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택동을 구리의 다운타운으로

by 골목길 경제학자

수택동을 구리의 다운타운으로


지난 금요일, 가깝지만 멀게 느껴지는 구리시 구리역 주변 상권을 방문했다. 구리역 주변에는 세 개의 상권이 들어서 있다. 구리전통시장(곱창&포차거리), 수리단길, 구리역골목형상점가다. 전반적인 인상은 예상을 넘었다. 일부 쇠락한 구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보면 경기도에서 보기 힘든 풍경이다. 상권과 오피스, 주택이 보행 거리 안에 밀집해 있고, 이미 두 개 철도 노선이 교차하는 구리역을 중심으로 형성된 컴팩트하고 활력 있는 도시다. 특히 구도심과 신도심이 분리되지 않고 하나의 보행권 안에 통합돼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서울의 주요 상권과 비교해도 규모나 활력면에서 뒤지지 않는다.



그런데 한 가지가 아쉬웠다. 이 잠재력에 비해 너무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인스타그램 해시태그로 보면 현실이 드러난다. 서울과 지역의 유명 거점 상권은 해시태그 누적 수가 최소 100만 개를 넘는다. 반면 #수택동은 5.1만, #수리단길은 1.1만, #구리전통시장은 0.5만에 불과하다. 잠재력과 인지도 사이의 격차가 극명하다. 그런데 이 숫자에서 주목할 점이 하나 있다. #수택동이 개별 상권 해시태그보다 압도적으로 많다는 사실이다. 사람들은 수리단길이나 구리전통시장보다 수택동이라는 지명으로 이 일대를 더 많이 기억한다. 시장은 이미 수택동을 하나의 브랜드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전략으로 전환하는 주체가 없다.


문제는 파편화다. 구리전통시장, 수리단길, 구리역골목형상점가는 각각 다른 법적 지위와 지원 체계 아래 따로 관리된다. 통합된 서사가 없으니 방문객의 동선도 끊긴다. 수리단길만 갔다가 돌아가거나, 구리전통시장만 들렀다가 떠난다. 브랜드가 축적되지 않는다.


해법은 상권활성화? 3개 상권을 따로따로 지원하는 상권활성화 사업으로는 부족하다. 원도심 전체를 타깃하는 새로운 도시재생 모델이 필요하다. 수택동을 구리시의 다운타운으로 공식 포지셔닝하고, 수택동을 도시계획 차원에서 재생하는 로컬형 다운타운 프로젝트다. 상권활성화와 마찬가지로, 본 사업을 진행하기 전에 주민과 함께 현재 상황을 로컬 관점에서 조사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로컬 브랜딩 사업을 제안한다. 수택동 로컬 브랜드 생태계 구축을 위한 로컬 브랜딩 6대 전략은 이렇게 구성될 수 있다.


첫째, 로컬 컨셉이다. 수택동을 구리의 다운타운으로 선언한다. 구리전통시장은 '구리시장'으로 리네이밍해 브랜드를 단순화한다. 더 과감하게 추진하려면 구리역을 수택역으로 개명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¹ 도시 경쟁력은 동네에서 나온다. 구리가 수택동을 기반으로 브랜드가 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이다. 수택동 로컬 매거진을 운영해 브랜드 서사를 지속적으로 생산한다.


둘째, 건축환경이다. 수택역에서 수택동 주요 상권으로 이어지는 두 개의 메인 보행 동선을 개발한다. 1 동선은 구리역에서 수리단길, 구리시장, 골목형상점가 순이고, 2 동선은 구리역에서 구리시장, 골목형상점가, 수리단길 순이다. 동선이 끊기는 구간에는 브리지나 아케이드 같은 연결 구조물을 건축하고, 전 구간 보행환경을 개선한다.


셋째, 로컬 콘텐츠와 브랜드다. 수택동 내 점포를 대상으로 로컬 콘텐츠·브랜드 인벤토리를 구축하고, 사업화 가능한 점포를 선정해 지원한다. 핵심은 점포 단위 접근이다. 외관은 개성과 감성이 있는 거리로 조성하되, 콘텐츠는 건축, 디자인, 메뉴, 상품으로 각 점포 안에서 구현한다.


넷째, 커뮤니티다. 수택동 통합 상인회와 주민회를 결성한다. 수택동 주민 고유의 문화를 발굴해 사업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축제를 개발해 정례화한다.


다섯째, 앵커스토어다. 특화거리는 더 이상 효과적인 앵커가 아니다. 건축물이 앵커다. 스타벅스 경동시장점, 스타벅스 광장시장점처럼 헤리티지가 있는 유휴 공간에 집객력 있는 브랜드를 유치한다. 헤리티지 건물을 발굴해 공공 또는 민관 협력 복합문화공간으로 전환하고, 대형 상가에는 광주 시너지타워나 연희동 연희정음 같은 책임임대차 모델을 도입한다. 수택동에 문화시설을 유치해 앵커화하는 것도 병행한다.


여섯째, 플랫폼 연계다. 수택동 상인들의 인스타그램 운용 현황을 파악하고 운용을 지원한다. #수택동이라는 이미 살아있는 해시태그를 공식 브랜드 캠페인으로 연결한다.


#수택동 5.1만은 누군가 기획해서 만들어진 숫자가 아니다.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붙인 이름이다. 이 숫자가 개별 점포가 만들어 낸 해시태그의 총합에 가깝다는 사실도 유념해야 한다. 도시 브랜딩에서 이런 자생적 인지는 가장 비싸고 가장 만들기 어려운 자산이다. 구리시는 이미 그것을 갖고 있다. 남은 것은 그것을 전략으로 전환하는 일이다. 수택동을 상권이 아닌 다운타운으로 보는 순간, 해야 할 일의 스케일이 달라진다.


¹ 구리역은 현재 인창동에 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