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권과 생활권을 넘어 원도심으로

로컬 브랜딩 사용법

by 골목길 경제학자

상권과 생활권을 넘어 원도심으로

로컬 브랜딩 사용법


로컬 브랜딩은 일반적으로 소지역 지역활성화 전략으로 이해된다. 중소벤처기업부와 행안부는 각각 로컬 브랜딩 개념을 적용한 '로컬브랜드 창출 사업'(2023~2025년)과 '생활권 단위 로컬브랜딩 활성화 사업'(2023~2025년)을 추진했다. 두 사업 모두 상권 또는 생활권이라는 소지역을 단위로 삼는다.


그러나 로컬 브랜딩은 소지역에만 적용되는 전략이 아니다. 지역의 고유 자산과 정체성을 기반으로 브랜드를 구축하는 로컬 브랜딩이 진짜 필요한 곳은 지방 도시의 원도심이다. 쇠퇴한 원도심을 되살리려면 상권 하나, 생활권 하나를 지원하는 수준을 넘어 원도심 전체를 하나의 브랜드로 포지셔닝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이 칼럼은 로컬 브랜딩을 통해 원도심 전체를 재생하는 모델을 제안한다.


원도심 재생 모델, 지구단위계획

원도심 쇠퇴는 전국 어디서나 진행 중이다. 신도심 개발로 인구가 빠져나가고, 공공기관과 대형 상업시설이 이전하고, 임대 공실이 늘어나면서 원도심의 활력은 떨어진다. 이에 대응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전통적 재생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개별 상권과 생활권을 지원하는 소지역 활성화 사업, 그리고 원도심 전체를 도시계획 차원에서 관리하는 지구단위계획이다.


도입부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소지역 활성화 사업은 규모의 한계가 있다. 자원이 특정 구역에 집중되고 그 경계 바깥은 방치된다. 여러 상권이 보행 거리 안에 연결되어 하나의 생활권을 이루는 원도심 전체를 커버하지 못한다. 파편화된 지원으로는 원도심 전체의 정체성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많은 도시들이 지구단위계획을 원도심 재생의 상위 틀로 삼는다. 국토계획법에 근거한 지구단위계획은 특정 구역의 토지이용, 건축물 용도, 높이, 가로환경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도시계획 수단이다. 상업지역이 포함된 원도심에는 얼마든지 지정할 수 있고, 기존 계획을 확장하거나 변경하는 방식으로 범위를 조정할 수 있다. 원도심 전체를 하나의 계획 단위로 묶을 수 있다는 점에서 상권활성화 사업보다 스케일이 크다.


지구단위계획 기반의 원도심 재생 모델은 공간 관리에 강점이 있다. 용도지역 관리, 건축물 높이 제한, 보행환경 정비, 역사문화자산 보호 같은 규제적 수단을 통해 원도심의 물리적 환경을 유지하고 개선한다. 그 위에 도시재생활성화사업, 공간혁신구역, 자율상권구역 같은 개별 사업들을 배치해 기능을 보완한다.


그러나 이 모델에는 결정적으로 빠진 것이 있다. 원도심을 무엇으로 만들 것인가라는 질문, 즉 브랜딩 목표가 없다.


청주시 모델

충북 청주시는 이 방식을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청주의 원도심은 성안동, 중앙동, 탑대성동 3개 행정동으로 이루어진다. 청주시는 기존에 지정되어 있던 청주읍성 지구단위계획(611,000㎡)을 성안동·중앙동 전역으로 확장하는 원도심 지구단위계획 신설을 추진했고, 2023년 수립 용역에 착수했다. 이 지구단위계획구역을 공간적 범위로 삼아 원도심 전체를 하나의 계획 단위로 묶으려 했다는 점에서 스케일의 전환을 시도한 것이다.


이 틀 위에 여러 개별 사업이 중첩 배치되었다. 도시재생활성화지역이 4개소 지정되었다. 성안동과 중앙동은 중심시가지형, 성안동 서문구역은 일반근린형, 탑대성동은 주거지지원형이다. 중앙동에는 용도·용적률 제한을 벗어난 융복합 개발을 허용하는 공간혁신구역 선도사업 지정이 추진 중이다. 성안길 일대에는 지역상권법에 근거한 자율상권구역 지정이 진행 중이고, 남주·남문 지역에는 빈집특례법 기반의 소규모주택정비 관리지역이 지정되었다.


