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크리에이터 소사이어티
1. '크리에이터 소사이어티'란 무엇인가요? 이 책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크리에이터 소사이어티는 모두가 크리에이터가 되는 세상을 의미합니다. 유튜버부터 공간 기획자까지, 1인 기업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아직 크리에이터가 아니라고요? 표현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크리에이터입니다. 크리에이터는 표현하고 싶은 것을 직접 콘텐츠로 제작하 플랫폼에 공유하는 사람입니다.
수많은 크리에이터들 사이에서 우리는 어떻게 창의성을 발휘하고 경제적 자립을 이룰 수 있을까요? 핵심은 콘텐츠의 유일성과 지속성입니다. 대체 불가능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생산하는 능력입니다.
현재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온라인 플랫폼에서 '바이럴'을 노리는 일회성 콘텐츠나 단기적으로 인기 있는 주제에 매달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접근으로는 유일성이나 지속성을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크리에이터들이 의존하는 유일성 소재는 '나다움'입니다. 내가 하고 싶은 말, 표현하고 싶은 것이 유일성의 원천입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크리에이터가 나다움에서 유일성을 찾는 것은 어쩌면 당연합니다. 하지만 나다움도 변화 없이 고정되면 지속성을 확보할 수 없습니다.
지속 가능한 크리에이터 활동을 위해서는 더 유연하고 확장 가능한 나의 콘셉트가 필요합니다. 단순히 '나'를 표현하는 것을 넘어, 나에게 영감을 주는 추가적인 요소를 결합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하나의 방법은 크리에이터의 정체성에 '장소성'을 더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제주 크리에이터'나 '성수동 크리에이터'로 포지셔닝하는 것입니다. 작가 이슬아가 사는 곳의 반경 1 km 안에서 모든 소재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듯이, 나의 장소는 나와 상호작용하면서 끊임없이 '표현하고 싶은 거리'를 제공합니다.
장소성은 또한 크리에이터에게 새로운 플랫폼을 제공합니다. 일반적으로 플랫폼은 커뮤니티로 정의됩니다. 여기서 말하는 커뮤니티는 단순히 팔로워나 구독자를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크리에이터의 가치관과 비전을 공유하고, 적극적으로 상호작용하는 팬덤을 뜻합니다. 이러한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곳은 디지털 플랫폼에 한정되지 않습니다. 오프라인 공간과 도시 역시 크리에이터에게 중요한 플랫폼이 되어, 물리적 만남과 경험을 통해 더욱 깊이 있는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게 합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통합뿐만 아니라 디지털 플랫폼과 커머스의 통합에서도 새로운 기회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유튜브, 인스타그램이 커머스 채널을 추가하면서, 크리에이터들은 이제 자신의 컨셉과 연결된 브랜드를 개발하여 비즈니스 영역을 확장할 수 있습니다. 현재는 뷰티 크리에이터들이 브랜드 개발을 주도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모든 분야에서 브랜드 개발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2. 책에서 크리에이터의 정의를 매우 폭넓게 하고 계신데요, 예술인, 창작자부터 비예술인 창작자, 로컬 크리에이터까지 포함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는 문화의 정의와 직결됩니다. 문화는 보통 가치문화, 인지문화, 대중문화로 분류되며, 대중문화는 다시 문화예술, 문화산업, 생활문화로 나눌 수 있습니다. 대중문화의 전반적인 추세는 전통적인 문화예술과 문화산업에서 생활문화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물질적 풍요를 누리는 소비자들에게는 삶의 질 차원에서 일상과 생활이 중요해졌고, 의식주와 관련된 콘텐츠도 문화생활의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따라서 의식주 생활 콘텐츠를 생산하는 리테일과 로컬 크리에이터도 크리에이터로 분류해야 합니다. 도시와 리테일 문화가 순수 예술이나 문화산업만큼 문화생활에 중요해진 것입니다. 이러한 폭넓은 정의는 현대 문화의 다양성과 일상성을 반영합니다.
