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권활성화 사업은 성공하기 어렵다. 정확히 말하면, 성공을 구조적으로 축적하지 못한다. 전통시장 활성화든, 골목상권 활성화든, 상점가 활성화든 상권 유형과 관계없이 결과는 비슷하다. 상권 사업으로 일시적으로 주목받는 곳도 대부분은 다시 침체된다. 상권 사업의 부진은 현장의 노력이나 개별 사업의 완성도 문제가 아니다. 상권활성화 사업의 설계 구조 자체에 문제가 있다.
상권 정책의 구조적 한계는 두 가지다. 상권을 생활권과 분리해 다뤄왔다는 점, 그리고 투자와 관리를 구분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글은 이런 구조적 한계가 어떻게 상권활성화 정책을 무력화하는지 분석하고, 이에 대한 대안을 모색한다.
첫 번째 구조적 한계는 점포 집적도 중심의 상권 구획이다. 이로 인해 상권 사업은 생활권과 분리되고, 상권활성화 사업은 생활 전반과 단절된 공간 개입에 머문다. 정책은 상권을 살리려 하지만, 정작 상권이 자라는 토양에는 개입하지 않는 것이다.
이는 사람들의 동선을 보면 직관적으로 이해된다. 주거지역의 상권은 지하철역이나 버스정류장에서 집으로 가는 길목에 형성된다. 상권이 살아있으려면 사람들이 매일 지나다니는 동선 위에 있어야 하고, 그 동선은 대중교통·주거지·일터를 연결하는 생활권 전체에서 만들어진다.
따라서 상권의 활력은 역세권 접근성, 주거지 환경, 그리고 그 사이 상권의 보행 환경이 함께 결정한다. 이러한 생활권 인프라와 분리된 점포 밀집 지역의 활성화 사업으로는 상권의 잠재력을 살릴 수 없다. 상권은 주민의 거주와 일상 소비, 생활 서비스와 결합될 때 비로소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구조적 한계는 상권 관리와 투자를 구분하지 않는 데 있다. 상권 사업은 크게 관리 지원과 투자 지원으로 나눌 수 있다. 상권 관리가 상권의 질서를 유지하는 사업이라면, 상권 투자는 상권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유무형 자산에 투자하는 것이다.
상권 관리는 주민 자치의 영역이다. 안전, 청결, 경관, 임대료, 거버넌스 등 상권 내부의 질서를 유지하고, 상인 간 협력과 조정을 가능하게 하며, 변화에 대응하는 체계를 만들어 가는 일이다. 이 체계는 일회성 사업이 아니라 지속적인 운영 시스템이다. 상권 관리가 작동하려면 상인과 건물주의 자발적 참여와 합의가 필요하고, 이를 조정하고 실행하는 주민 조직이 있어야 한다. 관리 지원은 이러한 주민 조직이 형성되고 작동하도록 돕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투자는 도시 계획과 기업의 과제다. 건축 환경 개선, 공공 공간 정비, 생활 서비스 확충, 콘텐츠 개발 등 투자 수단은 개별 상권이 자체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투자 지원은 생활권 전체를 대상으로 한 계획과 투자로서, 전문성과 규모의 경제가 필요한 사업이다. 따라서 투자는 공간적 상권 단위가 아니라, 행정동 단위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동안의 상권활성화 사업에서 이 구분은 지켜지지 않았다. 관리 지원은 주민 조직을 키우는 데 쓰이기보다, 공간 개선이나 이벤트 같은 투자성 사업에 사용되어 왔다. 투자 지원은 생활권 전체를 고려하기보다, 특정 상권 구역에만 집중되어 왔다. 그 결과 지원이 끝나는 순간 상권도 다시 약화된다. 관리 주체는 남지 않고, 관계와 경험은 축적되지 않으며, 상권은 지원에 의존하는 구조에 머문다.
따라서 상권 정책의 핵심 전환은 지원을 줄이거나 늘리는 문제가 아니라, 관리와 투자를 명확히 구분하고, 각각에 적합한 방식으로 지원하는 데 있다. 관리는 주민 조직 중심으로, 투자는 생활권 단위로 재설계되어야 한다.
이제 상권 정책의 질문은 바뀌어야 한다. “어느 상권을 활성화할 것인가”가 아니라, “상권을 어떤 단위에서 계획하고 관리할 것인가”다. 그 대안이 상권을 행정동 단위로 확장하는 접근이다. 이는 상권의 경계를 넓히자는 제안이 아니라, 상권을 생활권 차원의 행정 개념으로 재정의하자는 제안이다.
이 전환은 네 가지 논리로 정당화될 수 있다.
첫째, 상권은 생활권 개념으로 확장되어야 종합적 계획이 가능하다. 주거, 소비, 생활 서비스를 포괄하는 투자는 점포 집적 구역이 아니라 생활권 단위에서만 의미를 갖는다. 도시 계획 관점에서는 상권을 생활권 개념으로 확장해야 15분 도시, 직주락 센터 구축이 가능하다.
둘째, 행정동은 생활권에 가장 근접한 행정 단위다. 주민이 실제로 거주하고 소비하는 범위와 행정동의 경계는 상당 부분 겹친다. 행정동과 생활권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는, 인접 행정동을 연합해 생활권을 구획할 수 있다.
셋째, 행정동으로 가면 상권 관리와 행정 체계가 일치한다. 상권 정책을 집행할 행정 주체가 명확해지고, 예산과 인력의 지속적 투입이 가능해진다.
넷째, 임의적인 상권 구획에서 소외된 소상공인도 상권 차원에서 지원할 수 있다. 선 안팎으로 갈리지 않고, 같은 생활권의 상인이라면 동등한 정책 대상이 된다.
상권활성화 사업이 성과를 내기 어려운 이유는 상권이 약해서가 아니다. 상권과 생활권의 분리, 관리와 투자의 혼선이라는 구조적 한계 때문이다. 상권을 점포가 모여 있는 공간으로만 다루고 관리와 투자 지원을 구분하지 않는 접근으로는 상권을 떠받치는 생활권의 조건을 함께 다룰 수 없고, 관리와 투자의 주체도 형성되지 않는다.
이제 상권은 공간이 아니라 행정동 단위의 생활권으로 재정의되어야 한다. 정책의 기본 단위는 행정동이 되어야 하며, 주거·소비·생활 서비스를 포괄하는 계획과 투자는 이 단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반면 전통시장과 거리상권 같은 공간적 상권은 주민 자율에 의해 운영·조정되는 관리 단위로 재위치 되어야 한다. 상권활성화 사업은 이렇게 상권과 생활권, 관리와 투자를 구분해 다시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