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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단지 미스터리

by 골목길 경제학자

롯데 단지 미스터리


어제 제자와 송리단길을 걸었다. 신간 '서울의 하이스트리트'는 명동, 성수, 홍대, 한남, 도산, 강남역을 글로벌 브랜드를 유치할 수 있는 여섯 곳의 하이스트리트로 꼽았다. 여기에 더 추가할 만한 곳은 없을까?


나는 후보지로 송리단길을 떠올렸다. 석촌호수에서 석촌역, 송파나루역에 걸친 슈퍼블록 규모의 상권, 2차선 도로 중심의 격자형 보행망, 단독주택과 상가주택이 만드는 골목 스케일, 벚꽃축제로 유명한 석촌호수, 그리고 무엇보다 바로 옆 잠실 롯데 단지라는 배후지 때문이다.




그런데 어제 본 송리단길은 카페거리와 먹자 거리의 중간쯤 위치해 있었다. 송파구가 원하는 하이스트리트와는 거리가 있다. 왜일까? 입지 조건이 좋은데도 상권이 도약하지 못한다면, 문제는 다른 곳에 있을 것이다. 한 가지 가능성은 롯데 단지 자체의 문화적 영향력이다.


규모와 역사만 보면 롯데 단지는 서울 최고의 랜드마크다. 1979년 롯데가 잠실 부지를 확보한 이후, 1988년 롯데호텔과 롯데백화점이 문을 열었고, 1989년 롯데월드가 개장하며 1세대 개발이 완성됐다. 호텔-백화점-놀이공원이라는 3종 조합은 당시 아시아에서도 보기 드문 복합개발이었다. 2014년 롯데월드몰, 2017년 123층, 555m 롯데월드타워가 들어서며 2세대 개발이 마무리됐다.


롯데 단지에는 호텔, 백화점, 쇼핑몰, 놀이공원, 초고층 타워, 전망대, 아쿠아리움, 호수공원이 모두 모여 있다. 기능의 다양성에서 국내 어떤 복합단지도 따라오지 못한다. 연면적으로만 따져도 롯데월드타워와 롯데월드몰을 합한 총연면적은 약 80만 5천㎡ 에 달하며, 여기에 기존 롯데월드 단지까지 더하면 엄청난 규모를 형성한다.


하지만 롯데 단지가 랜드마크에 상응하는 문화력을 보유하고 있는지는 다른 문제다. 우리는 도쿄에 가면 아자부다이힐스를 찾아갈 만큼 도시건축에 관심이 많지만, 정작 서울의 대표 복합단지인 롯데 단지는 주목하지도, 자랑하지도 않는다.


문화력 부재의 단적인 증거가 이름의 부재다. 아자부다이힐스는 명확한 플레이스 브랜드다. 반면 잠실 롯데 단지를 부르는 통일된 이름이 없다. "롯데월드"라고 하면 놀이공원만 떠오르고, "롯데월드타워"라고 하면 최근 지어진 건물만 가리킨다. 전체를 묶어주는 이름이 없으니 하나의 장소로서 인식되지 못한다.



송리단길이 하이스트리트로 성장하려면 롯데 단지가 더 강한 문화적 구심점이 되어야 한다. 단지가 주변 상권을 끌어올릴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 첫걸음은 이곳을 무엇이라 부를지 정하는 일이다. 롯데 그룹과 송파구가 장소 브랜딩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다.


#송리단길 #진저베어 #무엇보다편하게 #뷰클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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