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골목길 경제학자 Apr 21. 2022

5년 후 한국 소도시의 모습

다음 정부가 우선적으로 추진할 국정과제의 하나가 지역발전이다. 윤석열 당선인은 새 정부의 모토를 ‘지방시대’로 설정할 만큼 균형발전에 대해 강한 의지를 보인다. 이에 부응하여 메가시티, 공공기관 이전, 재정분권, 지역 특색을 활용한 지역산업 등 많은 전문가가 다양한 대안을 제시한다.  


하지만 지역발전은 쉬운 문제가 아니다. 노무현 정부 이후 모든 정부가 균형발전을 추진했지만 지역 상황은 악화되고 있다. 진정한 지역주도 균형발전의 시대는 리더십 의지와 더불어 발생의 전환을 요구한다. 돌이켜 보면 정부의 지역발전 정책은 항상 당위성에 호소했다. 일반 시민에게 지역발전이 성공하면 어떤 삶을 살 수 있는지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


지역발전이 만들 수 있는 지역의 소도시는 어떤 모습일까? 2016년 미국의 저명한 언론인 제임스 팰로스(James Fallows)는 미국 전역의 소도시를 돌며 지역 불균형에도 불구하고 사람을 모으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소도시의 비밀을 찾았다. 그가 발견한 성공한 소도시의 공통점은 11가지다.


1. 중앙정치에 관심이 없다. 성공한 소도시에 사는 주민은 자신이 사는 지역과 도시 문제를 고민하지, 중앙정치가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한국 소도시는 정반대일 것이다. 미국 정치학자 그레고리 핸더슨(Gregory Henderson)이 한국 정치를 소용돌이 정치로 표현할 만큼 한국 시민은 어디에 살든 중앙정치에 빨려 들어간다.  


2. 지역 문제 해결사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살기 좋은 소도시에 가면 지역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시민, 상인, 기업, 시민단체가 많다. 주민의 주인 의식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말이다. 


3. 민관협력이 활발하다. 성공한 소도시는 이념적으로 지나치게 정부 영역과 민간 영역을 구분하지 않는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 정부와 민간이 긴밀하게 협력한다.


4. 도시에 스토리가 있다. 스토리가 있는 도시는 정체성이 강한 도시다. 자신이 사랑하는 지역이 어떤 역사를 통해 현재에 이르렀고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할지를 설명할 수 있는 역사관이 스토리다. 한국에도 더 많은 스토리 도시가 필요하다. 학교와 지역사회에서 지역 교육을 강화하면 실현할 수 있는 미래다. 


5. 시내(Downtown)에 활력이 넘친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지역사회의 구심점은 중심상권이다. 중심상권이 공동화된 소도시에서 지역을 살릴 수 있는 강력한 커뮤니티의 힘을 기대하기 어렵다.


6. 연구중심대학이 있다. 한국에서도 많이 강조하는 요인이다. 차이가 있다면 미국 대학은 한국 대학과 달리 지역사회 기여를 중요한 사명으로 인식하고 실제 연구와 교육을 통해 지역경제를 지원한다.


7. 커뮤니티 컬리지가 강하다. 활기찬 소도시는 지역에 필요한 인재를 교육하고 훈련하는 커뮤니티 컬리지(Community College)를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한국 지역에도 직업, 창업, 기술 훈련 중심의 교육기관이필요하다. 대학이 많다고 하지만 지역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대학은 오히려 부족하다. 지역 정부에 더 많은 권한과 자원을 배분해 지역 정부가 주도적으로 커뮤니티 컬리지로 기능할 지역대학을 양성하도록 해야 한다.  

8. 학교가 평범하지 않다. 학교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대목이다. 한국이 상대적으로 잘하는 분야다.


9. 외부 인재에 개방적이다. 지역경제도 국가경제와 다르지 않다. 외부 인재와 기업에 시장을 개방해야 지역발전에 필요한 인재와 자본을 유치할 수 있다. 한국 지역이 외부에서 온 자국민에 대해 개방적이라고 속단하는 것은 금물이다. 이미 전국 곳곳에서 이주민과 원주민의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10. 장기계획을 수립한다. 지역이 스스로의 힘으로 성장하려면 장기발전계획이 따라가야 한다. 라이프스타일 변화로 인해 생활권이 동네 중심으로 좁혀지는 현실을 고려할 때 지역발전의 기본단위도 읍면동으로 조정되어야 한다. 읍면동이 장기발전계획을 수립하고 이 계획에 따라 중앙과 광역 정부의 다양한 소지역 지원 사업에 지원하고 이를 관리해야 한다.


11. 수제 맥주를 생산한다. 성공한 소도시에 가면 맥주 양조장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한국도 다르지 않다.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동네와 소도시에는 수제 맥주, 골목상권, 독립서점 등 그들 취향의 상업시설이 활발하다. 수제 맥주가 맛있다는 것은 그곳이 젊은 세대가 살만한 동네임을 의미한다.


미국과 한국이 분명 다른 나라지만 지역 양극화와 대도시 집중은 두나라의 공통적인 문제다. 미국에서 성공한 소도시의 성공 방정식이 한국에도 적용될 수 있다. 어떤가, 한국 소도시가 이렇게 변하면 지역발전이 성공한 것 아닐까?


출처: 매일경제신문, 2022년 4월 21일

매거진의 이전글 다운타우너, 골목길을 사랑하는 우리의 이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