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동이 걱정되지 않나요?

by 골목길 경제학자

성수동이 걱정되지 않나요?


목요일 로컬 상권 세미나에서 가장 뜨겁게 떠오른 지역은 성수동입니다. 로컬 상권으로 시작해 현재는 서울을 대표하는 창조지구로 성장한 성수동을 앞으로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요?


성수동 관리 문제는 이제 미룰 수 없는 중요한 현안입니다. 일부에서는 붉은 벽돌 건축물 중심의 건축환경, 뷰티와 패션 콘텐츠 타운 형성, 대기업의 지속적인 투자, 견고한 글로벌 수요, 중심부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배후지역 존재 등을 들며 성수동이 다른 지역과는 다르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현재의 과열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고 자신하기는 어렵습니다.


언젠가는 조정기가 올 텐데, 이때 잘못 관리하면 가로수길의 전철을 밟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올해 들어 팝업스토어의 수가 줄어들고, 팝업의 중심지가 한남동, 도산공원, 서촌 등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조짐이 보이고 있습니다. 정부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성수동의 하드랜딩을 막아야 합니다. 조정기가 오더라도 큰 사회적 파장 없이 연착륙할 수 있는 '소프트랜딩' 전략을 찾아야 할 시점입니다.


성수동이 실패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성수동은 단순한 상권이 아니라, 관광·창조산업·기업 본사·크리에이터 생태계가 중첩된 서울의 핵심 복합 창조지구입니다. 서울시에서는 홍대 지역이 유일하게 성수동과 유사한 성격의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습니다.


성수동이 실패하면, 첫째, 서울을 대표하는 관광 상권을 잃게 됩니다. 2024년 성수동 외국인 방문객은 카드 결제 기준으로 약 300만 명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2018년 6만 명에서 50배나 증가한 수치입니다. 성수동은 이제 명동, 홍대, 강남과 함께 서울을 대표하는 글로벌 명소입니다. 이곳이 무너지면 서울의 도시 브랜드 자체가 큰 타격을 입게 됩니다.


둘째, 서울의 크리에이터 생태계가 붕괴됩니다. 성수동은 소셜벤처, 독립 디자이너, 스타트업,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이 모여 있는 핵심 집적지입니다. 이들이 흩어지면 크리에이터 경제 허브로서의 서울의 위치가 흔들립니다.

셋째, 무신사·젠틀몬스터 등 주요 기업들의 본사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이들은 단순히 성수동에 입주한 기업이 아니라, 성수동의 문화와 정체성을 기반으로 성장한 기업들입니다. 지역의 매력 상실은 기업의 정체성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넷째, 다른 신흥 상권에 미치는 심리적 충격이 큽니다. "성수동마저 무너졌는데 우리는 어떨까?"라는 의구심이 생기면 연남동, 한남동, 이태원 등 유사한 궤적을 따르는 지역들의 신뢰가 한꺼번에 무너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 성수동을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을까요?

성수동 관리 문제는 이제 미룰 수 없는 중요한 현안입니다. 언론은 "성수동 상권"이라고 부르지만, 현재의 국가 상권 관리 시스템 속에 성수동이라는 거대 유기체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현행 시스템은 성수동의 규모와 산업적 특수성을 담아내기에 너무나 파편화되어 있고, 무엇보다 실제 현장의 용도지역과 맞지 않는 법적 잣대에 묶여 있기 때문입니다.


첫째, 전통적 법적 상권(전통시장, 상점가, 골목형상점가) 분류입니다. 이 틀은 점포 30~50개, 면적 2,000㎡ 이내라는 좁은 기준에 묶여 있습니다. 약 88만 6천㎡(성수동 도시재생사업 기준)에 달하는 성수동을 이 기준으로 관리하려면 수십 개의 조각으로 파편화해야 합니다. 소상공인 지원에 초점이 맞춰진 이 낡은 규격으로는 거대 상권 성수동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없습니다.