3. 책에서 언급하신 '3대 축 경제'란 무엇인가요? 온라인, 오프라인, 도시 플랫폼의 통합이 왜 중요하다고 보시나요?
3대 축 경제는 온라인, 오프라인, 도시 플랫폼의 통합을 의미합니다. 이 통합은 크리에이터들이 대체 불가능한 콘텐츠를 생산할 기회를 제공합니다.
오프라인과 도시 기반 크리에이터에게 플랫폼 통합은 온라인으로의 확장을 의미합니다. 오프라인 사업자에게 온라인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이는 단순히 전자상거래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SNS 마케팅, 네이버 스마트 플레이스와 같은 위치 기반 서비스 등도 온라인 활동에 포함됩니다.
반대로 아마존, 무신사 같은 대형 온라인 기업들의 오프라인 진출은 오프라인과 도시 시장에도 큰 기회가 있음을 보여줍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온라인-오프라인-도시 플랫폼의 통합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합니다.
주목할 점은 온라인 기업만이 이 통합을 주도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 신선 식품 시장에서 월마트가 전국 매장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온라인 주문–오프라인 픽업과 같은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며 아마존을 앞서고 있습니다. 이는 오프라인 기반 기업도 3대 축 통합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4-5. 크리에이터 타운의 관점에서 볼 때, 현재 서울의 도시 구조나 환경에는 어떤 문제점들이 있나요? 서울이 크리에이터 타운으로 발전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장애물은 무엇일까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도시 설계 및 정책적 변화가 필요할까요?
크리에이터 소사이어티가 먼 미래의 일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크리에이터들이 세상을 바꾸는 모습을 체감할 수 있는 장소가 있습니다. 바로 홍대, 성수동과 같은 크리에이터 타운입니다. 예술가, 크리에이터, 크리에이티브한 리테일 사업자들이 모여 매력적인 도시문화를 창출하는 도시입니다.
서울의 주요 문제점은 크리에이터 타운이 원도심과 마용성(마포, 용산, 성동)이라 불리는 구도심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25개 자치구 중 다수가 크리에이터 타운을 보유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자치구 인구가 평균 40만임을 감안할 때 자치구 하나에 최소 하나의 크리에이터 타운이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용성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크리에이터 타운은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를 창출합니다. 크리에이터 타운이 모든 도시가 염원하는 직주락(직장, 주거, 여가) 센터로 도약하는 플랫폼이 된 셈이죠. 모든 자치구가 직주락 센터로 자리 잡아야 서울이 진정한 의미로 삶의 질이 높은 도시가 됩니다. 15분 내에 일, 생활, 플레이를 해결하는 15분 도시가 바로 직주락 센터입니다.
서울 외곽 자치구가 크리에이터 타운이 되지 못하는 가장 큰 장애물은 마인드셋입니다. 일자리와 문화 시설은 중심부에 있어야 한다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거죠. 아직 많은 지역이 생활과 문화의 중심이 삶의 질, 생활문화로 이동하는 것을 포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서울의 각 자치구는 크리에이터 타운 조성에 대한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실현 가능합니다. 경기도와 같이 크리에이터에게 세금 혜택을 줄 수 있고, 무엇보다 크리에이터가 원하는 도시를 공급하면 됩니다. 도시 문화가 풍부한 도시인데, 매력적인 상권, 가로, 상업 공간을 공급하는 것으로 시작해야 합니다.
6-7. 부산과 같은 지방 대도시들이 크리에이터 타운으로 거듭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특히 청년 크리에이터들을 유치하고 유지하기 위한 전략은 무엇일까요? 수도권 집중화 현상이 크리에이터 경제와 도시 문화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요? 지역 균형 발전과 크리에이터 타운 육성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방안이 있을까요?
한국 지역 문제의 특이한 점은 지역 크리에이터 타운의 부재입니다. 서울은 다른 글로벌 도시와 마찬가지로 다수의 크리에이터 타운이 공존합니다. 파리와 같이 '하루에 한 동네' 여행이 가능해졌습니다.
