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의 언어, 현장의 언어

by 골목길 경제학자

정책의 언어, 현장의 언어


2022년 이후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다양한 로컬 사업을 추진해왔다. 사업명은 제각각이지만 목표는 같다. 지역 단위 로컬 브랜드 생태계 구축이다. 지역 기반 리테일 브랜드가 성공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고, 이를 통해 강화된 로컬 브랜드들이 특정 지역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볼거리·살거리·먹거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정부가 현장과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설계한 사업이다.


그런데 정책 현장으로 가면 언어가 바뀐다. 로컬 브랜드는 상권 브랜드가 되고, 로컬 콘텐츠는 행사가 된다. 로컬 브랜드 육성 사업이 장소 브랜딩과 이벤트 사업으로 수렴하는 것이다. 생태계, 브랜드, 크리에이터, 커뮤니티. 이 단어들은 현장에서 간판, 축제, 공간 리모델링으로 번역된다. 정작 생태계를 바꿀 수 있는 기존 상인의 브랜드화, 외부 브랜드 유치, 신규 브랜드 창업 지원은 찾기 어렵다. 로컬 브랜드를 창출하는 생태계 사업이 로컬을 브랜딩하는 마케팅 사업으로 변질된다.


왜 그럴까. 브랜드 보육은 실행하기도 어렵고, 성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반면 행사는 참가자 수로, 장소 브랜딩은 인지도 조사로 보고할 수 있다. 현장은 실행과 측정이 쉬운 언어만 말하는 걸까?


현 정부가 강조하는 사회연대경제, 즉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순환경제, 임팩트 투자 방식이 지역에 절실한 로컬 브랜드를 창출할 수 있을까? 이번에도 정책의 언어와 현장의 언어가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두 언어의 간극을 줄이는 것이 지금 로컬 정책의 선결 과제다. 브랜드 보육을 독립 사업으로 분리하고, 평가 기준을 단기 성과에서 브랜드 전환율, 브랜드 진입율, 브랜드 창업율로 바꿔야 한다. 현장의 언어를 바꾸지 않으면 정책의 언어는 현장에 닿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