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골목길 경제학자 Oct 11. 2021

하이퍼로컬의 다음 과제

최근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비대면 소통에 익숙한 MZ세대의 부상 등 사회문화적 배경으로 인해 우리가 사는 동네가 삶의 중심으로 진입했다. 새로운 비즈니스의 중심지로 부상한 동네 경제, 동네 가게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하이퍼로컬 서비스는 지역 소상공인과 소비자에게 어떤 기회를 제공할 것인가? 동네 경제의 미래는 어디로 향하는가, 과연 동네 경제는 하이퍼로컬 비즈니스를 동력으로 전국으로 진출할 수 있는 로컬 브랜드를 배출할 수 있을 것인가?


이 글은 한국의 대표적인 소상공인 플랫폼인 네이버의 하이퍼로컬 비즈니스를 리뷰하고, 네이버가 새롭게 재편되는 동네 시장에서 어떻게 하이퍼로컬 비즈니스를 정의하고 확대해야 하는지를 논의한다. 이 글에서 제안하는 대안은 두 가지다. 읍면동 단위의 하이퍼로컬 시장과 로컬 브랜드 양성 지원이다. 네이버 서비스의 지역 단위를 실질적인 생활권인 읍면동 단위로 낮추고, 이에 최적화된 서비스와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 동시에, 로컬 브랜드 발굴과 육성을 통해 하이퍼로컬 비즈니스의 인풋 자원인 로컬 브랜드의 기반을 확충해야 한다. 현재 수준의 로컬 브랜드와 콘텐츠로는 하이퍼로컬 시장의 잠재력을 충분히 실현하기 어렵다.


네이버 사업 모델의 개관

네이버 사업 모델은 기업과 개인을 위한 IT 설루션, 온라인 비즈니스, 광고 플랫폼이다. 자체 온라인 비즈니스 인프라를 구축하기 어려운 다수의 SME가 네이버 서비스에 의존하고 있으며, SME에서 발생하는 광고와 수수료 수입은 네이버의 중요한 수입원이다. 네이버는 앞으로 계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SME 시장을 위해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한다. 소상공인 이커머스 중개뿐만 아니라 예약, 광고, 교육, 페이, 경영 분석 등 소상공인이 장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다양한 온라인 비즈니스 서비스를 제공한다. 앞으로 초기 스토어 구축부터 고객 관리, 정산 및 금융, 데이터 분석 등 전방위적 툴로 확대할 계획이다


네이버는 또한 소상공인을 위한 교육, 컨설팅, 자금을 제공한다. 2017년 소상공인을 위한 오프라인 교육기관인 '파트너스퀘어'를 전국 6개 지역에 설립했다. 2021년 9월에는 디지털 비즈니스 교육 커리큘럼과 컨설팅을 제공하는 ‘네이버 비즈니스 스쿨’로 서비스를 확장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로 오프라인 교육이 어려워지자 기존 파트너스퀘어의 인기 강의를 온라인으로 제공한다. 플랫폼을 직접 개발, 운영하는 네이버 직원이 교육에 참여해, 소상공인에 전문적인 교육을 지원한다.


하이퍼로컬 서비스

최근 부상한 SME 시장이 하이퍼로컬 서비스다. 생활권 단위의 로컬 시장에서 주민과 기업, 기업과 기업, 주민과 주민을 연결하는 서비스로서 작은 도시화와 라이프스타일 변화와 맞물려 급속히 성장하는 시장이다. 하이퍼로컬의 임팩트는 개인 기업과 소비자에게 한정되지 않는다. 동네 시장을 하나로 묶고 동네 시장에서 활동하는 소상공인을 집단화한다. 하이퍼로컬이 연결하는 소상공인은 동네 시장을 매개로 서로 지원하고 의존하는 기업군으로 기능한다.


핵심 고객층인 SME의 중심 시장이 지역과 동네이기 때문에 네이버도 지역 시장과 SME를 연결하는 하이퍼 로컬 서비스로 소상공인 비즈니스를 지원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대표적인 서비스가 ‘스마트플레이스’다. 스마트플레이스는 이용자가 식당, 미용실 등 오프라인 가게의 정보를 쉽게 검색하고 오프라인 소상공인이 네이버 서비스를 통해 노출되는 업체 정보를 직접 관리할 수 있는 무료 플랫폼이다. 소상공인 기업은 스마트플레이스를 통해 소식, 메뉴, 사진, 주소 등 상세 정보를 제공해 이용자와의 디지털 연결을 강화할 수 있으며, 스마트콜(AI콜 출시 예정), 톡톡(고객 채팅), 예약, 스마트 주문 등 매장의 운영하는데 도움을 주는 스마트 도구를 쓸 수 있다. 2020년 11월 기준 네이버 지도 등 지역 정보 서비스에 등록된 전체 업체 수는 310만 개이고, 스마트플레이스 운영 업체 수는 약 180만 개다.


