 문제인가?
자영업은 개인이 시장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선택해 형성되는 시장이다. 정부가 자영업 자체를 문제로 규정하기 위해서는 자영업 자체가 시장실패라고 입증해야 하는데 그렇게 주장할 근거가 충분하지 않아 보인다. 독과점, 외부효과, 정보비대칭성, 모럴 해저드 등 시장실패 이론 중 어떤 이론이 자영업에 적용되는지 검토가 필요하다.
자영업의 질을 문제 삼는 주장도 있다. 대기업 정규직에 비해 소득이나 근로 환경 측면에서 취업자에게 불리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영업을 선택한 사람이 대기업 정규직을 선택할 수 있거나 희망한다는 가정은 현실적이지 않다. 더 나은 일자리를 찾으라는 제안은 개인의 상황과 선호를 고려하지 않은 것일 수 있다. 경제학은 경제 행위자의 선호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현재 존재하는 선호 구조 하에서 발생하는 경제 문제를 분석하고 대안을 찾는 학문이다.
미래 관점에서 볼 때, 자영업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현재도 그렇지만 앞으로는 더 창의적인 자영업, 크리에이터 직업이 중요해질 것이다. 자유롭고 독립적인 삶을 살고 싶은 사람에게 맞는 직업이고 기술발전과 경제 변화에 따라 더 많은 기회가 자영업 경제 분야에서 발생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자영업보다는 자영업 규모와 비중이 문제라고 주장한다. 현재 전체 고용에서 자영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 선으로 다른 선진국보다 높다. OECD 평균이 15%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수치다.
하지만 특정 산업의 비중이 높다는 것이 문제라는 주장은 재고의 여지가 있다. 한국의 특수한 사회적, 경제적 환경 때문에 자영업 비중이 높은 것이기 때문에 시장의 효율성을 믿는 사람은 자영업 비중을 임의적으로 낮추는 것이 현재보다 더 효율적이라는 주장에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
자영업 시장에 '과잉 유입'이 발생하는 원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다. 은퇴 세대가 자영업으로의 전환, 창업의 낮은 진입 장벽, 특정 업종으로의 집중 쏠림 현상 등이 주요 요인으로 지적된다. 그러나 이러한 유입이 시장 실패로 명확히 규정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확실한 증거를 찾기 어렵다.
자영업 진입자들이 정보 비대칭으로 인해 불리한 상황에 처해있다고 볼 수 있으나, 정부와 언론이 자영업의 위험성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어, 자영업자들이 정보 부족으로 인해 현실을 오인하고 창업하는 경우는 드물다.
자영업을 기업화(법인화) 주장도 경제학적으로 타당한지 검토가 필요하다. 자영업자 중 초기 단계 기업이 많다. 스타트업도 초기 단계에서는 자영업으로 시작할 수 있다. 스케일업을 구상하는 자영업자가 기업화를 선호하고 추진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이런 성장형 자영업자는 기존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수용할 수 있다. 별도의 성장 지원이 필요한지 검토가 필요하다. 성장 잠재력이 높은 자영업 기업 중에서는 여러 가지 이유에서 자영업 형태로 성장하고 싶은 기업도 있다. 자영업은 기업 형태이지 규모를 규정하는 것은 아니다. 1인 기업, 자영업 기업이 상당한 매출을 내는 경우도 있다.
다수의 자영업자의 가치는 성장이 아니라 지역 경제 해결에서 그 가치가 중요하다. 자영업을 지역 경제의 실핏줄이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한다. 지역에서 다양한 사람에게 고용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역과 동네를 돌아가게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자영업의 중요한 역할이다. 이런 동네 기반 자영업자는 필수형 자영업자라고 볼 수 있다.
일부 문화지구에서는 자영업이 그 지구의 콘텐츠를 제공한다. 동네 문화를 생산하고 공급하는 자영업 기업은 크리에이터형, 앵커형이라고 한다.
지역에서 이처럼 자신의 주어진 역할을 하는 자영업자에게 기업화하라, 스케일 업하라는 요청하는 것이 시장경제 원리에 부합하는지 검토가 필요하다. 원하는 사람은 당연히 지원해야겠지만, 모든 자영업자가 스케일업을 원한다는 가정은 현실과 다를 수 있다.
경영 환경 악화 문제는 임대료 상승, 인건비 증가,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발생한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는 임대료 안정화 정책, 세제 혜택, 자금 지원 등이 제시되고 있다.
경영 위기를 겪는 자영업자를 지원하기 앞서 지원 근거를 점검해야 한다. 그 정당성은 고용 보호와 금융 건전성에서 찾을 수 있다. 급격한 자영업 퇴출은 실업자를 양산해 복지 체계와 사회 안정을 위협할 수 있다. 자영업 부채 규모가 크고, 연체율이 높아지기 때문에 자영업 파산에 따른 금융위기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하지만 대안을 찾는 과정에서 자영업 경영 위기의 원인을 제대로 찾아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신도시 개발에 따른 상권 환경의 악화, 단기적으로 최저임금 상승과 코로나 후유증이 자영업 경영위기의 원인이다.
단기적인 금융지원보다, 실제 원인을 개선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원도심 상권 활성화, 업종별, 지역별 최저임금 차별 적용, 부분적 부채 탕감 등 코로나 영업 제한에 대한 보다 과감한 보상 등을 대안으로 논의해야 한다.
과잉 공급 문제는 사회적 구조 문제로 단기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앞에서 강조한 바와 같이, 실제 문제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정부가 단기적으로는 경영 환경 개선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구조적인 문제를 다루고 싶다면, 미래 지향적 자영업 정책이 필요하다. 자영업에 대한 획일적인 사양산업화, 한계산업 인식을 지양해야 한다. 대신 정체 분야와 성장 분야를 구분하여 접근할 필요가 있다.
정체 분야에서는 필수업종 개념을 도입하여 현상 유지를 지원하고, 성장 분야에서는 지역 문화 창출의 관점에서 스케일 딥(Scale Deep) 전략을 지원해야 한다. 이를 통해 자영업의 다양성과 지역 특색을 살리는 동시에, 새로운 가치 창출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크리에이터 경제 등 새로운 성장 분야는 플랫폼 개혁, 크리에이터 기술 지원, 크리에이터 양성 등 더 적극적인 생태계 구축 사업을 지원해야 한다.
자영업 위기론은 자영업의 본질과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제기되고 있다. 지금까지의 논의를 요약하면, 자영업은 문제가 아니라 한국 경제의 중요한 부분이며, 미래 경제에서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자영업 비중이 높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며, 이는 한국의 특수한 경제·사회적 맥락을 반영한다. 모든 자영업을 기업화하려는 시도는 바람직하지 않으며, 자영업의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 진정한 자영업 위기는 경영 환경 악화에 있으며, 이에 초점을 맞춘 정책이 필요하다. 미래 지향적 자영업 정책은 필수업종 지원과 성장 분야에 대한 생태계 구축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정부 정책은 자영업을 억제하거나 무조건적인 기업화를 추진하기보다는, 자영업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각 분야에 맞는 지원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특히 경영 환경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미래 성장 분야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자영업은 한국 경제의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