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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운4구역 101

by 골목길 경제학자

세운4구역 101


이 글은 서울시 세운4구역 재개발에 대한 기본 정보(101)를 정리하고자 작성했다.

출처: 중앙SUNDAY


1. 왜 논란인가?

서울시가 2018년 합의된 기존 계획을 대폭 수정했기 때문이다. 변경 내용은 최고 높이를 종로변 55m·청계천변 72m에서 종로변 99m·청계천변 142m로, 용적률을 기존 660%에서 1000%대 수준으로 상향하는 것이다. 이는 종묘 맞은편 부지에 30-40층 높이의 고층 건물이 들어서게 됨을 의미한다.


이 계획은 서울시가 추진하는 '녹지생태도심 전략' 속에서 세운지구 전체를 1000~1500%대 고용적 개발지로 전환하려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논란의 핵심은 종묘 경관 보호, 녹지축을 명분으로 한 초고층 개발의 적절성, 그리고 을지로 메이커 생태계 연속성 문제로 모아지고 있다.


2. 왜 단지 개발인가?
세운4구역과 세운상가를 먼저 구분해야 한다. 세운4구역은 종묘 인접 지역으로 조선시대부터 상업·주거 기능이 혼재된 지역이었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며 노후화되었고, 전후 복구 과정에서 소규모 제조업과 상가가 밀집하는 구조로 발전했다. 2004년 정비구역 지정 이후에도 좁은 골목과 소규모 필지가 복잡하게 얽힌 구조로 인해 개별 필지 단위 개선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고, 통합 개발 방식만이 사업 추진 가능한 구조로 자리 잡았다.


바로 옆 세운상가 지역은 일제강점기 말 '소개 도로' 건설 과정에서 대규모 철거가 이루어지며 거대한 공지가 생겨났고, 해방 이후 피난민 판잣집이 빽빽하게 들어섰다. 1966년 김현옥 시장은 이 판잣집과 사창가를 전면 철거하고 세운상가를 건설했다


3. 왜 용적률이 이렇게 높은가?

세운4구역은 일반상업지역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이 지역의 법정 기준 용적률은 600%, 상한은 1300%다. 서울시가 제시한 계획안의 용적률은 이러한 제도적 범위 안에서 설정된 것으로, 도시정책적 판단과 공공기여 수준을 반영해 1000% 이상으로 상향된 것이었다.


4. 왜 용적률이 기준보다 상향되는가?

세운4구역의 기준 용적률은 600%지만, 서울시는 공공기여의 규모와 성격에 따라 용적률을 ‘허용–상한’ 단계로 순차적으로 상향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서울시 계획에서는 공개공지 조성, 역사 보전, 운영계획 수립 등을 충족할 경우 ‘허용’ 범위에서 200%가 추가되고, 도로·공원 등 기반시설 제공에 따라 ‘상한(기반시설)’으로 126.46%, 건축물 에너지 효율 개선 및 제로에너지 인증을 충족하면 ‘상한(친환경)’으로 88%가 더해진다. 이 구조에 따라 전체 용적률은 1,014.46%, 건축계획 용적률은 1,008.26%까지 상승했다. 즉 기준보다 높은 용적률은 민간 개발이 제공하는 공개성·기반시설·친환경 성능의 수준에 따라 단계적으로 부여되는 방식이다.


5. 왜 142m인가?
건축물 높이는 종묘 경관을 보호하기 위한 앙각 규제가 핵심 기준으로 적용되면서 결정되었다. 종로변은 제도상 101m까지 가능하지만 서울시는 경관 영향을 고려해 99m로 조정했고, 청계천변은 149m까지 가능하나 142m로 계획했다.


이와 관련해 건축가 황두진은 다른 방향을 제안하고 있다. 그는 “저층·고건폐율 방식을 적용하면 고층 개발 없이도 충분한 용적률을 확보할 수 있다”라고 말하며, “파리처럼 대부분 5~6층 건물이지만 평균 용적률이 서울보다 높다”는 점을 근거로, 고층화 대신 저층·고밀도 도시조직 회복이라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6. 왜 녹지 축인가?

서울시는 북악산–종묘–남산을 잇는 도심 녹지축을 완성하기 위해 세운상가군을 단계적으로 공원화하고 총 13만㎡ 규모의 녹지를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민간 재개발에서 완화된 용적률과 높이에 따른 개발 이익을 활용하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 세운4구역의 추가 녹지 확보도 서울시의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전략'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녹지축 조성이 반드시 필요한지, 또한 초고층 개발을 정당화할 수 있는 충분한 근거가 되는지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충분히 형성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녹지와 공원의 가치에 대해 다른 관점도 존재한다. 경북대 최한수 교수는 최근 칼럼에서, 대규모 녹지 조성이 항상 도시계획의 최우선 목표가 될 필요는 없다고 지적한다. 그는 서울의 청년층이 느끼는 가장 큰 압박은 녹지 부족보다 주거·일자리 접근성이라고 분석하며, 공원 조성이 때로는 이러한 기회 접근성을 제약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세운4구역 논란과 직접 관련된 논의는 아니지만, 녹지와 공원 조성이 항상 최선의 선택은 아니며 도시가 제공해야 할 다른 가치들과의 균형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번 논란을 이해하는 데 참고할 수 있는 관점이다.


7. 다른 대안은 없는가?
세운4구역은 이미 이주와 철거가 완료되었고 시공사 선정까지 마쳤지만, 매장문화재 조사 지연으로 착공이 늦어지고 있다. 현행 법과 절차에 따라 추진되는 사업이기 때문에 개발 모델을 도시재생 방식으로 전환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따라서 논의의 중심은 개발 여부 자체보다는 현 계획을 어떤 원칙과 기준으로 조정할 것인지에 있다.


핵심 쟁점은 종묘 경관을 어느 수준에서 보호할지, 녹지 축을 명분으로 한 초고층 개발이 적절한지, 그리고 을지로 메이커 생태계와 원도심 창조산업의 연속성을 어떤 방식으로 유지할 것인지에 모아지고 있다.



참고문헌

문소영, 「“문화재 박제화 안돼…종묘와 잘 어울릴 높이·디자인 논의를”」, 중앙SUNDAY, 2025.11.15.

신수민, 「‘감히 종묘를’ ‘반드시 고층’ 둘 다 틀렸다…현장서 본 종묘 해법」, 중앙일보, 2025.11.18.

최한수, 「서울 20대에게 용산 ‘공원’이 필요할까?…부동산 내로남불의 폭발력」, 한겨레, 2025.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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