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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목길 경제학자 Dec 11. 2022

로컬 크리에이터는 교육될 수 있을까?

나도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크리에이터 이코노니 문헌의 답은 거의 예외 없이 예스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의구심도 들지만, 크리에이터 이코노미가 주는 기회를 고려하면 모든 사람이 자신감을 갖고 크리에이터에 도전해야 하는 것은 맞다. 실제 수많은 사람이 크리에이터가 되길 원하고 전업으로나 부업으로 크리에이터 활동을 한다.


그렇다면 크리에이터가 되기 위해선 어떤 교육을 받아야 하는가? 일부에서는 크리에이터 교육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다. 크리에이터에게 필요한 예술적 창의성은 타고난다는 것이다. 반론도 강하다. 순수 예술 분야에서는 교육될 수 없는 타고난 재능이 중요할 수 있지만, 디자인, 리테일, 일상 등 생활 분야의 크리에이터에게는 교육과 훈련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요즘 출판업계에서는 수많은 크리에이터 교재가 쏟아져 나온다. 크리에이터 교재는 거의 예외 없이 콘텐츠 제작, 서비스 디자인, SNS 활용, 브랜딩, 마케팅, 고객 관리 등 온라인 크리에이터를 교육하는 교재다. 오프라인에서 콘텐츠를 제작해 판매하는 로컬 크리에이터를 위한 교육 교재는 찾기 어렵다.


왜 그럴까? 하나의 이유는 로컬 크리에이터가 상대적으로 새로운 분야라는 점이다. 시장이 커지고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좋은 교재가 나올 것으로 믿는다. 하지만 더 중요한 이유는 오프라인에 대한 편견일 수 있다. 오프라인을 사양산업으로 보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오프라인 리테일이 창의성, 그리고 크리에이터가 필요한 분야라고 인식하지 않는 것이다.


이런 편견은 소상공인 교육에서도 감지할  있다. 현재 다양한 공공 기관에서 소상공인 창업자를 위한 교육을 실시한다. “사업을 위해 필수적으로 알아야 하는 경영지식과 업종별로 실전에서 숙지하고 있어야  내용을 ·오프라인 교육으로 제공한다.”


그러나 공공 기관 소상공인 교육에는 두 가지 전제가 깔려있다. 공개적으로 표현하지 않지만 행간에 숨겨져 있다. 첫 번째가 소상공인에게 필요한 교육은 생존 교육이라는 인식이다. 성공하기 어려운 오프라인 리테일 분야에 진입하지 않는 것이 좋고, 그래도 창업하는 사람은 생존 기술 중심의 교육으로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생존 실패를 예상한 폐업 지원 과정도 소상공인 교육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지역 창업자의 목표에 대한 이런 편견은 마을기업, 관광두레, 협동조합 등 정부가 지원하는 다른 지역 창업 프로그램에서도 드러난다. 지역 공동체 생존을 위해 지역 주민이 하고 싶은 사업을 지원하지만, 이런 사업이 지역을 살릴 정도로 의미 있는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는 믿지 않는다. 지원 기관이 목표를 이렇게 낮게 설정하다 보니, 참여하는 주민도 야심이나 절박감이 없다. 대체로 한번 해보는 것에서 의미를 찾는 것이 보편적인 분위기다.


두 번째 전제가 디지털 전환의 불가피성이다. 기존 창업자, 예비 창업자 할 것 없이 오프라인에서 창업해도 기회는 온라인에서 찾아야 한다고 교육한다. 틀린 말이라고 할 순 없지만, 오프라인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후 온라인으로 진출하는 것이 맞는 순서 아닐까? 그렇다면 오프라인 경쟁력을 우선적으로 교육하는 것이 맞다.


오프라인 경쟁력에 기반한 소상공인 창업 교육이 크리에이터 이코노미가 요구하는 로컬 창업 교육이다. 현재 서울시가 추진하는 로컬 브랜드 상권 양성, 골목창업학교 사업이 오프라인 경쟁력을 기반으로 소상공인을 육성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창의적인 소상공인, 즉 로컬 크리에이터를 육성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진행 중이다. 현재 감지되는 방법론은 두 가지다. 하나가 로컬 임팩트에 기반한 창업 교육, 다른 하나가 로컬 콘텐츠를 사업화하는 창업 교육이다.


