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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스타일을 팔다

by 골목길 경제학자

라이프스타일을 팔다


1. 다시 찾은 T-Site, 여전히 살아있는 라이프스타일 전시장

12월 초 도쿄 패션타운 현황 조사를 위해 다이칸야마 츠타야 T-Site를 다시 찾았다. 2011년 개장 이후 14년이 흘렀지만, 이곳은 여전히 도쿄 라이프스타일의 가장 정교한 전시장이다. 주말 오전, 조용한 매장에서 고객들은 서두르지 않는다. 한 권의 책을 고르기 위해 30분을 서서 페이지를 넘기고, 디자인 서적 옆에 진열된 문구류를 만져본다.



하라주쿠 패션 생태계 서적을 찾는 나에게 서점 직원이 다가왔다. "어떤 측면에 관심이 있으세요?" 그는 일반 패션 코너가 아닌 잡지 코너로 나를 안내했다. "하라주쿠를 이해하려면 1990년대 패션 잡지를 보셔야 합니다."


그가 추천한 책과 잡지는 하라주쿠가 전후 미군기지 주변에서 1980년대 청년 문화의 성지가 되기까지의 과정, 글로벌 브랜드와 로컬 부티크가 공존하는 생태계를 입체적으로 보여주었다. 이것이 마스다 무네야키가 말한 "라이프스타일 제안"이었다. 서점 직원은 책을 판 것이 아니라, 하라주쿠를 이해하는 방법을 제안한 것이다.


2층 라운지 창밖으로 다이칸야마 골목길이 보였다. 느린 속도로 걷는 사람들, 테라스 카페, 강아지 산책. 시부야에서 도보 15분이지만 완전히 다른 시간이 흐른다. 도쿄 라이프스타일이 궁금하다면 다이칸야마 T-Site에서 시작해야 한다. 도쿄가 40년 넘게 쌓아온 라이프스타일 문화의 앵커다.



2. 단카이 세대의 문화를 전시하다

마스다 무네야키는 1983년 첫 츠타야 매장을 열었고, 2011년 다이칸야마에 자신의 철학을 집대성한 T-Site를 만들었다. 2014년 한국에 출간된 그의 책 『라이프스타일을 팔다』는 한국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 붐의 시발점이 되었다. 그의 경영 철학은 명확하다. "서적이 아니라 서적으로 표현되는 라이프스타일을 판매한다."


츠타야는 출판사 편의에 따른 분류가 아니라 고객 중심으로 재편했다. 여행, 음식, 디자인 등 테마별로 책을 진열하고, 관련 DVD, CD, 가전제품까지 함께 판매한다. 요리책 옆에 조리도구가, 가이드북 옆에 여행 가방이 놓인다. 마스다는 "고객이 찾는 내용을 담아 서적을 편집하고, 나아가 새로운 주제를 제안해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그가 제안하고 싶었던 라이프스타일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명확히 밝힌다. "단카이 세대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을 소개하고 싶어 다이칸야마 츠타야 T-Site를 기획했다."


단카이(団塊) 세대는 일본 베이비부머, 1947-1956년생을 말한다. 마스다는 이들을 '프리미어 에이지'라고 부른다. "일본 생활산업을 고도화한 세대가 단카이 세대다. 청년층을 유치하려는 다른 나라와 달리, 일본 유통업계는 구매력도 있고 멋도 아는 단카이 세대 유치가 우선이다."


단카이 세대는 1980년대 '생활의 패션화'를 주도했다. 전후 고도성장 속 첫 풍요 세대인 이들은 물질적 소비에서 문화적 소비로 전환했다. 이들이 30대에 진입한 1980년대, 일본에서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창업 붐이 일어났다:


1969년 Comme des Garçons, 1971년 Issey Miyake, 1974년 Beams, 1979년 소니 워크맨, 1980년 무인양품, 1983년 츠타야, 1984년 유니클로. 이 브랜드들은 삶의 방식을 제안했다. 무인양품의 "섬세, 정중, 치밀, 간결", Comme des Garçons의 반패션 철학. 핵심 소비자가 단카이 세대였다.


2011년 T-Site 개장 당시 단카이 세대는 55-64세,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은퇴를 앞둔 시기였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값싼 상품이 아니라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제안이었다. 마스다는 그들이 40년 넘게 쌓아온 문화적 취향을 전시하고 싶었다.


마스다 자신도 단카이 세대의 일원(1951년생)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그는 라이프스타일을 관찰한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왔다. 30년 후 다이칸야마에서 그가 한 일은 자신의 세대가 만든 문화를 정리하고 전시하는 일이었다.


3. 왜 다이칸야마인가

마스다는 도쿄 상권 중심이 긴자→신주쿠→시부야→아오야마로 이동했고, 그다음이 다이칸야마와 가루이자와라고 예측했다.