그리고 성안동 도시재생사업이 있다. 세 차례의 국비 공모 끝에 2026년 선정된 이 사업은 역사문화자원을 활용한 문화·소비 기반 구축과 상권 활성화를 핵심으로 한다. '성안 라키비움' 조성, 철당간 야외갤러리, 주차타워 건립 같은 하드웨어와 '월간 성안 큐레이션', 역사문화 관광콘텐츠 개발 같은 소프트웨어를 병행한다. 성안동은 원도심 지구단위계획 구역의 일부이며, 이번 도시재생사업은 그 구역 안에서 추진되는 개별 사업 중 하나다.


청주 모델의 강점은 원도심을 하나의 공간 단위로 다루려 했다는 데 있다. 지구단위계획이라는 상위 틀이 있고, 그 아래 동별로 사업이 배치된다. 그러나 이 사업들을 하나로 묶는 브랜딩 논리가 없다. 지구단위계획은 용도와 건축을 관리하지만 원도심의 정체성을 만들지는 않는다. 국토계획법, 도시재생특별법, 지역상권법, 빈집특례법이 동시에 원도심에 중첩 적용되지만, 각 사업은 다른 법적 근거, 다른 주관 부처, 다른 예산 경로로 움직인다. 원도심 전체를 하나의 브랜드로 경험하게 하는 서사가 없다.


청주시 원도심 활성화 보고서는 스스로 이 문제를 인정한다. "다양한 원도심 관련 사업 및 정책들이 추진되고 있으나 전체적 방향성 및 통합적 관리 효과는 미흡한 상황"이라고 명시한다. 문제 진단은 정확하다. 해법이 빠져 있다.


새로운 접근, 로컬 브랜딩 모델

로컬형 원도심 도시재생의 출발점은 선언이다. 이 원도심을 무엇으로 포지셔닝할 것인가를 먼저 결정한다. 지구단위계획형이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를 먼저 묻는다면, 로컬형은 "이 원도심을 어떤 도시로 만들 것인가"를 먼저 묻는다. 목표가 다르고, 목표가 다르니 전략의 구조가 달라진다.


목표는 로컬 브랜드 생태계 구축이다. 로컬 브랜드 생태계란 지역 고유의 콘텐츠를 생산하는 크리에이터와 소상공인이 집적하고, 이들이 만들어낸 브랜드가 지역의 정체성을 형성하며, 그 정체성이 다시 새로운 창업자와 방문객을 끌어들이는 자생적 순환 구조를 말한다. 이 생태계가 형성된 골목상권이 로컬 상권이고, 로컬 상권이 원도심의 핵심이 되는 것이 로컬형 도시재생의 도달점이다.


이 목표를 구현하는 전략은 여섯 가지 축으로 구성된다. 구리시 원도심 수택동을 가상의 사례로 이를 설명한다. 구리시가 실제로 수택동 로컬 브랜딩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다. 수택동 로컬 브랜딩을 제안한 필자가 로컬 브랜딩 전략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선정한 가상의 대상지다.


첫째는 로컬 컨셉이다. 원도심을 무엇으로 부를 것인가를 결정하는 일이다. 단순한 슬로건이 아니라 도시계획 차원의 포지셔닝 선언이다. 구리시 수택동을 "구리의 다운타운"으로 선언하는 것처럼, 원도심이 도시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를 공식화하는 것이 첫 번째 전략이다. 이 선언이 있어야 나머지 다섯 개 전략이 방향을 잡는다.


둘째는 건축 디자인이다. 로컬 브랜딩에서 보행 동선은 전략의 70%다. 원도심 안의 주요 상권과 거점을 연결하는 메인 보행 동선을 설계하고, 단절 구간에 연결 구조물을 만들며, 전 구간 보행환경을 개선한다. 건축 디자인의 목표는 방문객이 원도심을 하나의 공간으로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셋째는 콘텐츠와 브랜드다. 원도심 내 점포를 대상으로 로컬 콘텐츠 인벤토리를 구축하고, 사업화 가능한 점포를 선정해 집중 지원한다. 외관은 개성 있는 거리로 조성하되, 핵심 콘텐츠는 건축·디자인·메뉴·상품으로 각 점포 안에서 구현한다. 상권의 얼굴은 거리가 만들지만, 상권의 경쟁력은 점포가 만든다.


넷째는 거버넌스다. 원도심 단위의 통합 상인회와 주민회를 결성하고, 주민 고유의 문화를 발굴해 축제로 정례화한다. 거버넌스는 생태계의 한 구성 요소다. 조직을 만드는 것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 생태계가 자생하기 위한 운영 기반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다섯째는 앵커다. 특화거리는 더 이상 효과적인 앵커가 아니다. 건축물이 앵커다. 헤리티지가 있는 유휴 건축물에 집객력 있는 브랜드를 유치하고, 대형 상가에는 책임임대차 모델을 도입한다. 스타벅스 경동시장점처럼 낡은 공간과 강한 브랜드의 결합이 원도심의 앵커가 된다.