하지만 한국 제2의 도시로 알려진 인구 350만의 부산에서조차 부산의 홍대가 어디인지 확실하지 않습니다. 크리에이터와 관련 기업들이 집중된 특정 지역을 찾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대구, 광주, 대전, 울산, 인천 등 다른 대도시도 마찬가지입니다.
크리에이터 소사이어티가 우리의 미래라면, 지역도 크리에이터 유치, 지원, 육성에 지역발전 자원을 투입해야 합니다. 모든 지역이 추구하는 대기업, 첨단산업, 문화시설 유치로는 부족합니다.
크리에이터들이 원하는 도시를 조성해, 그들을 유치하고 그들로 하여금 지역이 필요로 하는 일자리와 기업을 창출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크리에이터 시대에 맞는 지역발전 모델입니다.
이러한 접근은 농촌 지역에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정부는 청년농 육성에 집중하는데 농촌에 필요한 것은 청년농과 같은 농업 크리에이터뿐만 아니라 캠핑, 체험마을 등 농촌 환경을 사업화하는 농촌 크리에이터, 농촌 중심부에 작은 도시를 조성하는 로컬 크리에이터, 농촌 콘텐츠를 제작하는 콘텐츠 크리에이터, 그리고 농촌 콘텐츠를 유통하는 온라인 셀러, 이렇게 5개 유형의 크리에이터를 주거 환경이 뛰어난 로컬 콘텐츠 타운으로 유치해야 합니다.
로컬 콘텐츠 타운은 농촌형 크리에이터 타운입니다. 대도시 크리에이터 타운이 모든 도시 콘텐츠를 생산하는 종합 세트 크리에이터 타운이라면, 로컬 콘텐츠 타운은 말 그대로 지역 자원에 특화된 크리에이터 타운입니다.
현재 전국에서 관광객을 유치하는 전통문화 콘텐츠의 전주 한옥마을, 불교문화 콘텐츠의 경주 황남동(황리단길), 유기농과 협동조합 콘텐츠의 홍성 홍동마을이 대표적인 로컬 콘텐츠 타운입니다.
이러한 접근은 수도권 집중화 현상을 완화하고, 지역 균형 발전과 크리에이터 타운 육성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습니다.
8. 마지막으로, '크리에이터 소사이어티'가 가져올 미래 사회의 모습을 간단히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요?
크리에이터 소사이어티는 소비자가 요구하는 재화의 상당 부분을 개인이 공급하는 사회입니다. 기업, 정부, 사회적 기업과 더불어 개인 크리에이터가 경제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는 사회입니다. 이미 자영업자가 전체 취업자의 20-25%를 차지하는 한국에서 개인은 경제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는 모든 자영업자가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는 사회를 상상해 보면 이해하기 쉬울 것입니다.
크리에이터 소사이어티는 새로운 개념이 아닙니다. 19세기 이후 윌리엄 모리스, 루이스 멈포드, 에른스트 슈마허 등 사상가들이 전망한 아르티장 유토피아, 커뮤니티 유토피아의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플랫폼 기술의 발달로 그들이 꿈꾸던 작은 커뮤니티 중심의 크리에이터 경제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은 개인과 사회 차원에서 대답할 수 있습니다. 개인 차원에서는 위에서 설명하듯이 플랫폼 통합에서 대체 불가능한 콘텐츠 개발의 기회를 찾는 것입니다. 쉽지 않지만, 나다움, 지역다움, 장인다움을 조합해 콘텐츠를 구성하면 가능한 미래입니다.
사회적으로는 크리에이터 중산층 지원이 중요합니다. 소수의 슈퍼스타만이 아닌, 다수의 크리에이터가 일정 수준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죠.
온라인에서 보다 많은 크리에이터에게 수익을 돌아가도록 플랫폼을 보다 수평적으로 개혁하고, 오프라인에서는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공간과 상권을 공급하고, 도시에서는 크리에이터들이 모여 상호작용할 수 있는 크리에이터 타운을 조성하는 일이 우리 사회가 크리에이터 소사이어티를 위해 해야 할 일입니다.
* 출판사 김영사 유튜브 채널 '작가 생각'에 게재될 인터뷰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