로컬 임팩트 기반 교육 - 로컬 임팩트 기반 교육은 로컬 임팩트라 일컫는 사회적 가치를 최대화하는 방식으로 기업을 창업하고 경영하는 방법을 교육한다. 소셜벤처 창업 교육으로 시작한 언더독스가 지역에 적용하는 방법론이다. 강원도에서는 더웨이브컴퍼니가 소셜벤처 방법론을 활용해 강원도 지역 로컬 비즈니스를 지원한다.


로컬 임팩트가 목표이기 때문에 창업 교육도 사회적 문제의 발굴로 시작한다.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설루션을 찾고 이 설루션을 비즈니스 모델로 구현하는 것이 소셜벤처 창업 교육의 기본 구도다.  


로컬 콘텐츠 기반 교육 – 두 번째 오프라인 경쟁력 중심의 창업 교육 방식이 로컬 콘텐츠 기반 교육이다. 포틀랜드스쿨에서 개발하는 베이식 로컬 콘셉트(Basic Local Concept, BLC) 교육이 하나의 사례다. BLC 교육은 로컬 창업이 소셜벤처, 소상공인, 스타트업 등 다른 유형과 어떻게 다른 지에 대한 정체성 교육으로 시작한다. 로컬 크리에이터의 경쟁력은 지역성에 기반한 콘텐츠, 즉 로컬 콘텐츠다. 단순하게 표현하면, 의미 있는 로컬 콘텐츠를 발굴하고 이를 의미 있는 사업 모델로 전환한 기업이 로컬 크리에이터로 성공할 수 있는 기업이다.


따라서 BLC 교육은 로컬 비즈니스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방법으로 베이식 로컬 콘셉트의 작성을 제안한다. 예비 로컬 창업자는 ‘나의 어떤 콘텐츠를 지역의 어떤 장소와 공간에서 어떤 비즈니스를 만들 것’인지를 한 문장으로 작성한다.


나의 콘텐츠는 나다움, 장인다움, 지역다움의 교집합으로 개념화하고 콘텐츠 안에 지역성 요소를 포함한다. 지역성은 콘텐츠와 장소의 연계에서 다시 구현된다. 나의 콘텐츠에 적합한 장소와 공간을 찾는 것, 장소와 공간을 나의 콘텐츠로 구현하는 것, 그리고 지역 사회와 상생하는 공간을 기획하는 것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지역성을 비즈니스 콘셉트에 녹여낸다. 로컬 크리에이터와 달리 소셜벤처, 소상공인, 스타트업의 경쟁력은 각각 소셜임팩트, 장인정신, 기술에서 찾을 수 있다. 각 영역이 강조하는 기업의 핵심 역량이 다른 것이다.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간다. 과연 로컬 크리에이터는 교육될 수 있는가? 결국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로컬 크리에이터 분야의 전문성 획득도 '올바른 연습', 올바른 교육 방법의 개발에 달렸다.** 막 시작하는 로컬 크리에이터 교육 분야가 아직 표준 교과과정을 개발할 만큼의  지식과 경험을 축적하지 못했다. 로컬 임팩트, 로컬 콘텐츠 기반 교육이 현재 추세로 확대되면, 조만간 표준 교과과정을 비롯한 다양한 성과물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로컬 크리에이터 교육에서 또 중요한 것은 교육 목표다. 참여자를 로컬 크리에이터로 만드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지역 단위로 운영되는 로컬 크리에이터 교육의 목표는 로컬 브랜드 생태계의 구축이 되어야 한다. 점선면 관점에서 점 단위 교육에서 면 단위 교육으로 확장해야 한다. 면 단위 사업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서울시가 가락동 등 여러 지역에서 생활상권을 육성하고 로컬콘텐츠랩과 같은 민간 기업이 마을 주민 중심으로 지역 관광 콘텐츠를 개발하는 한국관광공사의 관광두레 사업을 지원한다.


자생적 창조 능력의 강화를 원하는 지역이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로컬 크리에이터를 양성하는 로컬스쿨을 통해 지역을 로컬 브랜드 생태계로 전환해야 한다. 로컬 브랜드 생태계만이 지역을 지속 가능하게 만든다. 로컬 크리에이터 교육을 확대하기 전에 교육의 목표를 제대로 설정하고 시작해야 한다.  

 


*이 에세이는 2022년 12월 10일 포틀랜드스쿨이 진행한 '소상공인 창업 교육의 현황과 개선 방안' 세미나를 참가하고 난 작성한 세미나 후기입니다.

**안데르스 에릭슨, 로포크 폴, 1만 시간의 재발견, 비즈니스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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