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는 왜 신도시가 없을까

by 골목길 경제학자

부산에는 왜 신도시가 없을까


신도시 라이프스타일은 오랜 관심사다. 계획된 도시가 시간이 흐르며 어떻게 고유의 결을 가진 '동네'로 성숙해가는지를 관찰하는 것은 늘 흥미로운 작업이다. 신도시는 처음에는 규격화된 아파트와 프랜차이즈 상가의 집합체로 시작하지만, 10년, 20년이 지나면 그 안에서 예상치 못한 문화가 자라난다. 한국처럼 신도시가 많은 나라에서 이 질문은 단순한 관찰을 넘어 도시 정책의 문제다. 기존 신도시의 경험을 통해 미래 신도시를 더 동네적으로, 더 문화친화적으로 설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 말하는 신도시는 수도권 기준의 신도시다. 즉, 거대 도시의 주거 과부하를 해소하기 위해 행정 경계 바깥에 건설되고 광역교통으로 연결되는 대규모 계획 주거지를 뜻한다. 분당, 일산, 판교, 동탄이 그 전형이다. 도시 내부의 재개발 신시가지나 택지지구는 분석 대상이 아니다. 이 기준으로 보면 부산 안에 있는 화명신시가지, 해운대신시가지, 센텀시티, 마린시티 등은 엄밀한 의미의 신도시라기보다 기존 도심의 확장이다. 이 글은 이 구분을 전제로 한다.


그동안 수도권 신도시에서 주목해 온 가능성들이 있다. 보행과 상업이 결합된 공간으로는 광교 앨리웨이, 동탄 레이크코모, 파주 운정 스타필드 빌리지가 있다. 문화와 예술이 자생적으로 형성된 사례로는 파주 출판도시와 헤이리 예술마을이 대표적이다. 인천 송도 대학로는 대학과 도시가 결합된 메인 스트리트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노후 신도시의 새로운 활력이라는 측면에서는 일산 밤가시마을, 분당 정자동 느티로와 카페거리, 서판교가 흥미롭다. 규격화된 아파트 숲 사이에서도 독특한 브랜딩과 걷는 즐거움, 실험적인 상권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이 사례들이 보여준다.


다음은 부산 차례였다.

부산은 지형적 특성 때문인지 수도권과는 다른 신도시의 문법이 작동하고 있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4월 말 부산 방문을 앞두고, 강서 명지국제신도시, 기장 일광신도시, 기장 정관신도시를 후보지로 리스트업했다. 부산에 대한 사전 지식이 부족한 탓에, 이 글에서 정의한 수도권 기준의 신도시가 아니라 '부산 내부의 신도시'를 신도시로 오인한 채 질문을 올린 것이었다. "부산의 신도시 중 독특한 개성을 가진 거리나 자생적인 상권이 형성되고 있는 곳이 어디인가?" 돌아온 댓글들이 예상 밖이었다(https://www.threads.com/@lifestyle.city).


일부 댓글이 양산 물금신도시, 김해 장유·율하·웅상을 기준에 맞는 신도시로 추천했다. 이 지역들은 부산으로 통근하는 사람들의 주거지로 기능한다는 점에서, 수도권의 경기도 신도시 논리에 가장 근접한 사례다. 하지만 대부분의 댓글은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 부산 내부든 외곽이든 관계없이, 부산권의 신도시 상황이 왜 수도권과 근본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는지를 분석했다. 그 댓글들을 정리하면 부산의 도시 구조를 설명하는 이유들이 된다.


지형이 신도시를 허락하지 않는다.

가장 간결한 설명이 이것이었다. "부산은 평지나 완만한 산지가 별로 없어서 신시가지 짓고 싶어도 못 짓는다." 부산의 도심은 산과 바다 사이에 끼어 있다. 부산이라는 이름 자체가 가마솥을 닮은 산에서 유래했을 만큼, 도심 안에 산이 많다. 낙동강 하구 서쪽의 좁은 평지에 명지·에코델타시티 개발이 가능했고, 기장군을 편입해 정관·일광을 조성했다. 이것이 부산이 확보할 수 있는 거의 전부다. 수도권처럼 사방으로 수십 킬로미터를 밀어붙일 수 있는 배후지가 부산에는 없다. 이 제약이 부산을 다른 방향으로 성장하게 만들었다. 기존 시가지의 밀도를 높이거나, 해안선을 따라 이동하거나, 인접 시군을 편입하는 방식이다. 화명신시가지와 해운대신시가지가 "부산판 1기 신도시"로 불리는 것은 이 맥락에서다. 독립적 신도시가 아니라 기존 도심과 연결된 신시가지다. 댓글에서 "신도시가 아니라 신시가지 개념이 맞다"는 교정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부산 광역권은 단방향 통근 구조가 아니다.