‘스마트어라운드’는 AI가 사용자의 위치에 맞춰 맛집, 카페, 쇼핑 점포를 추천해주는 서비스이다. 사용자가 검색하는 시점에 맞춰 실시간으로 주변의 정보를 알려주는 것이 강점이다. 스마트어라운드는 30, 40대의 이용 비율이 특히 높고, 평일보다는 주말의 이용률이 높다. 주말에 낯선 지역을 탐색하는 목적으로 스마트어라운드를 사용하는 것을 엿볼 수 있다.  


네이버 카페도 하이퍼로컬 모델로 재편된다. 2021년 4월 시, 군, 구 단위로 제공되던 네이버 카페 서비스에 동 단위로 세분화한 ‘이웃톡’ 서비스를 추가했다. 네이버 카페에서 같은 동네에 사는 이웃과 근처의 맛집 정보도 공유하고, ‘중고거래’ 서비스에서는 당근 마켓처럼 인근 지역의 중고물품 사고 판다.


 ‘동네시장 장보기’는 전통시장에서 판매하는 신선식품, 가공식품을 주문하면 2시간 내에 배달해주는, 전통시장 상인들과 온라인 쇼핑 이용자를 연결해주는 새로운 하이퍼로컬 서비스다. 소비자들은 대형마트에서는 신선식품, 생필품 위주로 구매하지만, 전통시장에서는 반찬, 축산, 가공식품을 주로 구매하는 한다. 코로나19로 전통시장을 찾는 소비자들이 줄었던 시기에 ‘동네시장 장보기’를 이용하는 고객이 늘었다. 2020년 상반기 매출은 전년 대비 12배 이상 상승했고, 주문수는 9배 이상 상승했다. ‘동네시장 장보기’를 이용하는 수유재래시장 위치한 한 반찬가게는 월 매출 가운데 온라인 매출 비율이 20%를 차지한다. 코로나 위기에서도 전통시장 소상공인들이 네이버의 기술 플랫폼을 활용해서 새로운 판로를 개척하고 있는 것이다.


네이버는 현재 다양한 사업으로 하이퍼로컬 서비스의 인풋을 제공하는 로컬 브랜드와 콘텐츠를 지원한다. 네이버 ‘우리 동네’ 페이지에 로컬 콘텐츠를 제공하는 개발자를 지원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최근에는 여행, 펀딩, 큐레이션을 통해 로컬 브랜드와 콘텐츠를 지원한다.


네이버 해피빈은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로컬기업과 지역민을 지원하기 위해 ‘슬기로운 공정여행’을 진행한다. 여수의 ‘여수부엌’, 순천의 ‘서당골’ 같이 로컬 푸드를 판매하는 지역의 식당, 여수의 ‘동박새투어’에서 제공하는 템플 스테이 여행 프로그램 등을 소개하고 네이버 예약을 하면 할인 혜택을 준다. 2,800명 이상이 참여한 해비빈 펀딩을 운영해 ‘오란다’, ‘목이버섯’, ‘동백기름’과 같이 지역에서 생산한 식품과 생활용품을 전국으로 판매한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수출이 어려워진 농수산물 생산자와 소상공인을 위해서 정부부처와 지자체와 협력하여 상생 기획전을 진행한다. 상생 기획전에는 강원도 봄나물, 전라도 전복과 같이 지역의 특산품 위주로 행사가 열리며, 이에 참여한 생산자는 2020년 상반기 거래액이 전년대비 57.9% 상승하는 등 매출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유통분야에서는 신세계와 협업한다. 지난 7월에는 ‘지역명물 챌린지’ 프로젝트를 열어, 네이버쇼핑 ‘푸드윈도’ 서비스를 통해 전국 지역 명물 맛집의 메뉴를 이마트 자체 브랜드 피코크의 밀키트로 개발해 판매한다. 앞으로 쇼핑라이브, 신선식품 장보기 서비스를 연계해 네이버의 이커머스의 장점과 신세계의 오프라인 유통 강점을 살린 시너지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네이버 로컬 브랜드와 상권 브랜드 지원 방향


(1) 로컬 브랜드 발굴의 체계화

로컬 브랜드와 일반 소상공인 브랜드를 차별화할 필요가 있다.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줄기를 뻗는 로컬 브랜드가 오프라인 상권의 근간임을 고려해 지역 경계를 넘나드는 소상공인 기업과는 다른 방식으로 지원해야 한다.