긴자는 전통 상업 중심지, 신주쿠는 대중 소비 중심, 시부야는 젊은 세대 중심, 아오야마는 세련된 라이프스타일의 상징이었다. 다음은? 마스다가 주목한 곳이 다이칸야마였다. 시부야에서 도보 15분, 그러나 완전히 다른 분위기. 조용한 고급 주거지역.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여기가 실제 사람들이 사는 '동네'라는 점이었다.


도쿄 남서부 시부야구 다이칸야마는 1923년 관동대지진 이후 중산층이 정착하면서 형성되었고, 전후 고급 주거지로 발전했다. 1990년대부터 작은 부티크, 카페, 갤러리가 들어서기 시작했다. 중요한 것은 다이칸야마가 이미 단카이 세대가 선호하는 주거지였다는 점이다.


마스다는 "다이칸야마 라이프를 살리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가 말한 '다이칸야마 라이프'는 그가 만든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던 삶의 방식이었다. 긴자나 시부야 플래그십 스토어는 관광객을 위한 전시장이다. 그러나 T-Site는 실제로 동네 주민이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공간이다.


T-Site 개장 이후 주변에 변화가 일어났다. 2015년 구 도큐 철도 부지를 재생한 '로그로드 다이칸야마'가 개장했다. 약 220미터 선형 공간에 독립 부티크, 레스토랑, 카페가 들어섰다. T-Site가 만든 것은 물리적 공간만이 아니었다. 다이칸야마가 어떤 동네인지,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할 수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정체성이었다.


주거지역의 문화 상권화는 동아시아 도시의 독특한 현상이다. 서구의 젠트리피케이션이 쇠퇴 지역에서 시작된다면, 도쿄 다이칸야마는 중산층 주거지였다. 다이칸야마는 이 모델의 선구자였다.


마스다가 다이칸야마를 선택한 이유는 명확하다. 단카이 세대가 실제로 사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전시하려면 그들의 일상 공간이어야 했다. 전시장이자 동시에 생활공간. 이것이 T-Site가 13년이 지난 지금도 작동하는 이유다.


4. 도쿄만이 만들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는 지역성에 뿌리를 둔다. 지역에서 활성화되지 않은 라이프스타일을 상품화하는 것은 어렵다.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기업의 공통점은 출신 지역에서 시장 가치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발굴하고, 이를 창업가의 철학으로 흡수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캘리포니아의 웰빙, 뉴욕의 힙스터, 북유럽의 휘게. 모두 특정 지역에서 먼저 생활화되고 산업화된 후 수출되었다. 진정성이 있기 때문이다.


도쿄는 무엇을 만들었는가? 첫째, 단카이 세대의 문화적 성취다. 풍요 속에서 성장한 일본 첫 세대. 1980년대 '생활의 패션화'를 주도할 수 있었던 것은 경제적 여유와 문화적 감수성의 결합 때문이다.


둘째, 일본 고유의 장인문화와 상인문화다. 츠타야도 "업의 본질과 올바른 삶에 대한 고민, 소비자 배려와 존중 등 일본 고유의 상인과 장인 문화를 바탕으로 라이프스타일을 재해석하는 기업"이다. 무인양품의 "섬세, 정중, 치밀, 간결"(하라 켄야)도 같은 맥락이다.


셋째, 디테일과 큐레이션의 문화다. T-Site의 책 진열은 단순히 장르별 분류가 아니라 라이프스타일별로 세밀하게 재구성되어 있다. 이런 큐레이션은 상품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고객에 대한 세심한 배려에서 나온다.


넷째, 시간이다. 1980년대부터 2011년까지 30년. 단카이 세대가 라이프스타일을 만들고, 소비하고, 정제한 시간이다. T-Site는 그 30년의 결정체다.


라이프스타일은 특정 지역에서 생활화, 산업화된 후 수출된다. 캘리포니아 라이프스타일은 캘리포니아에서 먼저 상품화되어야 했다. 역으로, 캘리포니아에서 활동하지 않는 기업이 '캘리포니아 라이프스타일'을 성공적으로 파는 것은 어렵다.


도쿄 라이프스타일도 마찬가지다. 단카이 세대가 40년 넘게 쌓아온 문화, 다이칸야마라는 장소, 그 문화를 이해하는 마스다라는 기업가. 이 세 가지가 결합되어 T-Site가 만들어졌다. 지역문화를 공유하는 소비자, 생산자, 전문인력으로 형성된 지역 생태계가 만든 라이프스타일 상품은 다른 지역이 쉽게 모방할 수 없다.


도쿄만이 만들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 그것은 단카이 세대가 40년 넘게 쌓아온 문화적 자산, 다이칸야마의 장소성, 그리고 그것을 정교하게 큐레이션 하는 능력의 결합이다. T-Site는 그 모든 것의 앵커이자 상징이다. 14년이 지난 지금도 이곳이 여전히 작동하는 이유는, 이곳이 기획된 공간이 아니라 진짜 삶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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