수도권 신도시의 논리는 단순하다. 서울에 직장이 있고, 서울 주거가 부족하니, 경기도에 신도시를 짓고 광역교통으로 연결한다. 그런데 부산 광역권에서는 이 공식이 작동하지 않는다. "김해와 양산조차 자족 기능이 강해서 부산으로 통근하는 인원은 각 지역의 10%대밖에 안 된다." 더 날카로운 지적도 있었다. "차량 통근은 서울과 달리 막히는 순서가 역방향이다. 부산에서 나가는 방향이 먼저 막힌다." 1990년대 이후 부산의 공장들이 대거 김해와 양산으로 이전하면서, 부산 사람들이 일자리를 따라 인근 도시로 출근하는 구조가 형성됐다. 부산은 문화와 서비스의 중심이지만 제조업 고용의 중심은 이미 아니다. 결과적으로 서울처럼 강력한 일방향 통근 축이 존재하지 않는다. 김해와 양산은 부산의 위성도시가 아니라 상호 통근이 이루어지는 자족 도시다. 흥미로운 역설도 있다. 정관신도시는 울산 출퇴근자들이, 명지는 창원·진해 출퇴근자들이 상당수 채운다. 부산의 신도시가 부산으로 출근하는 사람이 아니라 인근 다른 도시로 출근하는 사람들의 주거지가 된 것이다.


신도시를 채울 인구 자체가 줄고 있다.

신도시는 수요의 문제다. 많은 사람이 일하는 곳이 있고, 그들을 수용할 주거지가 부족할 때 신도시가 만들어진다. 부산은 이 두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1992년 약 389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부산 인구는 2024년 말 기준 333만 명 수준으로 줄었다. 30여 년 사이에 56만 명이 빠져나간 셈이다. 새로운 주거 공급의 필요가 적을 뿐 아니라, 기존 신도시들도 인구를 서로 빼앗는 처지다. "에코는 명지 인구를 흡수하고, 일광은 정관 인구를 가져가는 식"이라는 진단이 이를 압축한다. 신도시 간 인구 돌려막기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광역시 제도가 경계를 넓혔지만, 신도시 조건을 만들지는 못했다.

부산이 수도권과 다른 방식으로 성장한 데는 광역시 제도를 통한 행정구역 편입의 역사가 중요한 배경으로 작용한다. 먼저 부산광역시가 얼마나 넓은지부터 확인할 필요가 있다. 많은 사람이 부산을 해운대와 서면과 남포동으로 이루어진 항구도시로 떠올린다. 부산광역시는 서쪽으로 김해시·창원시 진해구, 북쪽으로 양산시, 동북쪽으로 울산광역시 울주군과 경계를 접하고 있다. 부산이 울산과 직접 맞닿아 있다는 사실은 많은 사람이 모른다. 부산 시내에서 울산은 다른 도시로 가는 먼 길처럼 느껴지지만, 부산광역시의 동북단 기장군은 울산광역시와 행정 경계를 공유한다. 부산은 단순한 항구도시가 아니라, 울산에서 진해까지 이어지는 남해안 광역권의 상당 부분을 행정적으로 포괄하는 광역시다.


이 넓은 면적의 절반 이상은 역사적으로 부산이 아니었던 땅이다. 강서구 면적은 부산 전체의 24%, 기장군은 28%에 달한다. 두 지역만으로 부산 전체 면적의 절반을 넘는다. 강서구의 대부분은 김해군이었고, 기장군은 1995년까지 양산군 소속이었다. 이 지역들이 부산에 편입된 것은 광역시 제도라는 행정적 논리에 따른 것이었다. 그리고 편입된 땅 대부분이 그린벨트로 묶여 있다.


경계는 넓어졌지만 개발 가능한 땅은 여전히 좁았다.

수도권과의 결정적 차이가 여기서 드러난다. 수도권은 서울 바깥, 경기도 땅 위에 신도시를 건설하고 광역교통으로 연결했다. 부산은 농어촌 지역을 광역시 경계 안으로 편입한 뒤 그 땅에 신도시를 조성하는 방식을 택했다. 경계 밖에 신도시를 두는 것이 아니라, 경계를 확장해 내부에 신도시를 만드는 방식이었다. 정관과 일광은 양산군이었던 땅에, 명지는 김해군이었던 땅에 세워진 신도시다. 이 점에서 부산의 신도시는 엄연히 존재한다. 그러나 편입의 논리와 신도시의 논리가 일치하지는 않았다. 편입된 지역들은 도심과의 거리, 산악 지형, 인접 도시와의 생활권 중첩으로 인해 순수한 부산 통근 수요만으로는 채워지지 않았다. 부산이 경계를 넓혀 만든 신도시가, 부산이 아닌 다른 도시를 위한 베드타운 역할도 함께 하게 된 것이다.


부산의 신도시는 존재한다. 다만 다른 형태로.

결국 부산의 신도시는 수도권처럼 단일 도시의 주거 과부하를 해소하기 위한 위성 주거지가 아니라, 복수의 도시 사이에서 다목적으로 기능하는 주거 거점이다. 수도권 신도시와 같은 이름을 쓰지만 그 성격은 다르다. 부산 도심의 주거 압력이 낮고, 인구는 감소하고 있으며, 인접 도시들은 자족적이다. 이 조건 위에서 만들어진 부산의 신도시는 처음부터 단일한 수요가 아닌 복합적 수요를 위해 기능할 수밖에 없었다.


그 다른 성격 안에서 어떤 라이프스타일이 자라나고 있는가. 계획된 격자 위에서 예상치 못한 문화가 싹트고 있는 부산의 신도시 동네가 어디인가. 그것을 확인하러 부산에 가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샌프란시스코를 걷다, 경제를 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