여섯째는 플랫폼 연계다. 원도심의 디지털 인지 현황을 파악하고, 이미 자생적으로 형성된 해시태그와 SNS 생태계를 공식 브랜드 캠페인으로 연결한다. 플랫폼 전략의 출발점은 관이 만드는 홍보가 아니라 사람들이 이미 쓰고 있는 언어다.


다음 표는 로컬 브랜딩 모델과 청주시 지구단위계획 사업을 목표와 6대 전략 축으로 비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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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두 모델의 차이와 결론

지구단위계획형 원도심 재생과 로컬 브랜딩형 원도심 재생의 차이는 목표에서 시작된다. 지구단위계획형의 목표는 공간 관리다. 용도를 통제하고 건축을 규제하고 보행환경을 정비한다. 이 목표 아래에서 도시재생사업, 공간혁신구역, 자율상권구역 같은 사업들이 병렬로 배치된다. 사업들 사이를 연결하는 논리는 지리적 중첩이다. 같은 구역 안에 있다는 것이 연결의 근거다.


로컬 브랜딩형의 목표는 생태계다. 로컬 컨셉 선언이 중심에 있고, 건축 디자인, 콘텐츠, 거버넌스, 앵커, 플랫폼이 그 선언을 구현하는 위계 구조로 배치된다. 사업들 사이를 연결하는 논리는 브랜딩이다. 원도심을 하나의 브랜드로 만들겠다는 목표가 각 전략을 묶는다.


두 모델은 대체 관계가 아니다. 지구단위계획은 로컬 브랜딩이 작동할 공간적 틀을 제공한다. 로컬 브랜딩은 지구단위계획이 채우지 못하는 목표와 서사를 제공한다. 문제는 지금까지 두 모델이 결합된 사례가 없다는 것이다.


결합 방식은 두 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지구단위계획을 보완하는 방식이다. 기존 지구단위계획 안에 로컬 브랜드 생태계 구축을 명시적 목표로 포함시키는 것이다. 지구단위계획은 현재 용도, 높이, 가로환경 같은 물리적 항목을 관리한다. 여기에 로컬 컨셉 선언, 콘텐츠 인벤토리 구축, 앵커 유치 방향, 플랫폼 연계 전략을 지구단위계획의 소프트웨어 항목으로 추가한다. 청주의 경우라면 원도심 지구단위계획이 "성안동을 청주의 로컬 브랜드 다운타운으로 육성한다"는 목표를 공식 문서에 담고, 6대 전략이 그 구현 수단으로 계획서에 들어가는 구조다. 지구단위계획의 법적 구속력과 로컬 브랜딩의 방향성이 결합되는 방식이다.


두 번째는 로컬 브랜딩 사업을 독립적으로 먼저 추진하는 방식이다. 중앙정부 공모나 대규모 예산 없이, 지자체와 지역 주체가 자체적으로 로컬 브랜딩 예비 사업을 실시하는 것이다. 로컬 컨셉을 선언하고, 점포 콘텐츠 인벤토리를 구축하고, 보행 동선을 설계하고, 해시태그 현황을 파악하는 일은 대규모 국비 없이도 시작할 수 있다. 이 예비 사업의 결과물은 이후 지구단위계획 변경의 방향을 잡고, 소지역 단위 도시재생사업의 콘텐츠를 설계하고, 상권활성화 사업의 지원 대상을 선정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사업이 전략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전략이 사업을 선택하는 순서를 만드는 것이다. 청주 성안동이 세 번의 공모 탈락을 겪는 동안 로컬 브랜딩 예비 사업이 있었다면, 네 번째 공모의 내용은 달라졌을 것이다.


두 방식은 배타적이지 않다. 예비 사업으로 로컬 브랜딩을 먼저 실시하고, 그 결과를 지구단위계획 개정에 반영하는 순서로 결합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순서다. 지금까지 한국의 원도심 재생은 제도를 먼저 만들고 목표를 나중에 채우는 방식으로 작동했다. 로컬 브랜딩은 그 순서를 뒤집는다. 목표를 먼저 선언하고, 제도는 그 목표를 구현하는 도구로 선택된다.


원도심을 상권의 집합이 아닌 하나의 다운타운으로 보는 순간, 지구단위계획도 로컬 브랜딩도 구체적인 대안을 창출하기 시작한다.



참고문헌

홍병곤·박소연·김완용·이민이 (2024). 청주시 원도심 활성화 전략에 관한 연구. 도시재생정책연구 5. 청주시도시재생지원센터.

모종린 (2026. 3. 29). 수택동을 구리의 다운타운으로. 골목길 경제학자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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