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 사회는 표준화와 규모의 경제가 지배하던 시대를 지나 지역의 차별성과 깊이의 경제가 핵심이 되는 로컬의 시대로 진입했다. 2010년 이후 홍대와 성수동을 거쳐 전국 골목상권으로 확산된 로컬 트렌드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경제 패러다임의 전환을 의미한다. 그러나 현장의 역동성에 비해 이를 뒷받침할 이론적 토대는 여전히 과거의 유산에 머물러 있다. 기존 학문이 이 분야를 충분히 수용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로컬경제학의 독자적 학문화와 로컬경영학과의 체계적 연결을 강력히 주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존의 도시경제학과 지역경제학은 주로 광역 단위의 입지와 효율성,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다루며 동네 생활권 단위의 미시적 역동성을 온전히 설명하지 못한다. 특정 산업의 집적을 다루는 클러스터 경제학이나 창의성을 강조하는 창조경제 역시 로컬 브랜드가 창출하는 독특한 장소성과 문화적 가치를 포착하는 데 한계가 있으며, 생태경제나 순환경제를 지향하는 대안경제 담론 또한 로컬 크리에이터가 주도하는 브랜드 생태계의 비즈니스적 지속가능성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로컬경제학은 지역 고유 콘텐츠와 브랜드가 생활권 단위로 집적되는 현상을 연구하는 독립적인 학문으로서 규모의 경제를 넘어선 '깊이의 경제(Scale-deep)'를 새롭게 정의해야 한다.
로컬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끄는 실질적인 동력은 고유한 정체성을 지닌 장소성, 창의적 활동의 토대가 되는 물리적 건축성, 소비자에게 대체 불가능한 가치를 제공하는 경험성, 그리고 이들을 연결하는 플랫폼의 결합에서 발생한다. 여기서 플랫폼은 온라인 플랫폼, 공간의 매력을 극대화하는 오프라인 플랫폼, 그리고 지역 전체를 하나의 생태계로 묶는 어반 플랫폼(Urban Platform)으로 나뉘어 유기적으로 작동한다. 나는 이를 '3대 축 크리에이터 경제' 프레임워크로 제시한다. 이 축들이 상호작용하여 생산하는 결과물이자 동시에 새로운 결과물을 창출하는 기반으로 작용하는 것이 바로 건축(Architecture), 콘텐츠(Contents), 커뮤니티(Community)다. 이 세 요소는 완성된 성과이면서 다음 단계의 혁신을 낳는 자산이다.
로컬경영학은 단순한 매출 증대 전략이 아니라 건축, 콘텐츠, 커뮤니티 자산의 사업화를 통한 지역 착근성 확보 중심으로 재구성되어야 한다. 시장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BMC)나 기술 혁신 중심의 린스타트업(MVP), 문제 해결 중심의 디자인싱킹과 같은 기존 창업 방법론은 장소성과 로컬의 관계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명확하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로컬경영학의 가치 체계를 구체적으로 구현한 모델이 BSS(BLC-Scale Deep-Scale Up)이다.
창업 단계의 BLC(Basic Local Concept)는 나다움·장인다움·로컬다움을 결합해 ‘어떤 공간에서 어떤 콘텐츠를 누구와 함께 구현할 것인가’를 설계하는 과정이다. 즉, 단순한 사업 아이디어가 아니라 공간 자산과 콘텐츠 자산, 커뮤니티 자산을 통합한 구조를 먼저 정의하는 단계다. 이어지는 Scale Deep 단계에서는 지역 고유의 자원과 네트워크를 활용해 지역 내에서 가치의 밀도를 높여 복제 불가능한 경쟁우위를 확보하며 , 마지막 Scale Up 단계에서는 로컬에서 검증된 모델을 바탕으로 정체성을 유지하며 전국 혹은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해 나간다.
결국 로컬경제학과 로컬경영학의 결합은 단순히 규모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지역 자산의 가치를 심화하는 전략으로 수렴된다. 로컬 브랜드가 동네를 떠나지 않고도 지역 커뮤니티 및 메이커스페이스와 연계하여 더 깊은 경쟁력을 확보하는 과정은 로컬경제 생태계를 더욱 단단하게 만든다. 이러한 학문적 체계화는 소멸 위기의 지역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창의적 인재들이 ‘어디서 무엇을 만들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스스로 찾게 하는 이 시대의 필수적인 과업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