대기업이 발굴하려는 소상공인 브랜드는 경쟁 기업과 차별화하기 위해 사용하는 경영 기법, 즉 브랜딩으로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작은 기업이다. 로컬 브랜드는 이중 로컬 차별화를 브랜딩 방식으로 선택한 기업이다. 즉, 로컬 차별화로 전국적인 평판을 얻은 지역 기반 기업이 로컬 브랜드다. 


로컬 브랜드 판별 기준인 로컬 차별화 여부는 아래 기준을 만족하는지에 따라 평가할 수 있다:


로컬 브랜드 기업을 지역성과 창의성으로 다른 기업과 차별화하는 기업으로 정의한다면, 당신은 스스로를 로컬 브랜드 기업으로 인식하는가?

당신이 사업에 활용하는 지역 자원은 무엇인가? 자연환경, 특산물, 유휴공간/건물, 지역문화, 이야기 소재 등.

당신은 지역성을 기업 경영의 어느 부분에 반영하는가? 브랜드/브랜드 스토리, 상품개발, 마케팅, 건축/인테리어 등.


 

(2) 지역 상생 하이퍼로컬 정체성 확립

플랫폼 규제 분위기와 관련해 플랫폼의 하이퍼로컬 서비스의 정의와 정체성을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 단순 연결, 주문,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카오, 배민, 쿠팡은 하이퍼로컬로 분류하기 어렵다. 전국 단위 소상공인 플랫폼이 이들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이다. 하이퍼로컬이라면 연결과 배달을 넘어 동네 콘텐츠를 제공해야 하고, 이 기준으로 가장 완성도가 제일 높은 하이퍼로컬 서비스는 동네 생활 포털이다. 하이퍼로컬을 표방하는 국내 기업 중 당근마켓과 네이버 스마트플레이스, 스마트어라운드가 동네 생활 포털에 가장 근접하다.

 

(3) 읍면동 단위 로컬 브랜드와 콘텐츠 발굴과 지원

네이버가 제공하는 하이퍼로컬 비즈니스는 기본적으로 기존 로컬 브랜드를 콘텐츠를 취합하고 연결하는 방식이다. 하이퍼로컬 서비스를 통해 로컬 브랜드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하이퍼로컬 비즈니스 전 영역에서 지역 서비스 단위를 읍면동 단위로 낮추고 읍면동 단위 로컬 브랜드를 발굴하고 동시에 읍면동 상권의 브랜드화를 지원해야 한다.


로컬 비즈니스의 성장 단계를 초기 창업 단계, 중기 활성화 단계, 성장기 스케일 단계로 구분하면, 네이버가 집중해야 할 단계는 초기 창업과 창업 준비 단계다. 정부 지원이 사업 경험이나 성과를 보인 중기와 성장기 기업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소상공인 정책이 로컬 브랜드 육성으로 전환되면, 전국의 동네 단위 상권에 로컬 브랜드와 상권 브랜드를 지원하는 상설 ‘로컬 브랜드 지원 공간’이 운영될 것이다. 2021년 9월 서울시가 발표한 ‘로컬 브랜드 촉진 지구’와 ‘로컬 브랜드 강화 지구’가 사업자와 상권의 브랜드화를 동시에 지원하는 사업이다. 로컬 브랜드 지원 공간의 주요 기능은 1) 로컬 브랜드 개발/매니지먼트, 2) 로컬 브랜드 전시와 팝업 공간, 3) 상권 브랜드 홍보와 마케팅이 될 것이다.


정부 정책이 로컬 브랜드 중심으로 바뀌면, 로컬 브랜드 창업 인력과 로컬 브랜드 훈련 인력을 육성해야 한다. 네이버는 전문대학과 직업학교의 로컬 크리에이터 전공 신설, 대학교 동아리 활동 지원을 통해 전문 인력 양성에 기여할 수 있다. 로컬 크리에이터 교육 보급에서 가장 중요한 사업이 교과과정 개발이다. 현재 특강, 브레인스토밍 중심으로 운영되는 로컬 크리에이터 교육을 학문적 방법론, 사례 연구, 실전 훈련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네이버는 파트너스퀘어에서 온라인/오프라인 교육과정을 개발해 실험한 후, 전국의 교육기관과 창업지원기관에 보급함으로써 로컬 브랜드 인재 양성에 기여할 수 있다.  


한국에서 동네 생활 포털 구조를 갖춘 대표적인 기업이 네이버다. 네이버와 같은 플랫폼이 어떻게 소상공인 생태계를 구축하는지에 따라 한국 하이퍼로컬 비즈니스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도시와 상생하는 배달서비스의 디자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