둘째, 2022년 도입된 지역상권법상의 특별 구역입니다. 성동구는 이 법의 모태가 된 상생협약을 2015년부터 선제적으로 시행해왔고, 2023년에는 조례 개정을 통해 '지속가능발전구역'을 성수동 전역(전략정비구역 제외)으로 확대했습니다. 나아가 지역상권법에 따라 특정 구간(서울숲길, 상원길 일대)을 지역상생구역으로 지정, 민간 건물주와 기업이 참여하는 지역관리협의체를 운영합니다.


하지만 지역상권법은 지정 구역의 50% 이상이 '상업지역'이어야 한다는 요건을 두고 있습니다. SM 본사 주변을 제외한 성수동 대부분이 '준공업지역'임을 감안하면, 성수동은 임대료 폭등이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국가법상의 관리 구역으로 지정조차 할 수 없는 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국가 제도의 미비에 대응해 성동구가 주요 앵커 기업들과 함께 '성수권역 타운매니지먼트(Town Management)' 체계를 자체적으로 운영합니다. 2024년 12월 무신사, SM, 크래프톤 등 주요 기업과 주민대표들이 참여하는 위원회를 출범시키며 민관 협력 모델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는 법적 한계를 넘어 지역 주체들이 스스로 상권의 정체성을 지키려는 고육지책입니다.


그러나 '성수 타운매니지먼트' 역시 독자적인 예산 집행권이나 법적 관리 권한이 없습니다. 글로벌 자본이 격돌하는 거대 상권의 복잡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더 강력한 권한을 가진 법정 기구가 필요합니다.


뉴욕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을까요?

뉴욕은 BID(Business Improvement District)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현재 뉴욕시 76개 상권에서 BID가 운영되고 있으며, 그중 일부는 성수동과 같은 거대 상권입니다. 예를 들어 뉴욕의 대표적인 명소 타임스퀘어에는 'Times Square Alliance'라는 BID 조직이 있습니다. 이들은 민간-공공 파트너십을 통해 연간 2,000만 달러 안팎의 예산을 운영하며, 청소·안전·마케팅·공공공간 관리 권한을 직접 갖고 있습니다.


BID 제도의 핵심은 물리적 규모가 아니라 '경제적 기능'과 '이해관계자의 합의'로 지역을 정의한다는 점입니다. 타임스퀘어 BID는 약 30만㎡를 관할하지만, 허드슨 야드(Hudson Yards) BID처럼 이보다 훨씬 큰 규모도 존재합니다. BID의 장점은 작은 골목 상권부터 중심 상권까지 모두 같은 체계로 관리할 수 있는 것입니다.


새로운 관리 프레임워크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지금부터라도 성수동, 홍대, 이태원 등 서울의 창조지구로 부상하는 상권을 관리할 수 있는 프레임워크를 만들어야 합니다. 명동, 강남역, 압구정동 같은 기존 중심 상권도 일관된 정책 틀 안에서 관리되어야 합니다. 관광특구가 일부 중심 상권에 적용되지만, 이 제도는 주로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홍보와 각종 규제 완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 상권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거나 급변하는 임대차 시장을 관리하고 지역의 자생적 혁신을 이끌어내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창조지구와 중심 상권은 생활 서비스 중심의 골목 상권과는 다른 접근이 필요합니다. 물리적 크기(2,000㎡)가 아니라 경제적 기능으로 상권을 정의하고, 그에 맞는 정의와 제도, 통계와 구획이 뒤따라야 합니다. 무엇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기초 연구입니다. 정부가 창조지구와 중심 상권을 중요한 정책 수단으로 활용하고자 한다면, 이에 필요한 연구와 통계 정비에 투자를 시작해야 합니다.


목요일 세미나에서 논의한 로컬 상권의 의미와 정책화에 대한 글입니다.

https://blog.naver.com/yeonhui1000/22414865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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