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중반, 마스다 무네아키는 한국에 특별한 방식으로 상륙했다. 2007년 《라이프스타일을 팔다》, 그리고 2015년 《지적자본론》을 통해 그는 한국의 리테일, 공간, 부동산 담론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았다.
흥미로운 점은 일본과 한국의 수용 온도차였다. 일본에서는 이미 세이부백화점 시절부터 라이프스타일 담론이 존재했던 반면, 한국에서 무네야키의 임팩트는 유달리 강렬했다. 왜 그랬을까?
2000년대 한국은 압축 성장의 정점에서 ‘다음’을 고민하던 시기였다. 제조업 중심의 하드웨어적 성공 이후, 소비와 문화의 소프트파워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라는 질문 앞에 서 있었다. 바로 그 타이밍에 마스다는 ‘책과 커피가 있는 공간’, ‘라이프스타일 제안형 매장’, ‘지역 문화 거점으로서의 서점’이라는 명쾌한 답을 제시했다.
한국인들은 단순히 그의 책을 읽은 것이 아니라, 그가 제시한 모델을 실험하기 시작했다.
마스다 모델을 가장 적극적으로 계승한 1세대 기업인들이 있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현대카드에 디자인 경영을 도입하며 금융을 넘어 문화기업으로의 전환을 시도했다(월간중앙, 2018).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 현대카드 뮤직 라이브러리, 현대카드 쿠킹 라이브러리, 현대카드 트래블 라이브러리 등 서울 곳곳에 복합문화공간을 조성하며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금융회사'라는 독특한 정체성을 구축했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창업자는 2016년 인터뷰에서 마스다의 《지적자본론》을 읽고 있다고 밝히며 "'디자인은 이제 부가가치가 아니라 본질적 가치가 됐다'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추가영, 2016). 배달의민족 엑시트 이후 그는 더욱 과감하게 라이프스타일 영역으로 진입했다. 스테이폴리오 등 라이프스타일 기업을 인수하며 F&B를 넘어 공간과 경험의 큐레이터로 변신했다.
조수용 매거진B 발행인은 브랜드 저널리즘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매거진B 츠타야 편을 발행하고, 서울 편 인터뷰에서 마스다 무네아키가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한다", "라이프스타일을 판다"는 개념을 직접 언급하며 해석했다(매거진 B, 2018). 한남동 사운즈한남 건립으로 공간 기획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줬다. 그는 마스다가 츠타야를 통해 구현한 '편집된 세계관'을 한국적으로 재해석한 인물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명확하다. 단순히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라 '삶의 방식'을 제안한다는 것. 공간은 소비의 장소가 아니라 문화적 경험의 플랫폼이 된다는 것. 그리고 이 모든 것의 중심에는 편집자적 관점이 있다는 것.
1세대가 디자인을 통해 라이프스타을 제안한다면, 2세대는 그것을 도시와 공간, 그리고 창업으로 확장하고 있다.
손지호 네오밸류 대표는 앨리웨이 광교를 통해 동네 상권의 새로운 가능성을 실험했다. 대형 복합몰도, 전통시장도 아닌 ‘골목형 문화상권’이라는 중간 형태를 제안했다. 부동산 디벨로퍼에서 ‘라이프스타일 디벨로퍼’로의 전환을 선언하며, 상업시설 지분 100%를 소유하고 공간과 콘텐츠 기획부터 운영까지 직접 담당하는 파격적인 시도를 했다.
박희윤 HDC현대산업개발 부사장은 《도쿄를 바꾼 빌딩들》을 통해 디벨로퍼의 눈으로 본 도시 만들기의 철학을 제시했다. 20년 넘게 도쿄와 서울에서 일해온 그는 단순히 빌딩을 짓는 것이 아니라 ‘도시를 성장시키는 진짜 디벨로퍼’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도쿄의 10개 지역과 중심 빌딩을 통해 라이프스타일이 어떻게 도시 경쟁력이 되는지를 보여준다.
최원석 프로젝트렌트 대표는 《결국, 오프라인》을 통해 성수동 팝업 스토어 열풍의 이면에 있는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풀어냈다. 250여 개의 팝업을 기획하며 축적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오프라인 공간이 어떻게 미디어가 되고 브랜드 경험의 플랫폼이 되는지를 설명한다. 판촉이 아닌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공간의 조건 10가지를 제시하며, 오프라인만의 고유한 가치를 재정립한다.
김성준 시몬즈 부사장은 《소셜 비헤이비어》에서 브랜드의 오프라인 진출이라는 전형적인 O2O를 넘어, 팝업 스토어를 통한 온오프라인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보였다. 일시적 공간에 영구적 브랜드 경험을 담는 방법론을 제시했다.
김성순 쿠시먼앤웨이크필드 부사장은 《서울의 하이스트리트》를 통해 서울의 가로 공간을 재해석했다. 부동산 전문가의 시각으로 도시를 읽어내며, 상권 분석을 넘어 도시 문화론으로 확장했다.
신지혜 상무는 《핫플레이스를 만드는 플레이어들》을 집필하며 공간 기획자들의 실제 작동 방식을 기록했다. 담론이 아니라 현장의 언어로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를 설명했다.
도시와 로컬 콘텐츠 비즈니스를 개척한 두 명의 책도 기대된다. 홍주석 어반플레이 대표는 도시 콘텐츠와 공간 기획의 결합을 설명하는 책을 준비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공간이 콘텐츠가 되고, 콘텐츠가 다시 공간을 만드는 순환 구조를 실험 중이다.
로컬 브랜딩의 최전선에서 코워킹과 크리에이터 커뮤니티를 통해 지역과 상권의 정체성을 구축하는 작업을 이어가는 김수민 로컬스티치 대표도 자신의 경험과 철학을 책으로 정리하고 있다.
2세대의 특징은 더 구체적이고, 더 실천적이라는 것이다. 1세대가 큰 그림을 그렸다면, 2세대는 그 그림 안의 디테일을 채워가고 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이들이 실무자이면서 동시에 기록자라는 점이다.
이 분들이 책을 쓰면서 나의 책상 위에는 책들이 쌓여가고 있다.
이것은 단순한 출판 붐이 아니다. 한국형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의 아카이빙이다. 마스다가 일본에서 했던 것을 이들은 한국에서 하고 있다.
앞으로 이 책들 하나하나를 깊이 읽고 포스팅할 계획이다. 각 책이 다루는 주제도, 접근법도 다르지만, 그 저변에는 공통된 질문이 흐른다.
“어떻게 공간은 단순한 소비의 장소를 넘어 문화적 거점이 될 수 있는가?”
“라이프스타일 제안은 어떻게 비즈니스가 되는가?”
“편집자적 관점이란 무엇이며, 그것을 어떻게 공간에 구현하는가?”
마스다를 좋아한다면, 한국의 마스다들도 응원해주세요.
월간중앙. (2018, 8월 22일). [재계화제] 현대카드 정태영 부회장의 '知的(지적)자본론'. https://www.m-joongang.com/news/articleView.html?idxno=322616
추가영. (2016, 5월 1일).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가 '지적자본론' 읽는 이유. 한국경제.
조수용. (2018). OPINION [인터뷰]. 매거진 B: 서울Seoul (Second edition), 3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