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권관리, 상권활성화, 상권생태계

— 상권 정책은 왜 반복해서 실패하는가

by 골목길 경제학자

상권관리, 상권활성화, 상권생태계

— 상권 정책은 왜 반복해서 실패하는가


상권 정책은 반복해서 실패한다. 전통시장, 골목상권, 상점가를 가리지 않는다. 일시적으로 주목받는 곳은 있어도, 성과는 축적되지 않는다. 문제는 개별 사업의 완성도가 아니라 구조에 있다. 상권을 생활권과 분리해 다뤄왔고, 관리와 투자를 구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권의 본질은 점포 집적이 아니라 생활권이다. 사람들의 동선은 상권 안에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주거, 교통, 일터, 생활 서비스가 결합된 생활권 전체에서 만들어진다. 상권은 그 위에 형성된다. 따라서 점포 밀집 구역만을 대상으로 하는 활성화 사업으로는 상권의 잠재력을 끌어올릴 수 없다. 상권을 살리겠다고 하면서, 정작 상권을 떠받치는 생활 조건에는 개입하지 않는 구조다.


두 번째 문제는 관리와 투자의 혼선이다. 상권 정책은 크게 두 가지다. 질서를 유지하는 관리와 경쟁력을 만드는 투자다. 그러나 그동안의 정책은 이 둘을 구분하지 않았다. 관리 예산은 이벤트와 시설 개선으로 쓰였고, 투자 사업은 생활권 전체가 아니라 특정 구역에 국한됐다. 그 결과 지원이 끝나면 상권도 함께 멈춘다. 관리 주체는 남지 않고, 투자 효과는 확산되지 않는다.


이제 상권 정책은 세 가지로 나뉘어야 한다. 상권관리, 상권활성화, 상권생태계다. 그리고 이 세 영역은 각각 다른 단위, 다른 재원, 다른 주체로 설계되어야 한다.


먼저 상권관리는 거버넌스다. 안전, 청결, 경관, 업종 구성, 임대료, 상인 간 협력과 같은 문제를 다루는 운영의 영역이다. 이는 일회성 사업이 아니라 지속적인 시스템이다. 따라서 관리의 사업 단위는 상권이며, 지원 단위는 읍면동이 적절하다. 생활과 밀착된 단위에서 지속적으로 운영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둘째, 상권활성화는 투자다. 개별 점포 지원이 아니라, 흐름을 바꾸는 거점 형성이 핵심이다. 따라서 활성화의 사업 단위는 상권이 아니라 생활권 거점으로 설정해야 한다. 특정 골목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생활권 안에서 사람과 자본이 집중되는 거점을 만드는 작업이다. 이 투자는 시군구 단위에서 기획되고 집행되어야 하며, 재원 역시 공공과 민간이 함께 참여하는 민관협력 구조가 적절하다. 공공은 입지와 기반을 만들고 초기 자금을 설계한다. 민간은 투자하고, 콘텐츠를 채우며, 운영을 책임진다.


셋째, 상권생태계는 축적이다. 좋은 상권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쌓인다. 그 기반은 건축환경과 공동작업문화에 있다. 저층 건축과 보행 환경, 유연한 공간 구조는 창업과 실험을 가능하게 하고, 공방과 스튜디오, 협업 공간은 상권을 소비 공간에서 생산 공간으로 전환시킨다. 이러한 생태계는 단기간에 조성될 수 없으며, 시간과 공간의 축적이 필요하다. 따라서 사업 단위는 원도심과 같은 특정 지역으로 한정하고, 지원은 시군구 단위에서 장기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정리하면 이렇다.
관리는 상권 단위에서, 활성화는 생활권 거점 단위에서, 생태계는 원도심 단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지원 단위는 각각 읍면동과 시군구로 나뉘어야 한다. 관리와 생태계는 공공이 책임지고, 활성화는 민관이 함께 투자하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상권 정책의 실패는 지원의 부족이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사업 단위와 지원 단위를 구분하고, 관리와 투자, 축적의 기능을 분리하는 것. 상권 정책은 이 지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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